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 보이스 알죠?” 벤이 말했다. “우리는 보이스의 펠트 양복도 한 벌 샀어요.”
레이시도 보이스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탤리 갤러리에서 보낸 세월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펠트 양복」은 보이스의 1970년 작품으로, 같은 작품을 백 점 제작했다. 옷걸이에 양복 윗도리와 바지를 입혀서 벽에 걸어 놓은 형태였다. 얼른 보면 양복을 입은 투명인간 같았다.

 

 [요셉 보이스, 「펠트 양복」, 1970년] 


“그것 때문에 아주 웃긴 일이 있었죠.” 벨린다가 말했다.
“우리 갤러리 오프닝 날이었어요. 축하 만찬을 할 때요.” 벤이 말했다. “그게 언제였지, 여보?”
“90년대 초반이요.” 벨린다가 말했다. “우리가 갤러리를 오픈한 게 그때잖아요.”
보그스 부부는 코네티컷의 저택에 개인 갤러리를 가지고 있었다.
“오프닝 파티를 대대적으로 열었죠.” 벨린다가 말했다.
“그날 나는 턱시도를 입었어요. 그런데 턱시도와 화이트 크림 케이크와 서투른 웨이터가 만나면 항상 일이 터지죠.”
“여기부터 진짜 웃겨요.” 벨린다는 이렇게 말하며 아까처럼 손바닥을 올려서 남편의 말을 막았다. “그래서 이이가 어떻게 했게요? 벽에서 펠트 양복을 벗겨서 화장실에 가서 그걸로 갈아입었어요. 이이가 펠트 양복을 입고 나오니까 박수가 터졌어요!”
“그날 손님들 대부분이 미술계가 아니라 금융계였어요. 우리가 운이 좋았죠. 그래도 전설적인 얘기가 됐어요.”
레이시는 웃었다. 하지만 레이시는 보이스가 감상적인 아티스트였고, 「펠트 양복」도 진지한 작품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펠트 양복」은 보이스가 전후 독일에서 느꼈던 전쟁에 대한 죄책감과 회한을 담은 작품이었다.
“입는 바람에 양복이 구겨졌어요. 그래서 다른 걸로 한 벌 더 샀죠. 하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었어요.” 벤이 말했다.
“구겨진 것은 털사에 있는 미술관에 기증했어요. 그게 뭔지 설명하니까 아주 고마워하더라고요.” 벨린다가 말했다. “벤이 한 번 입었다는 말은 안 했어요. 스팀다리미로 주름을 펴서 줬어요.”
식사 중반에 벤은 이미 취기가 역력했다. 벨린다는 계속 주절댔다. 그 와중에 벤의 머리가 자꾸 빙글 돌면서 벨린다 쪽으로 기울었다. 집중하려 애쓰는 벤의 얼굴이 가관이었다. 레이시는 사람들이 보그스 부부를 자신의 엄마, 아빠로 알까 봐 겁났다. 레이시는 화장실에 갔다가 레스토랑 밖에서 두 사람과 합류했다. 벤이 자신의 차로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지만 레이시는 사양했다. 벤의 취기가 자동차 기사에게까지 전염될 것 같아 무서웠다.

 

 

 

 

 

그림, 돈 그리고 음모

레이시 이야기

스티브 마틴 장편소설, 이재경 옮김, 홍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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