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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럼피우스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60
바버러 쿠니 지음, 우미경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10월
평점 :
늘푸른대학 그림책 놀이반에서 70~80대 어르신들과 함께 『미스 럼피우스』를 보았다.
어르신들이 보기에 책이 좀 작은 편이어서 글씨만 쭉 읽다보면 그림을 놓치실 것 같아 먼저 책장을 넘기며 그림을 끝까지 보여드렸다. 이 그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도록 한 다음 스토리를 읽어나갔다.
미스 럼피우스는 할아버지 무릎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자란다. 그러면서 할아버지에게 약속을 한다. 넓은 세계를 다녀보고 싶다고. 그리고 할머니가 되면 바닷가 마을에 와서 살겠다고. 그러자 할아버지는 한 가지를 더 말씀하신다.
‘이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하라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어린 미스 럼피우스는 알겠다고 대답한다.
할아버지와 한 약속을 평생 간직하고, 그것을 이루며 살아간다는 것은 참 복된 일인 것 같다.
파파할머니가 된 미스 럼피우스, 이제는 꼬마 앨리스가 고모할머니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 대대로 이어지는 가훈처럼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아이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벽에만 붙여 놓는 가훈이 아니라 삶으로 증거되는 가훈이라면 누가 잊어버릴까?
이 책은 멋진 글귀와 수채화의 색이 눈을 사로잡긴 하지만 마음이 열린 다음 읽으면 좋은 책이다. 마음을 열고 참여해주신 어르신들께 감사드린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루핀 꽃 만들어 붙이기를 하였다. 색종이를 여러번 접은 다음 타원형으로 자르면 루핀 꽃잎이 여러 장 만들어진다. 푸른빛, 보랏빛, 장밋빛의 루핀꽃을 만들었다.
길쭉한 잎사귀도 만들어 둥글게 돌려가며 붙였다. 한 두 송이만 봤을 때는 모양이 가지각색이어서 예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각자의 작품을 큰 도화지에 오려서 붙였더니 무리지은 루핀꽃동산이 완성되었다. 처음엔 자기 작품이 안 예쁘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부끄러워하던 어르신들이 한곳에 모아놓으니 정말 예쁘게 보이셨든지 노래를 부르셨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고운 백합화~~"
정말로 아름다웠다. 우리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도 아름다움도 잘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태어난 사람은 없다.
모두에게 각자의 아름다움과 그에 합당한 역할들이 있다. 그
것을 발견하고 그 역할대로 사명대로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겠는가.
우리 삶은 그 역할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어르신들의 떨리는 손으로 가위질하고 풀칠하여 만든 작품일지라도 모아놓으니 색색이 아름다웠다.
공동작품을 보니 공동체를 생각하게 되었다. 제각기 다른 모양이지만 한 몸에 붙어 있어 손, 발, 얼굴, 내장 등이 머리의 지시를 받아 일사분란하게 일하기 때문에 몸이 살아 있듯이, 살아있는 공동체라면 누구 하나 소외됨 없이 각자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건강한 공동체,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는 것 같다.
1시간짜리 수업인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 책이 스토리도 조금 길었지만 색종이로 붙이는 것을 하시면서 얼마나 집중하고 열심히 하시는지 보는 사람이 감탄할 정도였다. 어르신들이 하나 더 만들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두 개씩 만드신 분도 있고 나름 더 예쁘게 장식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 분도 있었다. 아흔이 넘은 분도 한분 계셨는데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하지만 네가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단다. 이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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