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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 2015 쇼팽 콩쿠르 우승 실황앨범 - 한국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
쇼팽 (Frederic Chopin) 작곡, 조성진 (Seong-jin Cho)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15년 11월
평점 :
클래식 수상자가 이렇게 크게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을까?
사실 이 쇼팽 콩쿠르만 해도 우리나라 수상자들이 이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성진 연주자가 이렇게 유명해진것에는 특별함이 있다.
첫번째로 그는 1등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수상자가 여러명 있었지만 1등한 사람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1등에 열광하는 우리나라이니, 당연히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클래식에 별 관심이 없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다른 쇼팽 콩쿠르 입상자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임동진 임동혁 형제가 한꺼번에 3위를 수상한 특별함도
우리나라에선 그 당시에 이정도로 이슈화되지는 않았던 듯 하다.
두번째의 이슈화 된 것은 바로 연주자들의 점수가 발표되었고,
특히 조성진 연주자의 점수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점수를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의로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1점처리.
사실 예술분야의 점수는 일반인의 기준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우리가 이런 점수에 대해서 왈가왈부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한사람의 심사위원이 일관성없는 태도로 내내 조성진 연주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다가
어느순간부터 1점으로 때려박다못해
윗 단계로 보내면 안된다고 못박았을 때에는 이쯤되면 이상하다. 아주 상당히.
이러한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조성진연주자는 정말 유명해져 버렸다.
심사위원이 음악을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서 점수를 그렇게 준 것인가?
이부분도 사실은 음악하시는 분들은 알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다르다 하더라도 심사위원까지 할 정도의 내공이라면
그가 뛰어난 사람인지 아닌지 정도는 가려낼 귀와 눈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성진연주자에게 향해진 1점처리는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리라.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서, 나는 조성진연주자의 연주를 논할만한 수준이 되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의 시디를 구입하게 된 계기는 그가 1등을 해서도 아니고, 그가 이슈가 되어서도 아니다.
나는 그의 인터뷰에 깊이 공감을 했기때문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쇼팽이 작곡을 할 당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연구했다'는 말을 했는데, 내가 추구하는 음악과 비슷하여 조성진의 음악을 만나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원래 그레고리안 성가를 좋아하고 바로크와 고전의 음악을 사랑한다.
딱 들으면 알겠지만, 나는 답답할 정도로 경건하면서도 꽉 짜여진 그 시대의 음악이 좋다.
물론 낭만 시대의 음악도 좋기는 하지만, 우선 순위로 둔다면 역시나 바로크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연주할때에 느낀것인데 의외로 바로크시대의 음악들은 낭만처럼 연주하기 좋은 흐름을 갖고있다.
그래서 그부분을 낭만처럼 연주하기 시작하면 바로크의 엄격한 느낌은 사라지고 아름다운 낭만노래가 들려오게 된다.
물론 이렇게 연주하는 편이 듣는 사람들도 더 아름답게 들리고 감동스럽게 들리기도 하지만(실제로 이렇게 연주하는 연주자들도 많다)
나는 역시나 그렇게 아름다운 바로크보다는 엄격하고 경건한 바로크가 좋다.
그래서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연주할때에는 노래의 흐름이나 아름다움보다는 악보대로의 꽉 짜여진 연주가 훨씬 더 바로크의 느낌을 살려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조성진이 당시의 느낌을 살려 연주했다는 인터뷰는 나와 매우 같은 해석방법을 갖고있다고 생각을 하여 관심을 가지고 구입을 하게 되었다.
쇼팽은 자국 폴란드에서는 꽤 알려진 쇼팽도 프랑스에 온 이후로는 다시 바닥부터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생활은 너무 힘들었고, 음악적으로도 생활적으로도 적응이 어려웠던 듯 하다.
그당시의 유행은 기교에 치중하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쇼팽은 오히려 기교보다는 서정적인 느낌에 초점을 두고 연주하고 작곡을 했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쇼팽의 작품들이 매우 기교적으로 뛰어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연주자들의 손가락이 요정처럼 날아다니며 연주하는 쇼팽의 곡들때문에 그리보인듯하다.
쇼팽은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편하지 못한 삶을 산 듯하다.
턱도없는 어린 여자를 사랑했고, 그 사랑은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그런 쇼팽의 삶가운데, 조성진은 쇼팽이 작곡한 시절의 삶과 느낌과 정신을 찾아내어
그것을 고증하여 연주하고자 했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그의 방식을 매우 존중한다.
그래서 그가 들려주는 소리들에 귀기울여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쇼팽의 삶과 사랑속으로 여행을 떠나볼 수 있다.
때마침 임동혁님도 비슷한 시기에 쇼팽을 주제로 시디를 출시해서 나는 기쁜 마음으로 두개의 시디를 모두 구입했다.
요즘 몸이 좋지 못해서인지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그럴때에 느긋하게 들려오는 피아노소리는 내 삶의 아픈 부분을 만져준다.
나는 음악을 좋아했고 또 음악을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어느순간부터 음악을 공부하는 아이를 기르고 있으니, 어쩌다보니 나는 음악에 둘러쌓여 살고 있다.
내게는 그동안 허락되지 않았던 평온한 삶이 건강도 저물어버린 이제야 찾아오다니 삶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아이 연습소리가 시끄러워 시디를 자주 듣지못하는 방학이지만,
이제 개학하고나면 나의 오후는 내리쬐는 햇살과 함께 피아노소리가 울리리라.
쇼팽을 연구하고 쇼팽을 연주하고 쇼팽을 이야기하고 쇼팽을 고증한 조성진의 연주는,
나에게는 매우 설득적이고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
쇼팽의 아름다움, 쇼팽의 불완전한 사랑, 쇼팽의갈등을 담은 조성진의 연주는
나처럼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연주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