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ED가 간다] <홀로 벼슬하며...>의 저자 정창권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한때, 지금이야말로 스폐셜리스트의 시대라고 하며 모두 스폐셜리스트를 동경하면서 '제너럴리스트는 모든 분야에서 사용할 수는 있어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대중적인 지적 노동자 가리키는 말' 이라는 견해가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그것은 낮은 수준의 제너럴리스트를 가리키는 표현일 뿐이다. 스폐셜리스트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제너럴리스트도 존재하며, 사회의 모든 시스템은 결국 제너럴리스트가 움직이는 것이다. (본문45쪽에서)
현대의 지식 세계는 끊임없는 세분화에 의해 그 전체적인 성질을 잃어가고 있다. 고등교육 현장에서는 지식의 세분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사회의 모든 현장을 일반적이다. 일번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중략) 어떤 문제든 그 문제의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하고 지금 무엇이 필요하며 누가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정확한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하다. 문제해결에 참가하는 전문가도 전문영역을 초월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제너럴한 스폐셜리스트가 필요하다. (본문52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성인데, 창조성은 다른 분야와의 접촉에 의해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에 의해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분야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한 분야에만 집착하여 연구하는 사람이 좋은 연구를 할 수는 없다. 개인의 머리도 마찬가지다. 폭 넓은 영역의 지식이 많이 갖춰지고 머리 속에서 지적 화학 반응이 발생함으로써 참신한 아이디어와 창조적인 사고방식이 탄생한다. (본문 53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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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권 선생님을 뵙고 왔다고 하고서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에서 뽑은 글을 장황하게 옮겨 쓰다니..." ED가 여름도 되기 전에 벌써 흐물거리는 것은 아니냐!" 는 여러분의 원성이 들리는 듯 합니다.
인용문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사태를 벌이고 말았느냐? '정창권 선생님이 인터뷰 내내 강조하신 말씀들을 이보다 더 분명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문장은 없겠다' 싶어서 입니다. (이렇게 살짝 비켜서는 ED.)


자, 그럼 변명은 그만하고, ED가 달려갔던 현장에 집중하겠습니다. 정창권 선생님은 옆의 두 권의 책을 쓰신 분입니다.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는 미암 유시춘이 남긴 '미암일기'를 토대로 16세기 조선 양반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구요, <향랑, 산유화로 지다>는 17세기 후반을 살다가 자살해 이후 열녀로 세상에 알려진 향랑이라는 인물을 통해 조선 후기 가족관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두 권 모두 생활사, 미시사적 시각에서 성리학이 지배 이데올로기로 경직화하기 이전의 조선사회를 그린 책입니다. 소설적 기법을 차용한 글쓰기 방법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자, 정창권 선생님에 대한 소개도 끝났습니다. 정창권 선생님과의 인터뷰 내용은 조만간 알라딘 작가파일 '알라딘이 만난 작가들'에서 확인하실 수 있고요, 오늘은 그 날 인터뷰 내용 가운데 제 가슴을 파고 들었던 이른바 '제너럴리스트론'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선생님께 제가 드린 질문은 이렇습니다. "고전문학을 전공한 국문학자로서 역사서를 쓰는 일을 하시는데 이에 대한 역사학계의 반응이 궁금합니다(반발은 없는지). 선생님 개인적인 이유도 궁금하고요."
" 지금의 학교는 학생과 단절되어 있습니다. 학문 분과를 세분화하고, 논문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나'라는 화자를 배제시킨 글쓰기를 합니다. 학생에 대해 학교가 갖는 방관자적 태도나 순수학문이란 이름을 붙이고 고답적 논의를 반복하는 것은 구성원들간의 괴리를 크게 할 뿐입니다.
지금은 통합학문의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의 전문화란 전체를 잘 살피면서 그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향해 가는 것을 말 합니다. 특정 분과에 기반하지 않는 글쓰기를 두고 학계에서는 "정통성이 없다" "변질됐다" 라는 말을 하지만 저는 시대가 요구하는 글쓰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그 도구가 국문학인지 역사학인지의 문제는 덜 중요합니다. 문학작품에서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읽고, 역사학의 성과들로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중략)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어라" 하는 것입니다.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상상력의 원천이 되고,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생각이 현실 적용성도 큽니다. 예들 들어,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역사를 읽으면 시대의 변수에 대한 감수성을 키울 수 있고, 이것을 마케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경영학, 인문학, 과학을 두루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두 시간이 넘는 인터뷰 내용 가운데 일부만을 가지고 페이퍼를 썼습니다. 정창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여러분과 조금이라도 빨리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무슨무슨 교양' 이라는 이름을 붙인 책들이 요즘처럼 넘쳐나는 때도 없고, 심지어 '교양강박증'같은 것을 느낄 지경인데 제너럴리스트론 이라니..." 하시는 분들도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래도 말입니다... 평소에 읽는 책 분야, 전공분야를 뛰어 넘어 다른 분야의 책을 한번쯤 읽어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차차... 사실은 이 말을 하려고 한건데 이걸 빠뜨릴뻔 했네요.. 저.. 저기 말입니다... 새롭게 읽을 다른 분야의 책.. 기왕이면 사회과학서나 역사책이면 어떨까요? ^-^;; - 알라딘 김현주 (realsea@ala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