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일, 세계일주

지구별 워커홀릭 - Walk-O-Holic
채지형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6월

지구별★ 워커홀릭

얼마전 이 책을 보고는 냉큼 집어왔습죠

워낙 여행책,역사책 그런 류를 좋아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책들에 실망이 컷었달까요

그래서 돈이 아까워서랄까요

여튼 여행책을 구입하는 데는 대부분 망설임이 앞서거나, 후회가 뒤따랐습니다.

요새 비도 부쩍오고 '꿀꿀한 마음 뭐 달랠거 없을까' 생각던 차에 만난 요 녀석.

이번 달은 책구입비로 상당한 액수의 통장잔고가 빠져나갔지만,

러브앤프리 이후 이 녀석만큼은 망설임 없이 골랐던 여행책이었어요.

여행책의 특별함은 바로 '현장감'이 아닐까 싶어요.

저자의 1년간의 채취가 뭍어나는 글과 함께 사진들을 한장 한장 보고 있으면

어느새 그 속에 동화되어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되요.

사진 속 이름모를 소녀의 웃음에 덩달아 웃음도 지었다가

스페인의 플라멩고에 빠지고

갖가지 길거리음식들에 침을 꼴딱꼴딱 삼키기도 하고.

그렇게 미지를 향한 호기심을 오감으로 자극받다보면,

무심하다 못해 쩍쩍 갈라져있던 마음도 저절로 생기가 돋아나다니,

가끔씩의 여행책은 정말이지, 삶의 '단 비'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ㅁ;

사람마다 '이런 여행책이 좋다'는 기준은 제각각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여행지에 대해 많은 설명을 붙이지 않은 책을 좋아해요.

너무 여행지에 대해 속속들이 설명되어 있으면
그 여행지에 대해 갖고 있던 환상까지 독서와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아요.

여행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정도만의 설명과

그 사람이 느꼈던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

'유용한 정보', 'Tip' 도 쏙쏙 들어가 있으면 금상첨화죠.

전 여행책이란게 그다지 많은 여행정보를 전달해줄 필요는 없다고 봐요.

사람들에게 잊혀졌던 '여행의 꿈'을 다시 되살려주는 것만으로도  

톡톡히 가치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여튼, 덕분에 다시 기운차려서 으랴싸싸!

월요일부터는 맑게 갠다네요.

본격적인 피서의 계절인가요.

저도 다음주쯤 짐을 싸서 어딘가로 훌쩍 떠나야겠어요.

잊혀졌던 세계일주의 꿈도 다시 펼쳐들고

한동안은 몽상의 나래를 펼치겠네요.

뭐, 꿈은 자주 되풀이할수록 현실과 가까워 지는 거라니까요!

한순간의 우연에서 시작해서 역사로 남았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찰나의 우연이 미래의 거의 모든 것 뒤바꿔버린다면?"

이 책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치밀한 전개와 마땅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을 상황으로 야기되었을 것 같던 역사적 사건도 실은 단 한순간의 과오가, 혹은 단 한순간의 영감이 역사의 판도를 결정했다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너무 순차적으로 흘러가는 역사물에 지루함에 빠졌을 수도 있을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기세등등하게 유럽을 호령하던 나폴레옹에게 몰락을 가져온 '워털루전투의 패배'가 고작 지휘관 한 명때문에 비롯되었다면?

잊혀진문 '케르카포르타'가 동로마의 몰락과 그 이후 서양사의 판도를 완전 뒤바꿔 놓았다면?

이 책을 읽으며 여느 역사책과 다른 신선한 관점 뿐만 아니라, 재밌는 소설을 읽듯 쉽고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 슈테판 츠바이크만의 손 맛에 또한번 즐거움을 느꼈다.

다만 중간 중간 몇 편들은 호기심에 가속을 붙여주기에는 다소 힘에 부치는 것 같고, 우연을 강조하기위해 너무 많은 이야기를 끌어다 쓴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정도의 흥미진진한 내용과 그의 글솜씨라면, 단 몇 편으로도 충분히 깔끔하게 내용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동로마의 몰락편과 나폴레옹편, 헨델의 메시아 편이 가장 재밌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역사책은 너무 지루하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다른 시각을 심어줄 것이다.

할아버지가 주는 영혼의 치유법

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사실 이 책을 사서 읽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하지만, 생각날때마다 틈틈히 같은 일상에 지칠때, 하루의 소중함을 깨닫지못하고 기쁨대신 불행과 마주할때마다 난 이 책을 꺼내들곤 했다.

그리고는 단 몇페이지라도 몇시간이고 앉아서 천천히 글자 하나하나를 읊조리면서 읽어나갔다. 그때마다 어느새 지친 영혼은 다시 조금씩 채워졌고, 불행도 기쁨으로 웃어넘길 수 있다는 꽤 그럴싸한 자신감도 붙었다.

 

이 책표지엔 '영혼을 울리는 책'이라는 꽤 거한 수식어가 붙어있다.

글쎄, 난 영혼의 울림같은건 모르지만, 소박하게나마 그가 샘에게 보내는 조언이 결코 샘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치유법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그가 이 책을 통해 나 또한 어루만져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꽤 오랫동안 나를 다독여 주었던 책, 이제는 마지막장까지 넘기고

시원섭섭한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에게 내 야윈 영혼을 다시 살찌워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온전한 나로서 떠나는 여행

Love & Free - 자기를 찾아 떠나는 젊음의 세계방랑기
다카하시 아유무 글, 사진, 차수연 옮김 / 동아시아 / 2002년 8월

잠못드는 밤, 시간은 많이 남아돌지만 지루한 오후를 보내는 그 날,

그럴때면 어김없이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 들곤 한다.

화려한 여행은 아니지만,

소박한데서 행복을 찾으며 사랑하는 여자와 떠난

자유로운 여행.

외국인과는 악기로 서로 소통하며 친구가 되고,

편한 집을 두고 

싸구려 여관에서 잠을 잘 지언정

여행을 하며 온전히 '살아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

안정된 모든 것에서, 내가 살면서 정해놓은 테두리안에서

잠시 벗어나

그는 자유와 행복을 노래하고 있었다.

괴짜인 그의 유쾌함이

곧 나에게로 전해져 못들던 잠도 편하게 청해지고,

지루함도 기분좋은 훈훈함으로 바뀌어버린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었다.

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그사람이 가진 것을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것이라고. 

그런 점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행복함을 만드는 방법을

잘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않았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기아는 진정 식량부족으로 발생하는가?'

라고 이 책에서 물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이들이 굶주리는 이유가 결코 전세계 식량비축량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굶주리는 사이 반대편 땅에선

많은 생 옥수수들이 가축사료로 쓰여 소들을 살찌우고

잘 영글은 많은 곡식들이 시장에 팔리지못하고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땅 속으로 매장되고있다.

군 독재와 정치권의 이권다툼 속에서 국민들은 굶주린다.

지원받는 곡식들은 그런 인간들의 창고로 들어가, 그들의 살이 되고 그들의 힘이 된다.

지원물자조차 받지 못한 국민들은 다시 굶주림의 연속이다.

이름모를 무덤들이 많다.

아이의 꺼져가는 맑은 눈망울을 보는 부모들이 많다.

무상분유를 지원하고, 나라를 살리려했던 야망찬 젊은 대통령은

그의 그런 꿈으로 인해 죽임을 당한다.

다국적기업에게 필요한건 그들의 돈을 채우는 일이다.

세상 모두 자기 잇속 챙기기에 의해 돌아간다.

힘을 가지지 못한 자들은

힘을 가진 자들에의해 목숨이 좌지우지 되지만,

세상은 그들의 파리목숨에 관심갖지 않는다.

분명 모순되었고, 많이 꼬였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알고 있지만...

세상은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이 이런 현실을 직시해서

마음 속에서 조금이라도 무언가 꿈틀거릴 수 있길 바란다.

한번만 더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도 그들과 동떨어진 제3세계의 사람인지...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