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커피도 원두 커피

우리는 흔히 원두 커피란 말을 사용함으로써 인스턴트 커피와 구분을 하고 있는데 사실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인스턴트 커피도 커피 원두로 만들기때문에 엄밀하게 따지자면 원두 커피의 일종이다. 따라서 인스턴트 커피와 구분되는 '원두커피'의 올바른 대치어는 '레귤러 커피(regular coffee)'다. 그런데 한국에서 레귤러 커피란 말은 커피 컵의 사이즈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한국은 커피의 질 보다는 양에 집착을 해왔다는 반증일까? 여하튼 오늘도 원두커피 즉, 레귤러 커피에 대해서 알아보자.

로스터리 카페는 또 뭐지?

커피 나무의 열매에 들어있는 씨(이를 '파치먼트'라 부른다.)를 건조하면 생두(生豆)가 된다. 보통 생두를 그린빈이라 부른다. 그 이유는 갓 수확한 생두는 녹색빛을 띠기 때문이다. 이 생두를 볶은 것이 바로 커피 원두(原豆)다. 따라서 커피는 결국 씨앗(콩)을 먹는 것이다. 다만 볶지 않고서는 커피를 먹을 수 없다. 볶는 과정을 로스팅(roasting) 또는 배전(焙煎)이라 하는데 배전이란 단어가 일본식 한자 표현이라 최근엔 배전이란 말대신 그냥 '볶음'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최근 증가 일로에 있는 로스터리(roastery) 카페란 바로 커피 콩을 직접 볶아 판매도 하고 잔으로도 마실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대개 이런 커피집들은 '콩볶는집' 또는 '자가배전(自家焙煎)'이라고 입구에 써있는 경우가 많다.

커피는 매우 민감한 식품이라 공기 중의 산소에 노출되면 산화가 일어나는데 이것을 산폐라고 한다. 특히 홀빈(분쇄하지 않는 원두 알갱이 상태)과 달리 분쇄 커피는 산소에 닿는 표면적의 증가로 산화가 급속도로 진행된다. 그래서 커피 회사들은 저마다 이 산폐를 늦춰 신선한 상태의 커피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투자를 많이 한다. 하지만 아무리 최첨단의 포장법이 나온다 하더라도 로스터리 카페에서 갓볶은 커피의 신선도를 따라 잡지는 못한다.

단종 커피와 블렌드 커피

단종 커피란 품절된 커피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 원산지 한군데의 생두를 볶아 만는 커피를 뜻한다. 가령 이디오피아 이가체프나 콜롬비아 수프리모 등 의 커피 메뉴는 단종 커피에 속한다. 이러한 단종커피를 스트레이트(straight) 커피라고도 한다. 블렌드(blend) 커피의 경우는 한글 표기법마저 혼용하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이 자주 혼란을 겪는다. 블렌드 커피는 여러 산지의 커피를 섞은(blending) 커피를 말하는데 반드시 표기는 블렌드나 블렌딩이라하고 커피 회사를 대표하는 개념인 브랜드(brand)와는 엄연히 다르기에  구분하여야 한다. 보통 카페에서 메뉴를 보면 브랜드커피라고 써있는 경우가 많은데 도대체 어떤 브랜드(일리,라바짜,스타벅스 등..)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블렌드를 뜻하는 것인지 의미도 모호하고 파는 사람 조차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블렌드 커피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커피를 블렌딩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함이다. 위스키를 블렌딩하고 와인을 블렌딩하는 것처럼 커피는 각 산지별 서로 다른 맛과 향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그것을 서로 보완하는 목적인 것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측면에서 볼 때 커피 블렌딩은 경제적인 목적에서 추구되는 경우가 많다. 커피 산지는 매우 다양하며 생산량도 제각각이라 커피 회사의 입장에서는 종류별로 값을 다르게 치루고 생두를 구입하게 된다. 따라서 적절한 블렌딩 배합을 통해 재고량을 조절하는 목적으로 블렌딩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커피 달인이라면 어떻게 하면 보다 경제적으로 재고량을 조절할 수 있을까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최고의 블렌드커피를 개발하는 데 더 고민을 해야하지 않을까? 물론 두가지 다 잡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어쨌든 블렌드 커피는 만드는 사람이 추구하는 커피 철학이 잘 담기도록 적절한 맛과 향의 배합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당연히 고도의 커피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다양한 종류의 생두별 특징을 정확히 파악해야 블렌딩 함량을 비롯하여 서로 배합해서는 안될 생두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리에서는 커피 로스터와 별도로 블렌딩만 전문으로 하는 커피 블렌더가 따로 있을 정도다. 단종커피에 부족한 뭔가를 채우기 위해서 블렌딩을 하는 것인데 오히려 잘못된 블렌딩은 단종커피보다 맛과 향이 떨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그래서 원두커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브렌드 커피보다는 단종커피부터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 원두커피는 자기 자신과 가장 잘어울리는 단종커피를 찾아 맛과 향을 만끽한 후 블렌딩 커피로 눈을 돌리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단종이든 블렌딩이든 그 커피가 표현하는 맛과 향의 차이를 되새기며 마실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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