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북조선 기밀파일
어우양산 지음, 박종철.정은이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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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농밀한 중북관계는 실제로는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중북관계를 '같은 팀의 우두머리와 부하'라는 식으로 파악한다. 이는 '중국이 뒤에서 북조선을 조종하고 있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조선을 저지할 수 있다'는 명료하고 단순하며, 어쩌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일본인만의 '염원'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보더라도 일본은 국제관계의 술수에서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 그래도 치명상을 피해왔던 것은 대륙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지리적 조건 덕분이다. 바다에 고마워할 일이다. p.20



현재의 북조선 미사일 발사 능력으로 추정해본다면 톈진(天津), 다롄(大連), 칭다오(靑島)를 포함한 화북지역 대도시에 사는 약 1억 8,000만 명의 중국인이 핵무기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 셈이다. 그러나 북조선이 이렇게 중대한 의미가 내포된 핵실험을 감행하면서도 중국에는 겨우 20분 전에 통고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랄 만한 일이다. p.31



중국은 지난번 미사일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UN안전보장이사회가 주도한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때 중국은 미국, 일본과 같은 대북강경파 사이에 조건을 내건 투쟁이나 흥정 없이 오히려 적극적인 태도로 대북 제재에 찬성하는 자세를 취했다. p.41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중북관계를 '혈맹관계'라고 믿고 있으나, 이 말이 처음 불거진 조선전쟁 때부터 줄곧 깊은 불신과 경계심이 양국 사이에 놓여 있었다. 김일성은 조선전쟁 말기부터 정전 후까지, 자신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려고 일찍부터 중국의 영향력을 북조선에서 배제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이른바 '연안파 숙청'이다. p.53



조선반도의 남북은 서로 유사한 점이 하나 있다. 미국을 믿는 일은 있어도 중국을 신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p.67



근대사에서 중국이 조선에 발을 들여 잘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갑오전쟁과 조선전쟁은 중국이 조선의 내정에 간섭한 것을 계기로 발발했다. 갑오전쟁은 중국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중국은 타이완을 할양해야만 했고, 수억 냥에 해당하는 백금을 배상했을 뿐 아니라 이를 계기로 국력이 쇠약해지기까지 했다. 게다가 일본에 노출된 탓에 정복하기 쉬운 민족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이것이 훗날 중일전쟁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만 해도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려 들지 않았지만, 중국이 조선전쟁에 개입하게 되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이 높아졌다. 그 후 미국은 적극적으로 타이완 문제에 개입하고 있고, 지금까지도 대륙과 타이완의 통일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p.67



전쟁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 직접 교섭을 통해서 강화(講和)를 해야 한다. 핵실험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미국을 양자 간 직접교섭 테이블로 앉히려는 데에 있었다. p.266



불안정한 조선반도 정세는 중국의 안정과 성장에 있어 반드시 마이너스 요인이 되며, 심지어 타이완과의 통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p.273


북조선은 최근 수십 년간 중국의 경제적 원조로 지탱해왔으면서도 앞에서만 중북우호관계를 외칠 뿐 뒤에서는 필사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려고 했다. 궁극적으로 미국 등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반대로 중국을 견제하는 힘을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p.273





문장 발굴단


         본 코너에서는 제가 읽은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을 기록합니다.

왜 선정했는지 뭐가 좋았는지에 관한 제 의견이나 코멘트를 따로 덧붙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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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반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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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처럼 일렁거리던 촛불 바다는 텔레비전 뉴스로만 보았다. 쉼터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아내는 우리 편이 저렇게 많이 왔다고 좋아했지만 나는 겁이 났다. 저 사람들이 저렇게 밤마다 촛불을 들고 와서 나를 탄핵에서 구해 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내게 무엇을 요구할까? 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그런 두려움이 촛불 시민들의 함성에 실려왔다. pp.240-241



독재 시대 그 신문들은 국가 권력에 종속되어 있었다. 정부가 준 보도지침을 충실하게 따랐고, 그 대가로 여러 가지 특권을 받으면서 성장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려고 눈물겹게 노력하고 희생을 감수한 기자들이 그 시대 언론의 역사를 빛나게 했지만, 이 신문사들은 부당한 기득권의 성벽 안에서 정치 권력과 유착했다. 그런데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정치 권력의 지배에서 벗어난 보수신문들은 시장 권력과 유착되었고 그 자신이 새로운 사회적 권력이 되었다. 민주주의가 제공하는 언론 자유의 과실을 먹으면서,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는 절대권력이 된 것이다. p.276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 아홉 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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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5-24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읽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서재 프로필 사진 바꾸셨군요.
좋네요.^^

프리즘메이커 2018-05-25 16:54   좋아요 0 | URL
저는 못 읽고 있다가 이제서야 읽습니다.. 가끔 그런 책이 있지요 ㅎㅎ 사진 바뀐 걸 알아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본 서평은 필자가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기사입니다.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원주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35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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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초기 증상을 앓고 있는 할머니가 처음으로 치매 학교에 갔다. 자원봉사자들이 목욕을 시키러 옷을 벗기는 데, 할머니가 너무도 완강하게 저항을 했다. 옷이 너무 불퉁거리고 무거워, 솔기와 마디들을 뜯어보니 현금이 가득했다. 반나절 옷을 다 터 찾은 돈이 무려 350만원 가량이었다. 자식들이 올 때마다 조금씩 쥐어주던 푼 돈을 소매소매 감춰놓고 바느질로 봉해뒀던 게다.



언제부터 기억을 잃고 돈을 모아두셨던 걸까? 목욕을 하는 할머니는 돈을 다 잃어버렸다며 목을 놓아 우셨다고 했다. 다 잃어버려도 괜찮다고 내가 또 줄거라고 우리 엄마가 그렇게 한참을 달랬다고 했다. 전화너머 엄마의 목소리가 깊게 잠겼다. 나는 하던 영어원서 해석을 멈추고 학교를 나갔다.


※ 본 에세이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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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리커버 특별판, 양장)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컬렉션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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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이나 사건은

자유로이 꾸며낸 것이다.

저널리즘의 실제 묘사 중에 <<빌트>>지와의

유사점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의도한 바도, 우연의 산물도 아닌,

그저 불가피한 일일 뿐이다.

 p.5


심문이 오래 걸린 까닭은, 카타리나 블룸이 놀랄 정도로 꼼꼼하게 모든 표현을 일일이 검토했고, 조서에 기록된 문장을 하나하나 큰 소리로 읽어 달라고 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어 앞 장에서 언급된 남자들의 치근거림이 처음에는 조서에 다정함으로, 즉 "신사들이 다정하게 대했다"라는 식으로 기록되었다. 이에 대해 카타리나 블룸은 몹시 분노하며 있는 힘을 다해 반대했다. (…) 다정함은 양쪽에서 원하는 것이고 치근거림은 일방적 행위인데 항상 후자의 경우 였노라 주장했다. (…) 그녀는 치근거림 대신 다정함이라고 쓰여있는 조서에는 절대 서명할 수 없다고 했다.  -pp.36


그는 다음 면을 읽고, <<차이퉁>>지가 카타리나는 영리하고 이성적이라는 자신의 표현에서 "얼음처럼 차고 계산적이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고, 범죄성에 대한 일반적인 입장을 표명한 말에서 그녀가 "전적으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 라는 말을 만들어 냈음을 알게 되었다. pp.46-47


 (…) , 블룸이 연루되어 심문받은 내용, 그녀가 수행했을 만한 역할에 관해 철저히 객관적인 형식으로 보도한 다른 신문들을 문서실에서 가져다주었다고 한다. (…) 그녀가 블룸에게 가져다준 오려 낸 신문 기사 열다섯 장은 카타리나를 전혀 위로하지 못했고, 그녀는 그저 이렇게 묻기만 했다고 한다. "대체 누가 이걸 읽겠어요?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차이퉁>>을 읽거든요!" p.78  



그녀의 성격상 그의 수배 사실을 먼저 알았다고 해도 그녀는 그를 사랑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있다. 사랑은 정말 기막힐 정도로 기이한 일이다. 범죄자를 사랑하는 여인들이 있다. 범죄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pp.183-184


<<차이퉁>>은 그들 자신들의 범죄 행위만 좋아하고, 맘에 들지 않거나 분명하지 않은 사실은 모조리 조작한다. 심지어 조작되지 않은 사실조차 그 신문에는 거짓말로 보이게 되어 완전히 거짓으로 흡수된다. 간단히 말해, 그 신문은 진실을 '진실에 맞게' 재연해도 진실을 더럽힌다 p.184


<<차이퉁>>은 늘 거짓말을 해 대는 파괴적인 초강력 주둥이로 경찰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거나 경찰에서 정보를 입수하면서, (그런 정보 교환 시, 우스울 정도로 사소한 것이 혐의점이 되곤 한다.) 헤드라인, 혐의, 비방, 비열함을 마구 내휘두른다.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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