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누구랑 살 생각이에요?”

땅 계약이 끝나고 설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 시점에 마누라가 물었다.

“설마 고이즈미 씨와 살 집을 만들려는 건 아니죠?”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의 설계에 관해 나와 고이즈미 씨 둘이서 너무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고이즈미 씨와 회의할 때 가능하면 마누라도 참석시키기로 했다.

어떤 건축가 말로는 회의에 부부가 함께 참석하지 않으면 그 집의 설계는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남편 또는 마누라 한쪽만 참석할 경우 나중에 분명 문제가 된다고 한다.

물론 함께 살 가족 모두의 의견이 중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살 집에 대해 요구가 있기 마련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건축가도 가족 전원으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고 계획을 잡아야 한다. 가족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문제가 많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 가족도 고이즈미 씨를 굉장히 곤란하게 만들었다.

나와 마누라의 의견이 달라 어느 쪽을 중시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을 테니까.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무리한 주문도 많았다. 처음 한 소리를 뒤집고 변덕을 부리기도 한 우리의 의견을 끝까지 경청해 반영한 고이즈미 씨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세어 보니 착공에 들어간 5월까지 마누라와 함께 고이즈미 씨를 만난 것은 여덟 번이다.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한 것은 땅 계약을 완료한 3월부터이니 2주에 한 번 정도 만났다.

회의 외에도 고이즈미 씨와 이바타 건축에 가거나, 마누라 따돌리기 작전을 세우거나, 업무 관계로 만나거나 했다.

고이즈미 씨는 팩스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를 조정해 주었다.

나는 설계를 시작할 무렵 생각난 일, 요구조건, 아마추어로서의 아이디어 등을 계속 고이즈미 씨에게 팩스로 보냈다. 여기에 대해 고이즈미 씨는 일일이 답변을 적어 팩스로 다시 보냈다.

보통 집의 설계는 1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 하는 것이 좋다고들 한다.

우리는 기둥을 이미 갖고 있긴 했지만 집 짓기로 마음먹은 1월 9일부터 10월 말 안에 완공해야 한다는 무모한 계획을 세웠다. 땅 계약이 2월 말이었으니 3개월 안에 설계를 끝내야 했다. 설계 기간은 3개월뿐이었다. 정말 6월에 착공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고이즈미 마코토 씨.

1960년 도쿄 태생. 현재는 생활용품부터 

가구, 공간, 건축까지 생활에 관계되어 있는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이다.


1996년 OZONE에서 개최된 ‘고이즈미 마코토의 맛있는 스툴 전’ 전람회장. 사진의 앞에 보이는 것이 ‘주먹밥 스툴’, 뒤에 보이는 것이 ‘햄버거 스툴’이다. 하얀 전시 공간을 스티로폼으로 만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