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두 커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커지면서 인스턴트 커피가 주를 이루던 한국 커피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동안 거의 일방적으로 공급 받아왔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천편일률적 맛을 지닌 인스턴트 커피를 넘어 원두 커피 본래의 맛과 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원인을 찾아본다면 아마도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해서 지금까지 최근 10년 동안 급속하게 성장한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의 확산이 아닐까 싶다. 이들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들의 특징은 단지 새로운 커피 맛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커피 전문점이란 공간 자체를 경험하고 소비하게 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즉 이들은 커피를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브랜드를 확실하게 각인시켜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에스프레소 브랜드들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인스턴트 커피 시장 규모가 작아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커피가 현대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인스턴트 커피 조차도 새롭게 조명되거나 심지어는 아라비카 운운하는 인스턴트 커피 제품까지 나올 정도로 인스턴트 커피 시장은 그들의 아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아라비카종 원두를 사용해서 커피의 고급화를 이끈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과 기존의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틈새에서 고군분투해왔던 로스터리 카페가 최근 급성장을 하고 있는데 거품의 우려까지 느껴질 정도로 이들의 공략은 사뭇 공격적이다. 왜 로스터리 카페가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일까? 우리는 이 대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로스터리 카페란 직접 생두를 볶아 커피콩과 커피를 판매하는 곳을 말하는데 원산지별 다양한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해 주로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한다.
이러한 이유로 로스터리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선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동안 커피는 무조건 간편하고 빠르게! 란 일관된 컨셉으로 인스턴트 또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소비해왔던 손님들에겐 여간 생소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느림의 미학이 오늘 날 로스터리 카페를 재발굴 하게 하는 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여유가 비주얼화된 공간이라고 할까? 이제 소비자들은 다양한 커피맛을 원하게 되었고 그 커피의 원산지는 어디이며 언제 누가 볶았냐를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커피가 음식이라는 기본적인 상식에서 보자면 지극히 당연한 의문이다.
이것이 최근의 웰빙 또는 로하스라 불리우는 트렌드와 맞물리고 블로그라는 1인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로스터리 카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이다. 이러한 로스터리 카페들이 블로그에서 다뤄진다는 의미는 로스터리 카페란 공간 자체가 이른바 컨텐츠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매력적인.
물론 그렇다고 로스터리 카페가 한국 커피 시장을 선도하는 주류로 떠오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로스터리 카페의 근원적인 속성 즉, 느리다는 것 말고도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로스터리 카페의 주인장이라 할 수 있는 커피 로스터들이 갖고 있는 커피 철학이 천차 만별이기 때문이다. 즉 로스터들은 저마다 자신의 개성을 커피에 담아 내고 싶어 하는데 이 점은 로스터리 카페의 장점인 동시에 프랜차이즈를 통한 공격적 확충이 불가능한 비즈니스적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마케터들의 시각일 뿐, 오늘도 로스터기 앞에서 뭔가 새로운 생두를 찾아 볶아 내고 싶다는 열망을 불태우는 로스터들에겐 안중에도 없는 그러니까 아웃오브안중!인 사항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러한 로스터들 덕분에 한국의 커피 문화가 조금씩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꼭 커피 문화 창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권리 회복 차원에서라도 로스터리 카페는 더욱 더 많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커피의 세계에 도전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한마디.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그곳에 어쩌면 미래가 있을 지도 로른다. 경쟁력이란 결국 남다른 것을 하고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