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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전사 소은하 ㅣ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별빛 전사 소은하》이 책은 무엇일까? 어떤 책이길래 이런 신비로운 제목으로 눈에 확 띄게 탄생한 것일까?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본 겉표지.. 글씨 크기.. 아동청소년 분야인가?
읽다가는 왕따는 나쁘다고 말하는 책? 그러다가는 아이들 게임하지 말라고 쓴 책인가 마음대로 넘겨짚고 또 읽다가는 이내 숙연하게 만들기까지 하는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처음 책을 읽기 전에 초등학생 딸은 보고서는 내가 읽어야 할 책인가? 그랬다. 먼저 읽겠다고 하며 읽기 시작하니 손에서 놓을 수 없이 술술 읽혀나가는 신비로운 마법같은 책이었다.
내가 빈 소원은…… 우주 평화였다.
과연 별명도 실제도 외계인인 소은하의 소원답다. 우주 평화라니.. 나중에 보니 이것조차 복선이었다.
"~ 우주는 다양한 우주인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고 모든 우주인은 저마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어."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진짜 외계인이 되고 나서야 외계인 취급에서 벗어난 셈이었다.
어쩌면 외계인이라는 놀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고,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 소중한 책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읽으며 정말 가져야 할 마음도 정말 소중한 것은 어떤 것이라는 것도 한번 쯤 어른도 아이도 생각해 봄 직한 그런 책 《별빛 전사 소은하》
가상 세계 역시 내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우리는 서로 만나지 않는 공간에서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마음, 경각심에 관해 우리가 이 부분도 꼭 생각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존중한다는 것은 서로 마음과 몸을 건강히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니콘 마스크가 인터뷰하면서 유니콘피아는 유니콘이 다스리는 나라를 의미합니다. 최고가 다스리는 나라라면 모두가 행복하지 않겠어요? 라는 엉뚱한 소리를 한다. 최고라는 단어의 정의가 아주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최고가 다스리는 나라가 모두 행복하다는 유니콘 마스크의 정의가 위태롭고 위험하고 거만하게 느껴진다. 진짜 행복은 최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 함께 행복한 그 자체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만든 대사다.
"~ 아무튼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합시다~."
아빠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늘 방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긍정주의자였다.
내 메시지는 창고를 떠나, 우리 은하를 지나, 500만 광년 떨어진 헥시나로 가고 있다고, 나는 그렇게 믿었다.
읽다보니 나도 우리의 언어가 헥시나어로 통역이 되어 꼭 전달되었으면 하는 어린아이같은 좋은 마음이 되어 간절히 바라게 되는 선한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다.
칼 세이건의 말을 적어 놓은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존재한다는 건 공간의 낭비야." 이 말 참 멋지게 와닿았다. 우리만이 전부라고, 지구인만이 온 우주를 지배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살기에 이런 코로나같은 환경 재앙도 나왔다고 생각한다.
"~ 너는 너니까. 나한테는 똑같은 소은하야." 이렇게 말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정말 인생의 큰 위안이 아닐까 싶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주는 것이 때로는 위로가 된다.
직접 소은하와 같은 일을 겪고 나니 저 말이 정말 와닿는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주는 것..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지켜봐주는 것이 위로가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요즘이기에 저 문장을 몇번을 읽게 되었다.
도움이 필요 없는 인간은 없다. 맞다.. 정말 도움이 필요 없는 인간은 없다.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 엄마는 이제 홀가분하게 진짜 고향으로 돌아간다. 헥시나보다 더 좋은 곳."
"엄마는 지구에 있는 모든 순간이 좋았어. 그중에서도 너를 만난 게 최고의 축복이었어."
많이 울었다. 아직 얼마 지나지 않은 큰 이별을 겪어서일까 내내 울었다. 그리고 꼭 더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또 울었다.
우리의 만남은 최고의 축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기에 짧은 만남과 이별도 애석하게만 여기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철들게 하는 문장이었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활자가 주는 편안함과 위안이 있었다.
여름 방학 내내, 나와 아빠는 여름잠을 잤다...... 우리는 삭막한 여름을 그렇게 견뎠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엄마의 묘지를 찾아가 엄마와 이야기했다. 엄마가 얼마나 웃겼는지, 힘이 셌는지, 다정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고 그리워하는지. 그 덕분에 방학이 끝나갈 때쯤 아빠와 나는 기운을 많이 되찾았다. 나는 앞으로도 매순간 엄마와 함께 살아갈 것이다. 지구와 헥시나처럼 나는 엄마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도 저 마음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큰 위로와 위안이 되었다. 울기도 많이 울린 문장이지만 그만큼의 힘을 주는 문장이다. 읽고 또 읽게 만드는.. 나를 다시 살게 만드는..
요즘도 우리 반 아이들은 나를 외계인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 때문에 속상하지 않다.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 그것부터 사는 힘이 나온다는 믿음을 줬다.
기대없이 읽었지만 그 어떤 책보다 나에게 삶의 희망을 보여준 고마운 책 《별빛 전사 소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