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39
루이스 캐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읽었던 책은 '나라사랑'에서 나온 '마틴 가드너가 주석을 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그런데 이 책은 안타깝게도 절판되었음.ㅠㅠ 우선 그 책을 구하려고 노력해보시라! 하지만 만약 못 구한다면 동화로 기획되지 않고, 원본의 표현을 살린 앨리스로 구해서 읽어보시길!]

어릴 적 접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면 머릿 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다. 앨리스가 언니와 나무 그늘 아래에 누워있던 모습, 줄이 달린 시계를 들여다 보며 바쁘게 움직이던 조끼입은 토끼, 트럼프 병사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설정들로 인한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무엇보다 만화답지 않게 참 재미가 없었다는 사실.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만큼 참 친숙한 동화의 제목이면서도 막상 무슨 내용인지 구체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그러면서도 이 나이에 읽기엔 어쩐지 좀 쑥스러운 책이라고만 생각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동화용'으로 나온 책이 대부분이고, 어쩐지 출판사들도 이 책을 어른들에게 읽히기는 장사가 안되는 책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마틴 가드너와 함께 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으면서 나는 이 책을 왜 어렸을 때 이해하기 어려웠는지를 알게 되었다. 루이스 캐롤은 nonsense와 논리와 재치, 언어유희로 범벅이된 맛깔스러운 책을 한권 내놓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소녀들에게 읽히기 위해 동화로 명명한 것은 아닐까. '어린왕자'처럼 앨리스는 어른이 되어서도 다시 읽어야 한다고 감히 추천한다.

어떻게 보면 은유적인 표현이 많아 그것을 풀이하거나 상상하기 위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이 책을 마틴가드너는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 어린시절 이후로 오해하고 있던 앨리스를 100% 이해하고, 함께 미소지으며 캐롤의 기지에 푹 빠질 수 밖에 없게끔 유도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었는데(기억하기 위해서) 그 중에 일부분은 앨리스의 말투나 그 상황 설정 등이 너무 귀여워서 따라 해보고 싶거나, 다시 웃고 싶어서이다.

꿈 속에서 면밀히 꿈의 다음 장면을 계획하지 않아도 스스로 논리에 맞게 꿈의 상황을 이해하듯이 앨리스의 대부분은 꿈을 꿀 때의 기분을 기억하게 만들고,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또다른 세계로 빠지도록 인도한다. 두 사람인 체 하며 자기 스스로에게 말하며, 중얼거리고 혼자 딴 생각하기 좋아하는 앨리스는 너무 사랑스럽고, 자신이 알던 노래를 잘못 바꿔서 부르게 되고 자꾸 이상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자신에 대해 의심스러워 하며 지금의 내가 누군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모습은 어쩐지 자아에 대해서 의식하기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앨리스가 어른이 되기 시작한 것처럼.

'그냥 네가 가고 싶은 대로가면 돼'라고 말하는 체셔고양이, 제멋대로 달리다가 멈췄다가 또 달렸다가 자기 맘대로 하는 코커스 경주, 말만 잘하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시간과 얘기를 나누는 해터와 헤어, 동면쥐와의 대화, 해리포터의 경기보다 더 재미있고 우습고 귀여운 크로케 경기, 가짜 거북이 우울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슬픈 것은 공상이야, 하고 말하는 그리핀

따분한 일상에서 이제야 제대로 다시 만난 앨리스 덕분에 나는 요새 아주 모험가득한 꿈을 꾼다. 캐롤이 일기에 썼다는 다음 얘기도 공감한다.'꿈은 그 나릉의 세계를 갖고 있다. 그리고 꿈은 보통 깨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명의 행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시선 121
최영미 지음 / 창비 / 199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어떤 것을 배우듯(설령 그들이 편견에 절어 있더라도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은 적어도 할 수 있다) 20대에 바라보는 서른살을 노래하는 책들은 어떤 해답을 미리 보여줄 것만 같아서 궁금하다.

94년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난 고3이었고, 그때는 별 관심도 없었던 이 책을 이제 20대 후반에 들어와 읽으면서 왜 그때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었는지 알 것도 같다. 당시로서는 과감하게 성적인 이미지를 시에 도용하였다는 것도 이슈가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방송인같은 여자들이 자신의 자랑으로 도배를 하면서 오히려 우습게 여겨지는 여성에세이들 보다 그녀의 시에서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삶을 향한 거침없는 자유를 맛볼 수 있다.

본 적도 없고 그렇기에 상상할 수도 없는 낯선 이름의 나무와 풀과 꽃에 대해서 노래한 다른 시들보다 김용택 시인이 발문에 적었듯 최영미의 시들은 정말 서울여자스러워서 더 친근하다. 주저하지 않고 자기가 할말은 다하는 그런 서울여자 같다고나할까.

24시간 편의점을 소재로 새색시의 기다림에 대해서 물흐르듯이 넘어가고 낯선 자들과 가까이 있지만 결국 타인일 수 밖에 없기에 이해할 수 없는 지하철의 건조한 풍경을 중얼거리고 라디오 뉴스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삶을 버티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녀의 시는 억지스럽게, 어렵게 쓰려고 작정한 듯한 시를 위한 시가 아니어서 쉽고 편하지만 가볍지 않다.

서른살이 되면, 나도 이렇게 정직하고 거침없이 세상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 시집에 있는 최영미의 시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시 한 편!

[사는 이유] - 최영미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
안부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웃음이
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 종이가
창 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 있다는 무엇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오르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 문학과지성 시인선 186
윤의섭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9월
평점 :
품절


어디서 전해듣게 되었는지, 내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삶 속 깊이 파고 들어와 있는 전설, 어릴 적 TV에서 방영되던 [전설의 고향]을 이불을 덮고서도 조금씩 엿보며 어깨를 움추리게 만들었던 두려움의 근원은 머리를 늘어뜨린 귀신 이전에 '죽음'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억울한 죽음, 무고한 죽음, 안타까운 죽음, 오해를 남긴 죽음 등 모든 죽음들은 살아있는 인간들에게 공포를 준다. 아무리 사는 것이 거지같아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 말처럼 죽음은 살아있는 인간들에게는 떨쳐버리고 싶고 의식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미지의 세계이다.

이 시집은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시집 가운데 한 권이다. 윤의섭이라는 시인을 알기 이전에 정말 단순하게도 제목 때문에 (말괄량이 삐삐가 어쨌다는 거야,하는 생각에) 집어 들게 되었지만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한 어조로 시종일관 주변에 널린 죽음들에 대해 무표정한 얼굴로 중얼거리고 있는 그의 시에 깜짝 놀라버렸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웃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더 웃기게 들리듯 관심없다는 듯 흘리는 이야기 속 저변에 깔린 죽음이라는 주제 때문에 읽는 이들이 더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렇다고해서 비관론자들을 부추기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죽음을 현재에도 계속되는 삶 속에서 찾고 있어 삶의 일부로 죽음이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다음은 내가 가지고 있는 윤의섭의 시 한편이다.

[남사박] - 윤의섭

집에서 한 이리쯤 떨어진
남사박 저수지에서는 해마다 한 명씩 꼭꼭 익사했다
물 속으로 꼭꼭 숨은 뒤에 산 모습으론 떠오르지 않았다
어떤 해엔 시체조차 건져내지 못했고
검푸른 물 속에선 무얼 먹는지
커다란 잉어가 지긋이 배 깔고 산다는데.
어릴 적 저수지에서 헤엄치고 놀던 마을 사람들은,
물풀을 물귀신으로 믿고
섬찟 놀라 쥐가 나거나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은
친구들 문드러진 살국물을 조금씩은 다들 먹었고
벼농사 밭농사가 밑천이니
매년 그 물을 논 밭에 대어 왔다

익사한 사람들의 무덤은
다른 이유로 죽은 사람들 무덤 사이에 놓여져
가려지기도 쉽지 않다 특별한 사망 원인으로 취급되지도 않았다
그들을 찾는 술래도 없다
조용한, 아주 조용한 무덤이다
마을은 산에 둘러싸인 분지인 만큼 개발도 퇴화도 더뎠다
마을은 자급자족했다
조용한, 무덤처럼 조용한 땅
남사박에선 예로부터 나물이 많이 났고
즐겨 먹는 먹거리이기도 했다
산에도 저수지 근처에도 무덤 사이 사이에도
나물은 근근이 끼니 때울 때 무척 요긴했었다
남새밭, 이름 그대로 남사박은
무얼 먹고 자꾸 돋는지 시퍼런 나물이 매년 씨도 마르지 않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 프로듀싱과 홍보 마케팅 입문
여성영화인모임 엮음 / 소도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영화의 역사, 영화보기, 영화 만들기에 대한 서적은 많지만, 영화 마케팅에 대한 서적은 이 분야의 전망에 대해 조금씩 이슈화가 되면서도 여전히 다양하지 않다. 일본의 영화마케팅 시장에 대해 쓴 서적을 번역하여 어색한 문체로 풀어내고 있는 책도 있지만, 이 책은 친근한 한국영화 마케팅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쓸모있는 현장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도움이 된다.

회사에서 영화사이트 리뉴얼과 관련해 기획서를 작성하다가 보게 되었는데 크게 프로듀서싱/파이낸싱과 배급/시나리오 개발과 프로듀서의 역할/홍보 마케팅 실무 등 4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실무자들이 이야기를 들려주어 보기 편하고, 특히 맨 마지막에 부록으로 반칙왕의 실제 영화기획서도 도움이 된다.

올댓시네마의 채윤희씨가 쓴 '섹시한 세상을 기획하는 여자'라는 책보다는 '실무'적인 부분은 부족하다. 하지만 영화홍보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자라면 전반적인 부분에서
개괄적인 이론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이 좀 얇다는 점과 네 명이 한 part씩 나눠서 각각 맡았기 때문에 전체적인 구성면에서 손쉽게 4명의 저자를 섭외하여 4 part로 나뉘어지는 책을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았던 점이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OEIC 답이 보인다 - 21세기형
김대균 지음 / 김영사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회사 다니다가 다시 토익 공부를 하려고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책을 찾다가 구입했다. 대딩때부터 이미 수십 권의 토익책을 사본 지라 토익 유형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있었지만, 막무가내로(?) 공부하는 것 보다 유명학원에서 답을 콕콕 찝어준다는 새로운 방식의 강의도 궁금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토익을 분석한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결국 영어 공부는 자신이 취미를 붙이고, 꾸준히 하는 수 밖에 없겠지만 어떤 skill을 전수받는다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공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같다. 10만원(한 달 영어학원비 + 교통비) 대신 한 권 투자할 만하다.

물론 문제나열식의 다른 토익책도 보면서 이 책을 병행해서 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책 내용을 보면 토익은 짝수달 시험이 쉽고, 홀수달은 응시자수가 적고 어렵다는 얘기까지 흘리고 있는데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 데이타를 의식한 수험생들이 이후 다른 데이타를 산출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