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시간은 멈춘 듯했고, 만물의 정기가 산티아고의 내부에서 끓어올라 소용돌이치는 듯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장와 침묵해야 할지 미소 지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그녀의 입술을 보는 순간, 그는 지상의 모든 존재들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만물의 언어'의 가장 본질적이고 가장 난해한 부분과 맞닥뜨렸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우물가에서 두 사람의 눈길이 마주친 것처럼, 두 눈빛이 우연히 마주치는 모든 곳에서 언제나 똑같은 힘으로 되살아나는 것, 사랑이었다...
우연이라도...다시는 당신을 만나지 말았음 했었어. 처음 당신을 본 그 날을 나 아직 잊지못하고 있어. 위대한 성인을 본 사람들이 이야기를 보면 그런 성인은 머리뒤로 성스런 빛이 보인다고 하더라. 난 너를 처음본 날 그런 환한 빛을 본 것은 아니지만, 몸이 얼어붙는 듯한 경직을 느낀 것은 아니었어. 하지만 뭔지 모를 안타까움이라고 해야 할까?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이다 하는 생각에 보지 말았음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어.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돌린 나였는데...순간순간 떠오르는 당신 얼굴 때문에 더 신경이 쓰이고...마침내 알게 된 것은 널 보고 싶어 하고 우연이라도 마주치고 싶어 한다는 것! 그런 것이었어. 사랑이었다. 나에게 온 뜨거운 사랑이었다. 그렇게 넌 날 사랑이란것에 빠트려 놓은 거였다. 그리고 다시 당신 앞에서 당신을 좋아하노라고, 당신을 사랑하노라고 말해야만 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고... 그런 나를 이미 당신은 알고 있었어. 그 때 내가 당신에게 뭔가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 알고 있었지? 우리 사랑 그렇게 시작했는데... 난 아직도 그 때를 기억하고 있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어떤 사람과 어떤 사랑을 하고 있길래... 지나는 길에 우연이라도 마주칠 수 없는 현실을 앞에 두고, 한번이라도 날 찾아주길 바라는 내 욕심을 두고 당신은 어쩌면 외면보다 더한 거절을 하고 있는 거겠지. 보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며 보고 싶어하는 이 썩어가는 가슴을 어디에다 묻어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