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人 신춘기획_1
바리스타 김상일 인터뷰_바리스타는 무엇으로 사는가
바리스타(이탈리아어: barista)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중심으로 하는 높은 수준의 커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커피의 종류와 에스프레소, 품질, 종류, 로스트 정도, 장비의 관리, 라떼 아트 등의 커피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숙련된 커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말한다. 이탈리아어로 bar는 cafe를 뜻한다. (위키피디아 한글판 발췌)
그렇다. 위키피디아는 바리스타를 이와같이 정의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것처럼 라떼아트를 하는 사람이 바리스타가 아니라 높은 수준의 커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한 잔의 커피를 손님에게 서비스하는 사람이 진정한 바리스타인 것이다. 바리스타가 주인공인 TV 드라마가 인기를 끈 이후 커피 뿐만 아니라 바리스타에 대한 직업적인 관심이 부쩍 증가하여 많은 사람들이 커피에 도전을 하고 있다. 한국의 커피 문화를 위해서는 무척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이러한 커피 바리스타 붐이 진정한 커피 문화의 초석으로 연결될지는 아직 확증이 서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동안 바리스타의 화려한 외양만을 보고 그 본질은 외면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한 명의 바리스타를 만날 것이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현재 이 땅에서 바리스타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것이다. 그리고 이 인터뷰가 앞으로 바리스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나 커피전문점을 창업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
왜 바리스타가 되었나?
옷! 처음부터 세게 나온다. (잠시 생각하다가)난 나만의 카페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돈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처음엔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닥치고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나이가 점점 들고 있었다. 게다가 돈도 못 모았다. 이러다간 카페를 창업하긴 커녕 커피에 대해서 공부도 못할 거 같은 위기감이 들어 바로 커피샵으로 뛰어들었다. 지금 당장은 커피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결국 커피를 배우려고 바리스타가 되었단 말인데 그래서 많이 배웠나?
전혀! (웃음) 커피란 것은 일하는 과정에서 절대 배울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을 뿐이다. 커피 전문점의 매뉴얼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커피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커피를 배우려면 별도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하루 10시간 이상을 서서 일하는 바리스타란 직업 특성상 웬만한 독종 아니면 그리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렇다면 커피 전문가로 알려져있는 대부분의 바리스타란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되는건가? 당신만 특별히 게을러서 공부할 시간이나 기회를 못 가진게 아닌가? 게다가 향후 카페를 창업하고자 한다면 커피 말고도 다른 필요한 것들이 있을텐데 적어도 점포 관리나 손님 접대 등과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음..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내가 경험한 커피 전문점의 경우엔 일을 열심히 하면 할 수록 바리스타란 전문직으로서 자긍심이 높아지기 보다는 몸값 비싼 식당 종업원 대우를 받았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렇다고 커피전문가가 되어있지도 않았다. 물론 커피 메뉴 만드는 것은 도가 트지만 도대체 내가 뽑는 에스프레소는 어떻게 블렌딩되어있는지 조차 모르고 세월을 보내야 한다. 이런건 매장 경험이 많다고 해서 저절로 배워지는 것이 아니지 않나. 적어도 내 입장에선 이런건 매장 매니저일 수는 있겠으나 커피 바리스타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 예를들어 아까 말한 에스프레소 블렌딩의 궁금증 같은 것을 해소할 수 있는 진짜 커피 공부를 하려면 뭔가 커피 교육 전문기관을 찾아가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현재 한국 커피 전문점 근무 여건 구조상 이런게 쉽지 않다는 거다. 당신이 한번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학원 가서 공부해보라. 그게 어디 쉽나? 이게 어디 대기업 직원들이 칼퇴근해서 카페라테 한잔 들고 듣는 영어 학원 다니는 것과 같냐 이말이다.
알았다. 흥분하지 마라. 그러니까 현재 커피 전문점의 시스템이 바리스타 입장에선 그다지 발전적 구조가 아니란 말로 이해하겠다. 그리고 대부분의 커피 매장에서 일을 하면서 커피를 배운다는 것은 어렵다란 말로 정리하겠다. 다시말해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바리스타의 이면엔 이렇게 구조적으로 힘든 삶이 있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리스타를 계속하는 이유는 뭔가?
참나..당신 <88만원 세대>란 책 읽어봤나? 지금 이 나이에 다른 직업을 선택해서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정녕 모른단 말인가? 하지만 내가 그렇기때문에 계속 바리스타를 고집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야 아직도 커피에 대한 꿈이 있고 카페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어렵고 힘든 현실을 견뎌낼 수 있는 거다.
그럼 단순히 커피에 대한 꿈 하나로 지금의 어려운 현실을 견뎌내고 있는건가?
물론 아니지. 중언부언이 될지 모르겠지만 커피가 뭔지도 모른 채 나중에 멋진 카페 하나 차리고 싶다는 막연한 꿈 하나로 바리스타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하루 10시간 이상씩을 일하다보니 따로 커피 배우러 갈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집에 가면 하루에 4~5시간씩 잠 안자고 커피에 대한 책이나 인터넷 정보를 뒤지면서 커피 공부를 시작했다. 말하자면 독학을 한거지. 이렇게 한 1년을 커피 폐인으로 지내다 보니 그제서야 커피에 대해서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앞으로 커피를 어떻게 어디서 그리고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가 마음속으로부터 구체화된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 다니던 커피샵을 그만두고 커피아카데미들을 찾아다녔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의 모든 커피 관련 교육 기관들의 수강료가 만만치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나름대로 하나 하나씩 다 방문 면담을 하면서 신중하게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아카데미가 우수하냐가 아니라 앞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을 가르쳐줄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당신에게 필요한 뭔가가 무엇이었나?
내가 공부한바로는 바리스타란 커피 전문가다. 커피 메뉴를 매뉴얼대로 만들어 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런데 바리스타 전문 학원들을 알아보니 요즘은 그렇지 않겠지만 당시엔 라떼아트로 편중된 곳이 많았다. 하지만 내게 필요한 것은 그런게 아니라 뭔가 더 본질적인 것이었다. 예를들면 커피 로스팅이나 블렌딩 같은 거 말이다. 즉 나에게 생소한 분야를 파고 들고 싶었다. 내가 로스터가 되고 싶거나 되어야 겠다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내가 이것을 공부해야 진정한 바리스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나만의 어떤 확신 같은게 많았던 거 같다.
그럼 로스팅을 배우고 다시 바리스타 현업으로 돌아왔더니 예전과는 뭐가 달라졌나? 혹시 로스터가 되고 싶어지지 않았나?
난 커피 로스팅과 핸드드립 추출을 배웠는데 우선은 인터넷이나 책만으로는 해소가 안되는 커피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답답함이 해소되었다. 당시엔 왜 내가 이런 교육을 진작 받지 않았을까란 후회가 막 밀려왔었다. 어쨌든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현업으로 다시 돌아올 때의 느낌은 뭐랄까 좀 과장하면 규화보전을 손에 넣은 동방불패가 된 듯한 뭐 그런 거였다.(혼자 웃음)
하지만 로스터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은 안했다. 로스터는 바리스타와는 또 다른 커피 전문 영역이다. 커피 세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존재이긴 하지만 아쉽게도 재능이 없이는 절대 도달 불가능한 영역인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멋진 바리스타란 노력하면 어느 정도 도달이 가능하지만 뛰어난 로스터는 노력만으론 절대 안되는 것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교육을 마치자 예전에 자주 느꼈던 위기의식에서 좀 해방되어 심적인 여유가 생겼다. 여유가 생기다 보니 매장에서 손님을 자꾸 살피게 된다. 누가 나에게 커피에 대해서 질문을 하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웃음) 농담이 아니라 바로 이런 태도가 손님의 대한 진심어린 서비스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매뉴얼화된 서비스가 아니라 진짜 감성적인 친절 말이다.
음, 매트릭스의 네오가 그 분이 되어 현실의 세계로 돌아온거군. 멋진 말이다. 감성적인 울림이 있는 서비스를 받으면 누구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샵이 있다면 누가 마다하랴. 그러니까 커피에 대한 지식을 써먹는다기보다는 커피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당신을 받치고 있다란 말로 들린다. 자, 그렇다면 한국에서 바리스타란 직업의 위상과 미래 가치는 어떻다고 보는가?
앞서도 말했지만 내가 바리스타란 직업을 택한 이유는 커피를 공부하고 싶어서였고 커피를 공부하고자 했던 이유는 나만의 멋진 카페를 오픈하고 싶어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바리스타가 되면 오히려 커피에 대한 진짜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 바리스타 자격증이란 것이 있지만 내가 보기엔 의미없다. 자격증을 소지했다고 해서 그 위상이 스스로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취업이 잘되는 것은 더더욱 아닌거 같다. 물론 커피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볼 수 있는 기회는 될 수 있겠지. 바리스타의 위상과 미래가치는 철저하게 그 사회의 커피 소비 문화가 어떤식으로 펼쳐지는가에 달렸다고 본다. 말하자면 바리스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말씀.
잘 알았다. 너무 달려온 느낌이다. 화제를 잠시 바꾸자. 평소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지만 속으로는 정말 저건 아닌데. 아이구 이걸 참아야하나? 뭐 이런 생각이 들때가 많을 거 같은데 이런 기회를 통해 손님들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 없나?
그러니까 매뉴얼대로만 사고하고 서비스하면 그런 일이 생기는 거다. 바리스타와 손님사이에 커피가 존재해야 한다. 그것도 감성적으로 말이다. 그러면 손님들이 매장 바리스타의 팬이 되버린다. 팬이 되면 컴플레인이 아니라 편을 들어준다. 아, 바쁘면 좀 늦을 수 도 있지. 하고 양해를 해주는 거다. 그러면 또 바리스타는 나중에 리필을 한잔이라도 신경써주는거지. 이런게 교감이다. 하지만 모든 손님이 이런 건 아니다. 일단 저희 매장에 처음 오시는 손님들께 한말씀 드리자면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커피를 즐기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시고 에스프레소 메뉴의 속도를 기대하시면 저희로서도 어찌 해결이 안된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법칙까지 바꾸면서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웃음)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불만을 표출하는 손님을 좋아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불만을 말씀해주시고 다음 번에 다시 방문을 해주시는 게 좋다. 분명 표정은 불만이 있는거 같은데 아무말 없이 가시는 손님들은 백발백중 다시 안오시거든. 손님들이여 불만을 토로하라!
나중에 커피샵을 직접 차리게 되면 엄청 잘 하실 거 같다. 나름대로 터득한 커피샵 성공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그야 물론 닥치고 친절하라. 이거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매뉴얼화된 친절이 아니라 감동이 있어야 한다. 예를들어 무조건적인 리필이 아니라 방금 이 손님이 어떤 커피를 마셨는지를 고려한 리필 커피 메뉴 선정 같은 거 말이다. 리필 커피는 손님이 매장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마시는 커피다. 즉 손님은 리필 커피의 마지막 한모금을 이 매장의 느낌으로 가지고 간다는 것인데 이보다 더 중요한 커피가 있으랴. 이런 걸 신경쓰는 것이 진정한 커피샵의 친절이다.
당신이 일하는 커피샵은 정녕 이렇게 서비스를 하고 있단 말인가?
당근이다.
잘 알겠다. 손님들 얘기는 했으니 이젠 커피샵을 운영하시면서 바리스타들을 고용하는 사장님들을 위해서 한말씀 해달라. 왜냐하면 돈은 결국 바리스타가 벌어다 주는 거 아닌가? 뭔가 바리스타와 점주와는 팽팽한 신경전이 있을 거 같은데 뭐 할말 없나?
(할말이 엄청 많지만 해탈의 표정으로 관리한 후)다른 말은 필요없고 이 세상 모든 커피샵 점주님들이여 제1의 손님은 바로 직원임을 잊지 말아달라.(여기서 제1은 첫번째란 의미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가 같이 쓰였다고 덧붙였음)
끝으로 후배 바리스타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 어떤 것인지 말해달라.
음..당연히 노력이 우선이고 그 다음은 인내심, 마지막으로 배려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까 자신을 위한 노력이다. 내가 커피 교육을 받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들이 바로 동료 또는 후배 바리스타들이었다. 쟤네들도 나랑 같이 커피를 배웠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내내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인내심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보다 성숙해 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손님들에 대한 배려는 물론 동료 그리고 고용주에 대한 배려는 자신을 보다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결국 이러한 세가지 덕목은 바리스타뿐만 아니라 세상에 나가 무엇을 하던지 필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 누구 말처럼 건투를 빈다!
진행 및 사진 : 소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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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커피를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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