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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당한 유언들 밀란 쿤데라 전집 12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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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친구는 에코의 '푸코의 진자'를 읽고 나서는 어떤 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고, 나 역시 에코의 '프라하의 묘지'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반 이상이 지나도록 알쏭달쏭해지기만 하는 내용에 갸웃거리기만 하며 내 지적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꼈는데, 에코는 차라리 나았다. 그건 최소한 미스테리한 사건이라도 있지, 이 책은 처음부터 내개 큰 벽이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어째서 소설도 아닌 에세이집이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된 거냐며 궁시렁거렸다.

 

 이 에세이집에 나오는 일부 소설가는 심지어(!) 이름 조차도 생소했고(특히 1부는 이게 무슨 말인지도 모를 정도로 얼떨떨한 기분을 안겨줬고), 작품들 역시 대부분 낯선 것들이었다. 영화를 보지 않고 영화리뷰를 읽는 격이니 이 책이 내게 친숙할 리가 없다. 심지어 이 책 표제가 왜 '배신당한 유언들'이었는지도 마지막에 가까워져서야 깨달았단 말이다!! 때문에 내가 느낀 것이 제대로 느낀 것인지가 맞는지,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도 확신을 하지 못하고 우물거리기만 할 뿐이다.

 

 사실 이 책은 배신당한 유언에 대한 책은 아니라고 본다. '철수가 다리를 다쳤대'에서 시작한 말이 사람과 사람을 거치면서 '철수가 죽었대'로 변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철수가 죽었대'라고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이 본질(철수가 다리를 다쳤다)에서 얼마나 멀어질 수 있는지, 하나의 사실이 얼마나 심하게 왜곡될 수 있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사유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도 소설을 보면서도, 우리는 그 작품만 오롯이 접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일단 그 책에 대한 광고, 짧은 비평, 잡지사의 선전 문구, 리뷰, 서평 등등을 거치면서 오히려 그 작품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게 아니라 그 작품에 대한 이해가 왜곡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보다 더 깊이 이해하려고 하는 그 과정들이 보다 깊은 오해로 이끌어가는 것은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닐런지도 모른다.

 

 바쁘게 흘러가는 것은 시간이요, 그에 따라 없어지는 것은 여유라지만, 이 책만큼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 다시 한 번 손에 잡아보고 싶다. 그 때는 헤밍웨이, 스트라빈스키, 야나체크, 카프카와 조금 더 친해지고, 또한 쿤데라의 소설도 몇 편 읽은 후가 될 것이다. 그러면 이 책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내게 보여줄 것 같다. 아니, 반드시 그럴 것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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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5-30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책이든
그 책 하나만 읽으려 해서는 제대로 못 읽어요.
그 책 하나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과 이야기과 삶과 사랑을
고루 살펴야
비로소 책 하나 읽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