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미야와키 마유미 씨가 어떤 책에서 “집은 가족이 눈치 볼 것 없이 풀어지는 공간”이라고 했다. 리빙룸은 가족 공유의 공간이다. 가족이 자연스레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이곳이 집에서 아주 중요한 공간이 아닐까. 가족과 집의 관계, 그런 생각을 생각하지 않으면 좋은 집이란 가능하지 않겠지.


하지만 가볍지 않은 문제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자 머리가 점점 더 아파 온다.

후지와라 토모미 씨가 쓴 『집을 만든다는 것』이라는 책의 부제는 ‘후회 않는 집 짓기와 가족관계’였다. 집과 가족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책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가족의 헝클어진 끈을 풀어 다시 새롭게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유일한 수단으로 ‘가족을 새롭게 만들기’도 가능한 것이다.”

정말 그럴까. ‘집 짓기’도 제대로 되지 않고 가족이 붕괴하는 사태도 있지 않을까. 집을 신축하기 위해 이런저런 것들을 계획하는 동안 결국 이혼한 경우도 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었다.

가족 관계와 방의 배치를 묶어 생각해 보면 생활 시간이 다른 가족이 각자의 생활로 바빠 같이 있는 시간이 없다. 결국 각자의 방이 필요한 것뿐 같이 살고 있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러니 ‘집을 만든다’는 것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 특히 가족의 생활에 맞추어 집을 만들자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이제까지 어떻게든 같이 살아왔는데. 가족의 생활을 새롭게 본 순간에 가족으로 있는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다.

가족으로서의 의미를 담으려는 것도 위험하다. 행복한 가족을 연기하는 것보다 인연이 닿아 함께 살고 있다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사람은 혼자다. 이런 말을 하니 “당신 정말 냉정한 사람이에요.”라는 말을 마누라에게 듣는 것일까.

현대가족은 많은 문제를 안고 산다.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도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다거나 가정폭력, 심지어 살인까지 일어나는 세상이다. 무서운 세상이다. 이유가 뭘까. 집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어떤 집에 살든 일어날 문제는 일어나겠지. 문제와 집을 연관시키는 게 이상한 것이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문제가 적은 집을 만들고 싶다는 사람들은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문제는 ‘가족을 위한 집’이라는 사고방식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들만이 보는 장소, 남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장소. 그곳에서는 뭘 해도 좋다는 느낌. “우리만의 집이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라는 생각이 드는 곳.

역시 집에는 타인의 눈이 필요하다. 남의 눈이 있어서 처음으로 집과 가족이 성립하는 것이다. 남의 눈이란 친척이나, 이웃, 친구일 수도 있겠다.

가족들이 마음 편히 노는 것만으로 집이 성립되지는 않는다.


매년 기념 파티에서 연주회, 바비큐 파티, 하이쿠 발표회, 그릇 전시회 등 여러 가지를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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