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지진제와 두 번째 상량식
그날은 가랑비가 내리는 조용한 날이었다.
아침부터 차분한 느낌이었다. 지진제(地鎭祭)의 준비에 대해 요시노 씨에게 다시 듣고 건축가 아카세가와 겐페이 씨의 책 『나는 건축주로소이다』를 여러 번 읽으며 뭘 해야 하는지 파악했다. 긴장된다.
우리 가족이 현장에 도착할 때쯤에는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땅을 다시 찾았다. 남쪽의 생활녹지에 차가 다니지 않아서인지 정말 한가로운 풍경이었다. 사람도 다니지 않았다.
조그만 천막을 쳐 두었는데 학교운동회에서 쓰는 것과 비슷했다. 요시노 씨가 비 올 것을 걱정해 미리 마련한 것이다.
잘 보니 땅 위에 집이 들어설 자리를 정방형으로 표시해 두었다. 천막 크기와 비슷하다. 진짜 작구나. 4개월 후에는 여기서 가족 넷이서 살게 된다.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으니 고이즈미 씨와 데라바야시 씨가 도착했다.
“드디어 시작이군요.” 이분들도 조금 긴장한 눈치다.
이바타 건축 관계자와 우리 부모님도 오셔서 지진제를 시작했다. 이바타 씨의 소개로 근처 신사의 신관이 오셔서 지신에게 축원을 올렸다. 스미레와 아오이도 처음 보는 광경에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거렸다. 건축주인 내 순서가 되었다. 고이즈미 씨를 이어 내가 괭이질 시늉을 냈다.
“영차! 영차!” 하니 앉아있던 아오이가 피식하고 웃는다.
너무 긴장해서 목소리가 많이 올라갔다. 모두들 웃었다. 재미있는 지진제 체험이었다.
지진제를 올리고 20일쯤 후인 7월 15일 상량식이 있었다. 금세다. 여름답게 제대로 더운 날이었다. 아침부터 일꾼들이 기둥과 보를 조합해 세우고 있었다. 기둥전에서 보고 6개월만인가. 이번에는 기초도 제대로 된 곳에 서 있다.
전람회에서 한 달이나 질리게 봤는데도 다른 느낌이다. 세워지는 장소에 따라 이렇게 달리 보일 수도 있는 걸까, 라고 생각했다. 감동적이라는 느낌과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6월 26일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의 지진제가 열렸다. 가족과 고이즈미 사무소 직원들, 이바타 건축 직원들 등이 모였다. 근처의 신사에서 신관을 모셔와 지신의 노여움을 풀고 원만한 공사를 기원했다.
상량식은 저녁부터 열렸다. 공사관계자, 친척, 친구 등 30명 정도 모여 북적북적했다. 상량식은 축조공사의 마지막에 용마루 밑에 서까래가 걸리게 된 마룻대를 올리는 의식이다.
우리는 의식이라기보다는 공사가 무사히 끝나기를 바라는 모임 정도의 성격이었다. 세운 주량들 사이에서 베니어 테이블을 놓고 술과 간단한 안주를 나눠 먹었다. 4개월 후에는 이 집에 살게 되는 걸까. 완성한 집에서 마시는 맥주는 어떤 맛일까. 어떤 공간이 만들어질까 기대된다.
요시노 씨도 “이렇게 떠들썩한 상량식은 오랜만이에요. 좋네요.”라며 즐거워하셨다. 요즘은 형식적인 상량식이 많다고 한다. 술을 마시고는 집 주위를 돌며 귀신잡기를 했다. 슬슬 어두워지고 취기도 오를 즈음 해산했다.

28평의 땅 위에 9평의 집을 축조. 7월 15일 상량식을 하고 목수들의 손으로 다음 단계가 진행되고 있다. 조금씩 집의 모양이 갖춰지는 걸 보고 있는 게 정말 즐겁고 귀중한 체험이었다.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 집주인 하기와라 슈 지음
건축기사 박준호 옮김
(홍시, 2012)
본 연재는 [아홉 평 나의 집]에서 발췌하여 한달간 계속합니다. (월~금 업데이트)
이 책은 전시회 기획자였던 저자가 '9평의 집' 마쓰자와 주택을 우연히 만나 이 집을 재현해 자기 집으로 만들기 위한 분투기이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자는 땅 찾기부터 고집대로 집 짓기까지 좌충우돌하지만, 이를 통해 집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았고 인생이 달라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