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에세이
육공일비상 지음 / 육공일비상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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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나쁘고 제대로 못 들어서 나는 종종 사물자체를 다른 것으로 오인하여 그와 유사한 다른 것과 착각한다. 거기다 어리버리 겁이 많아 종종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주변의 사물들을 다른 것으로 착각해서 놀라기도 한다. 밤길에 걸어오는 아스팔트 길 위에 떨어져있는 도마뱀은 허리를 굽혀 바라보면 공사장에서 떨어져 나온 쓰레기가 되고, 벽에서 펄럭거리는 악마가 그려진 포스터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다가서서 보면 의류할인 포스터가 된다.

누구나 할일없이 어딘가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 책에서처럼 사물의 표정을 잡았던 적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내가 추상적인 지하철 문에 있는 무늬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거나 예리하게 잘 깎은 검은 연필심을 보면서 종종 누군가의 눈매를 보는 것처럼.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된 'Blue day book'에서 동물을 의인화하여 감동을 주고 미소를 머금게 했다면 이 책에서는 병따개, 콘센트에 꽂힌 코드, 가로수, 벽돌무늬 등 무기체에서 표정을 찾고 짧고 쉬운 문장들로 가볍게 웃게 만든다. 특히 병따개가 입을 벌리고 '여기,여기예요!'하면서 비명을 지르는 듯한 표정은 정말 진지해서 귀엽다 못해 '아무도 구해주지 않아 위기에 처한 사람을 바라보는 것처럼' 공연히 서글프고 애절하기까지 하다.
책 속지의 재질이나 색상도 고급스러워서 누군가에게 선물해주고 싶게 만든다.

아쉬웠던 점은 사물의 표정만을 캐취하여 찍었기 때문에 정작 그게 어떤 사물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진이 몇 컷 있었다는 것과 의인화시켜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다보니 몇 개의 이야기는 다소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주제로 책을 하나 만들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멈추어져 있는 주변 사물들을 향해 슬그머니 웃어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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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지 말고 차별화하라 - 잭 트라우트의 22가지 차별화 전략
잭 트라우트 외 지음, 이정은 옮김 / 더난출판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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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하던지 시작은 언제나 '차별화'다. 벤치마킹 후 경쟁사들의 취약한 분야를 파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 후 이에 걸맞는 근거를 마련하는 일은 익숙한 수순이지만 이를 전개해 나가기 쉽지 않다. 수많은 브랜드가 출시되고 경쟁하는 시장에서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누리는 기쁨도 잠시 소비자는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한 제품 가운데 선택의 어려움에 빠질 수 밖에 없고, 그때 차별적 요소를 지닌 브랜드는 매력적인 요소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잭트라우트는 기억속에서 잊혀진 브랜드를 열거하면서 독창성을 무시하고 '모든 사람을 위한 모든 것'이 되고자 한다거나 거대 경쟁업체의 그늘 아래서 덕을 보고자 한다면 차별화에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품질을 높이고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가격을 낮추고 규모를 키운다던가 하는 기존에 마케팅 담당자들이 기본적인 전략으로 내세우는 것들의 함정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특히 광고는 창의적이되 예술은 아니기 때문에 창의성을 띈다는 전제하에 애매하고 비효율적이며 비논리적으로 행해져 제역할을 하지 못해서 안되는 이유를 짚고 있다.

또한 구구절절이 자사의 제품의 장점을 늘어놓으려고 하지 말고 강력한 차별화 아이디어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고객의 기억 속에 주입시켜야 함을 주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기 위한 차별화 방법도 유익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차별화 방법은 대단히 새롭거나 듣도보도 못한 노하우들은 아니지만 기본 개념을 풍부한 사례로 설명하여 간과할 수 있는 사실들의 중요성에 대해 재인식의 기회를 제공한다. 늘 진리는 쉽고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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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명진단 1 - 만화로보는
이원복 지음 / 조선일보사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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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 다닐 때 나도 어린이 대상의 학습만화의 원고를 써 본 적이 있었다. 딱딱한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한 후에 쉽게 풀어서 만화적 상상력과 기지를 동원하여 표현해내야 하는 일은 재미있으면서도 정말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중학교 때 보고 10여 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다시 보는 이원복 교수의 이 책은 어쩌면 그때는 100% 이해하기 어려웠던 내용들을 현재의 시각으로 다시 읽으니 이해도 잘 될 뿐더러 다시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인이 고독에 부딪힘으로써 발생하게 되는 우울하고도 우스꽝스러운 현상들을 사례로 들기도 하고, 무제한의 정보의 범람 속에서 이제는 오히려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경제적으로 취합하는 것이 능력이 되어야 하는 정보사회에서 봉착하게 되는 문제점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과 자연을 고려하지 않은 행태들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특히 에리히 프롬의 '소유나 삶이냐', 루드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와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 등 지명도는 높지만 선뜻 읽어보게 되지 않았던 고전들을 만화로 명쾌하게 풀어낸 것도 좋았고, 한 컷 한 컷에 담긴 그림의 의미도 다시 읽을 수록 재미있다.

'소유로부터 해방되어라, 그리고 존재하라! 삶을 살아라!'던가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을 지켜라'던가 고전에서 아마도 수백 페이지에 걸쳐 설명되어 아마 중도에 포기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만화의 힘으로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어 오히려 원 고전을 찾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뉴스와 고전을 바탕으로 한 이원복 교수의 현대 문명에 대한 시선은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의 마지막 독백처럼 어쩐지 회의적으로 들린다. '세계는 인간없이 시작되었고, 또 인간없이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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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게임에서 승리하라
에릭 슐츠 지음, 이창식 옮김 / 넥서스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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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는 승부가 존재한다. 마케팅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에서도 게임에서와 같이 이기는 자와 지는 자가 존재하며 성공하는 브랜드가 있으면 실패하는 브랜드도 존재한다. 전략을 요구하는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처럼 마케팅도 그런 견고한 전략을 바탕으로 행해져야 성공할 수 있으며,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끌 때 게임에서의 짜릿한 즐거움처럼 역시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은 금기가 아니다'라고 그는 감히 서문에서 마케팅 게임의 비밀을 공개한다. 이 책은 타사의 성공적인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통해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노하우들을 전수받도록 구성된 다른 책들과 유사하지만, 여느 책들보다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었고, 한 챕터의 끝마다 summary를 통해 요약하는 친절함도 잊지 않는다.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제품믹스전략' 챕터에서는 경쟁사와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소비자 욕구의 세분화 분석을 통해 구매에 결정적 근거를 마련하고, 소비자가 그 제품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지 사용실태를 조사하여 사용빈도를 증대시킬 수 있어야 함을 주지시킨다. 밴드에이드와 치약업계의 예를 들며 제품믹스전략시 소비자들의 욕구가 개별적인 것인지, 서로 연결된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tip도 기억에 남는다.

'코카콜라의 극비이벤트 전술 벗기기 챕터'에서는 코카콜라 내부의 이벤트 진행 방법으로 빅뱅이론을 소개한다. 소비자들에게 주목할 기회를 높이도록 대형(big)의 규모일수록 유리하고,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담성(Audacious)이 요구되며,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을 꿈꾸는 새로움(New)을제공하며, 결정적으로 사람들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하여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방법(Giggles)에 대해 설명하면서 올림픽성화봉송기간동안 보여준 코카콜라 이벤트에 대한 예를 든다. 4년 후에 있을 올림픽을 대비하여 4년 전부터 광고 현수막을 걸 위치를 물색하고 다니던 모습은 대기업에서나 가능한 일이기에 그들의 계획성과 치밀함, 시간적 여유가 부럽기도 했다.

'광고대행사 제대로 다루기' 챕터를 읽으면서는 웹에이전시에 근무하며 클라이언트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내 관점에서가 아니라 반대로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 한낱 하청업체에 불과한 대행사들에 대한 태도나 생각을 엿볼 수 있어 참고할 만했다.
브랜드포지셔닝 전략을 위해 목표대상, 제품의 편익성, 구매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를 기본적으로 파악해야 함을 인지시키기 위해 P&G, 월트 디즈니, 코카콜라 등 현장에서의 마케팅 경험을 통해 실패와 성공의 예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흥미있었다.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익혀야할 마케팅 이론을 초보자들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친절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어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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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세요 1
후지히코 호소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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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씬하고 예쁜 여자가 착하기 까지 하다면 그건 금상첨화일까. 하지만 겉모습은 예쁜 여자가 심술이 가득해 남이 잘 되는 것을 싫어하고 장난으로 넘치며 '똑바로' 되는 꼴을 못 보고 괴상한 취미로 가득하다면 어떨까. 아마 남성 중심의 이 사회에서는 여자가 예쁘니까 다 용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일개의 여사원 히나코는 여러 악취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므로, 그리고 모든 상황에서 의연하게 처리해내기 때문에 멋진 남자사원 뿐만 아니라 상사들까지도 자기 페이스대로 이끌어가는 여성이다.

겉모습을 예쁘게 꾸미고 싶어하는 사람도 내면의 본성에는 어쩌면 그런 이기적이고 괴상한 취미가 자리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엽기'코드가 작년에 두루 대중에게 먹힌 게 아닐까.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비리비리하고 비굴하며 줏대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부장을 좋아하면서도 그 표현을 악랄한 괴롭힘으로 대신하는 히나코, 그리고 예쁜 자신을 꼬시려고 하는 늑대같은 남자들을 가볍게 처치해서 궁지에 몰아넣는 과정도 재미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하지 못하며, 마음에서 느낀대로 불쑥불쑥 말해버려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앞에서는 웃는 척 하고 뒤에 가서 뒤통수치는 인간들에 비해서는 시원스럽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치사한 주변 동료들의 행동 묘사도 리얼해서 재미있고, 집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이어서 견디기 어려워하는 동생 하지메가 가족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것도 재미있다.

누가 뭐라고 나에게 잔소리하지마!,하는 태도로 늘상 자신만만한 태도로 살아가기가 현실에서는 어렵기 때문에 더 신났던 건 아닐까. 비서과로 옮긴 후 원형탈모증이 생기도록 자신을 괴롭히던 여자직장상사를 후에 실력으로 가볍게 처치해버리는 장면도 통쾌했다.페이지를 덮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간간히 엽기스러운 장면도 몇 컷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기발하고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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