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 창비청소년문학 55
송경아 지음 / 창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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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과학소설이나 판타지를 즐겨 읽고 리뷰를 하는데 사랑 이야기라는 생소한 분야(?)라서 그런지 오히려 어떤 식으로 감상을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판타지의 이차세계나 외삽으로 구축된 근미래에 툭 떨어졌을 때보다 더 당황스럽다.


누나와 동생이 한 남자에게 동시에 반하는데, 사실 동생은 동성애자로 자신의 짝사랑을 숨기고 누나와 그 남자를 이어주려 노력한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청소년 동성애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작가는 센세이셔널한 면을 되도록 배제하고 여느 사랑 이야기처럼 담담하게 풀어나가고 있으며, 덕분에 이야기가 조금 더 보편적으로 다가와 쉽게 공감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이성애자인 나도 짝사랑 벙어리 냉가슴앓이는 실컷 해봤으니까...


오히려 이 작품을 읽으며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이런 점이다. 보통 첫사랑에 관한 기억이라면 매체 불문하고 다소 미화되어 (사랑이 이루어진 경우라면) '어쩔 수 없이 헤어졌지만 그때 우리는 참 아름다웠지...' 혹은 (짝사랑에 그쳤다면) '말하진 못했지만 언제까지나 기억할 거야' 이런 식으로 회고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예경과 성준으로부터 동시에 애정의 대상이 되는 희서라는 인물은 아무리 잘 봐줘도 그냥 꼴통 속물에 불과한 인물로, 이런 식의 미화가 도무지 끼어들 만한 구석이 없다. 특히 희서가 동성애자들에 대해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주인공이랑 그 누나는 이런 인간이 뭐가 좋아서 쫓아다니는 거야?'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첫사랑의 환멸을 더욱 강하게 느끼도록 작가가 의도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만약 그렇다면 제대로 먹혀든 것 같다.


그리고 성준이 짝사랑하던 친구 동일이와 함께 요양병원에서 봉사하는 장면에서는 다소 울컥했다. 나를 이뻐해주시고 맡아서 키워주신 외할머니께서 암투병 끝에 몇 년 전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던 것이 문득 기억났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주인공이 동성애자라서 다소 특별한 첫사랑 이야기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첫사랑 이야기라는 점이며 누구나 한 번쯤은 겪고 넘어가는 일이기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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