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의 우연에서 시작해서 역사로 남았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찰나의 우연이 미래의 거의 모든 것 뒤바꿔버린다면?"

이 책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치밀한 전개와 마땅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을 상황으로 야기되었을 것 같던 역사적 사건도 실은 단 한순간의 과오가, 혹은 단 한순간의 영감이 역사의 판도를 결정했다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너무 순차적으로 흘러가는 역사물에 지루함에 빠졌을 수도 있을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기세등등하게 유럽을 호령하던 나폴레옹에게 몰락을 가져온 '워털루전투의 패배'가 고작 지휘관 한 명때문에 비롯되었다면?

잊혀진문 '케르카포르타'가 동로마의 몰락과 그 이후 서양사의 판도를 완전 뒤바꿔 놓았다면?

이 책을 읽으며 여느 역사책과 다른 신선한 관점 뿐만 아니라, 재밌는 소설을 읽듯 쉽고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 슈테판 츠바이크만의 손 맛에 또한번 즐거움을 느꼈다.

다만 중간 중간 몇 편들은 호기심에 가속을 붙여주기에는 다소 힘에 부치는 것 같고, 우연을 강조하기위해 너무 많은 이야기를 끌어다 쓴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정도의 흥미진진한 내용과 그의 글솜씨라면, 단 몇 편으로도 충분히 깔끔하게 내용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동로마의 몰락편과 나폴레옹편, 헨델의 메시아 편이 가장 재밌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역사책은 너무 지루하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다른 시각을 심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