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으리으리한 개집 ㅣ 그림책이 참 좋아 38
유설화 글.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1월
평점 :
유설화의 두번째 책.
부모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린 강아지를 분양하는 가게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한다.
월월씨를 통해 인생의 단면을 보는 것이 꼭 이솝우화같다.
먼저는 생명경시현상을 꼬집어준다.
처음에는 예뻐서 키웠던 강아지가 덩치가 커지고 같이 살기 불편해지자 버리는 것.
애완동물이라는 말에서 이제는 반려동물이라고 칭할 만큼 사랑받는 동물들도 있지만
유행처럼 너나 할것 없이 한마리씩 키우다가 무책임하게 버리는 많은 이들을 비꼬고 있다.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때 나도 풍산견과 진돗개 두마리를 키운 적이 있었다.
도시로 이사오면서 키울 형편이 안돼서 다음 입주하시는 분께 드리고 왔다.
어찌나 강아지들에게 미안하던지. 그래도 버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그렇게 결정했다.
몇년 지나 그 집에 가보았더니 다행히 그대로 잘 지내고 있었다.
버림받은 월월씨는 이렇게 말한다.
'다시는 사람 따위 믿지 않겠어.'
그리고 이를 악물고 고통의 세월을 살아낸다.
나도 한때 이런 말을 하고 내 힘으로 잘 해보려고 애썼던 모습이 떠올랐다.
누구도 믿지 않고 살때 상처받지 않을 것 같지만 오히려 내 마음이 더 딱딱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상대방을 한없이 믿기보다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연약한 사람임을 기억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맺어간다면 내 마음도 말랑말랑하고
얼마나 풍성한 하루하루가 되는지 모른다.
사람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다.
사람은 사랑의 대상인 것이다.
한편 이 책은 다시 보면 인생이 태어나면서 늙어가는 과정에서 사랑하고 살아가는 법을 그려주고 있다.
어릴적, 유년기에는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다. 존재 그 자체로 사랑받는 유일한 시기이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독립한 다음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앞만보고 살아간다.
이제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나면 사람이 그리워진다. 손주들 돌보며 재롱떠는 그 모습에 행복해하며 살아간다.
그 모든 과정에 우리는 한 가족이기에 행복함을 아이들 입을 통해 말해준다.
겉모습이 어떠하든, 어떤 능력의 유무를 떠나서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이기 때문에 함께 살고 싶다는 것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아, 참
그림책에는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다.
유설화는 숨은그림처럼 주인공을 항상 따라다니는 캐릭터를 그려놓았다.
꼭 찾아보길 바란다.
그 캐릭터는 월월씨가 가족을 따라간 뒤 그 집의 주인이 된다.
그 집은 월월씨가 아이들에게 자주 읽어주던 브레멘 음악대를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