현대문명진단 2 - 만화로보는
이원복 / 조선일보사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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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명진단]의 2권 째. 1권이 정보와 현대인의 고독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2권의 키워드는 여성, 냉전체제의 붕괴, 통일된 독일, EC 통합 등이다. 우선 신장되어 가는 여성의 권익에 대한 인식과 세계의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으며,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이에 파생되는 문제들에 대응하는 여러 국가들의 변화와 통일을 맞게 된 독일이 실제 생활에서 부딪히게 되는 구동독과 서독의 문제들도 짚고 있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시작하면서 개인의 목소리를 담은 여러 유형의 운동이나 이 책이 씌였던 당시 EC통합을 앞두고 불거져 나온 화폐 통합과 칭호 문제부터 다양한 난제를 어떠한 방법으로 타협과 절충을 해왔는지도 엿볼 수 있다. 변모한 현대사회의 젊은이들의 키워드를 파악할 수 있으며 교육계, 종교계에 인 변화의 바람도 느낄 수 있다.

또한 대딩 때 미처 만족스럽게 채우고 나오지 못한 교양과목들의 답안지들이 다시금 생각날 만큼 고전을 쉽게 풀이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과학혁명의 구조 - 토마스 S. 쿤> / <열린사회와 그 적들- 카를 R.포퍼>/ <세속도시- 하비콕스> / <역사와 계급의식- 게오르크 루카치>/ <부정의 변증법 - 테오도르 아도르노> 등이 그것이다. 어려운 얘기를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으려면 100% 이해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고 그것도 만화로 표현해내기가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님을 알기에 그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딩때 이 책을 제대로 읽었더라면 사회주의니 변증법이니 하는 것들을 답안지에 서술하기가 좀더 쉬웠을 것을, 아쉽기도 하다.

독일의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취업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을 보고 이원복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취업박람회를 열어보는 게 어떨까 하고 만화컷에서 다루고 있는데 실제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세계의 흐름을 의식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개선점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고 끊임없이 세계의 움직임을 주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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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괴물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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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은 실은 아무 연관성도 없는 어떤 개별적인 사실들에 개연성을 부여하도록 자신으로부터 강요당하는지도 모르겠다. 폴오스터도 그리고 자신의 대변인인 주인공 삭스도 또 이 책에 등장하는 일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예술가인 마리안 터너도 그들은 예술 뿐만 아니라 삶 자체도 어떤 컨셉과 규정된 룰을 따라 이루어져야 안심하고 자기 삶에 당위성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 듯 하다.

실제로 삶은 어떠한가. 어떤 인과관계로 성립되기에 사실 우연이 넘치고 바로 몇 분후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것을 우연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운명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선택이다. 우연, 운명 둘중 어떤 것으로 받아들이든 그것으로 자신의 삶을 해석하는 데 스스로 자유롭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삭스는 운명 쪽에 섰다.
내 생각은 다르다. 삭스와 피터의 만남,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결혼할 여자를 선택하고 또 이혼을 결정하고 벌어진 상황들을 헤쳐나오는 방법을 나름대로 결정하고, 자신의 나머지 삶을 어떤 방식으로 전개해나갈 것인지 결정하기 까지 이 모든 것이 우연에서 비롯된 상황들을 자유의지로 이끌어온 것 뿐이다.

작가의 설정이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엉뚱하고 다소 작위적인 전개방법은 어색했으나 개별적인 사건을 풀어나가는 서술방법은 대중소설처럼 쉽고 재미있다. 또한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향해 던지는 말들은 통찰력이 있고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원자폭탄이 투하되던 날 태어났고 자신도 결국 테러리스트가 되어 폭사로 죽음을 맞게 되고, 예의를 갖춘 옷을 입고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갔던 6세 어린이가 어른이 되어 자유의 여신상을 폭파하러 다니는 행위를 감행하는 것 또한 엄밀히 말하면 스스로 만든 운명이고 설정이다. 삭스는 소설을 통해서 그랬던 것처럼 자유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파괴함으로써 세인들의 관심을 일으키고, 디마지오의 죽음을 통해 자신이 그의 삶을 대신 사는 듯 정의를 구현하고자 자처하고 나섰다.

삭스는 디마지오가 썼던 '베르크만'에 대한 논문을 읽으며 자본주의 압제의 상징을 제거할 생각으로 저격을 시도했던 베르크만을 통해 어떤 형태의 정치적 폭력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이해했다.'정확하게만 사용된다면 테러리즘은 당면한 문제를 극화하기 위한, 제도적인 권력의 본질에 대해서 일반 대중을 일깨우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도 있어.' 911 테러로 한 방 크게 얻어맞은 현재의 미국에게 자성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고 이미 꼬집고 있었다.

홉스는'리바이어던'에서 탐욕스러운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공포를 규제하고, 인간의 평화롭고 안정된 생활의 보장하기 위해 상정한 대상이 곧 국가인 '리바이어던=거대한 괴물'이라고 했다. 그러면 자유의 여신상을 파괴하고 다닌 삭스의 행동은 이런 국가를 향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엿먹으라는 말인가. 어쨌거나 급작스럽게 국가 운운한 결말은 소설 전체의 흐름에서 봤을 때 약간 오버였다.

소설 속의 인물들을 보면 삭스는 어느 순간 마리아와 유사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있고, 릴리언과 마리아는 유사한 방식으로 남자들을 매혹시키며, 피터는 삭스의 친구인만큼 그와 닮아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에는 천연덕스럽게 소설에 말려들어 지루하다고 느낄 새가 없고 의심할 틈도 없다. 그러나 급작스럽게 설명형으로 끝낸 결말 부분은 설득력을 잃고 미심쩍어 책을 덮었을 때는 뭔가 할말을 다 못한 원고를 읽은 듯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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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에세이
육공일비상 지음 / 육공일비상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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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나쁘고 제대로 못 들어서 나는 종종 사물자체를 다른 것으로 오인하여 그와 유사한 다른 것과 착각한다. 거기다 어리버리 겁이 많아 종종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주변의 사물들을 다른 것으로 착각해서 놀라기도 한다. 밤길에 걸어오는 아스팔트 길 위에 떨어져있는 도마뱀은 허리를 굽혀 바라보면 공사장에서 떨어져 나온 쓰레기가 되고, 벽에서 펄럭거리는 악마가 그려진 포스터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다가서서 보면 의류할인 포스터가 된다.

누구나 할일없이 어딘가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 책에서처럼 사물의 표정을 잡았던 적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내가 추상적인 지하철 문에 있는 무늬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거나 예리하게 잘 깎은 검은 연필심을 보면서 종종 누군가의 눈매를 보는 것처럼.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된 'Blue day book'에서 동물을 의인화하여 감동을 주고 미소를 머금게 했다면 이 책에서는 병따개, 콘센트에 꽂힌 코드, 가로수, 벽돌무늬 등 무기체에서 표정을 찾고 짧고 쉬운 문장들로 가볍게 웃게 만든다. 특히 병따개가 입을 벌리고 '여기,여기예요!'하면서 비명을 지르는 듯한 표정은 정말 진지해서 귀엽다 못해 '아무도 구해주지 않아 위기에 처한 사람을 바라보는 것처럼' 공연히 서글프고 애절하기까지 하다.
책 속지의 재질이나 색상도 고급스러워서 누군가에게 선물해주고 싶게 만든다.

아쉬웠던 점은 사물의 표정만을 캐취하여 찍었기 때문에 정작 그게 어떤 사물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진이 몇 컷 있었다는 것과 의인화시켜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다보니 몇 개의 이야기는 다소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주제로 책을 하나 만들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멈추어져 있는 주변 사물들을 향해 슬그머니 웃어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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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지 말고 차별화하라 - 잭 트라우트의 22가지 차별화 전략
잭 트라우트 외 지음, 이정은 옮김 / 더난출판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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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하던지 시작은 언제나 '차별화'다. 벤치마킹 후 경쟁사들의 취약한 분야를 파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 후 이에 걸맞는 근거를 마련하는 일은 익숙한 수순이지만 이를 전개해 나가기 쉽지 않다. 수많은 브랜드가 출시되고 경쟁하는 시장에서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누리는 기쁨도 잠시 소비자는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한 제품 가운데 선택의 어려움에 빠질 수 밖에 없고, 그때 차별적 요소를 지닌 브랜드는 매력적인 요소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잭트라우트는 기억속에서 잊혀진 브랜드를 열거하면서 독창성을 무시하고 '모든 사람을 위한 모든 것'이 되고자 한다거나 거대 경쟁업체의 그늘 아래서 덕을 보고자 한다면 차별화에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품질을 높이고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가격을 낮추고 규모를 키운다던가 하는 기존에 마케팅 담당자들이 기본적인 전략으로 내세우는 것들의 함정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특히 광고는 창의적이되 예술은 아니기 때문에 창의성을 띈다는 전제하에 애매하고 비효율적이며 비논리적으로 행해져 제역할을 하지 못해서 안되는 이유를 짚고 있다.

또한 구구절절이 자사의 제품의 장점을 늘어놓으려고 하지 말고 강력한 차별화 아이디어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고객의 기억 속에 주입시켜야 함을 주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기 위한 차별화 방법도 유익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차별화 방법은 대단히 새롭거나 듣도보도 못한 노하우들은 아니지만 기본 개념을 풍부한 사례로 설명하여 간과할 수 있는 사실들의 중요성에 대해 재인식의 기회를 제공한다. 늘 진리는 쉽고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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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명진단 1 - 만화로보는
이원복 지음 / 조선일보사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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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 다닐 때 나도 어린이 대상의 학습만화의 원고를 써 본 적이 있었다. 딱딱한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한 후에 쉽게 풀어서 만화적 상상력과 기지를 동원하여 표현해내야 하는 일은 재미있으면서도 정말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중학교 때 보고 10여 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다시 보는 이원복 교수의 이 책은 어쩌면 그때는 100% 이해하기 어려웠던 내용들을 현재의 시각으로 다시 읽으니 이해도 잘 될 뿐더러 다시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인이 고독에 부딪힘으로써 발생하게 되는 우울하고도 우스꽝스러운 현상들을 사례로 들기도 하고, 무제한의 정보의 범람 속에서 이제는 오히려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경제적으로 취합하는 것이 능력이 되어야 하는 정보사회에서 봉착하게 되는 문제점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과 자연을 고려하지 않은 행태들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특히 에리히 프롬의 '소유나 삶이냐', 루드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와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 등 지명도는 높지만 선뜻 읽어보게 되지 않았던 고전들을 만화로 명쾌하게 풀어낸 것도 좋았고, 한 컷 한 컷에 담긴 그림의 의미도 다시 읽을 수록 재미있다.

'소유로부터 해방되어라, 그리고 존재하라! 삶을 살아라!'던가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을 지켜라'던가 고전에서 아마도 수백 페이지에 걸쳐 설명되어 아마 중도에 포기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만화의 힘으로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어 오히려 원 고전을 찾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뉴스와 고전을 바탕으로 한 이원복 교수의 현대 문명에 대한 시선은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의 마지막 독백처럼 어쩐지 회의적으로 들린다. '세계는 인간없이 시작되었고, 또 인간없이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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