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초기 증상을 앓고 있는 할머니가 처음으로 치매 학교에 갔다. 자원봉사자들이 목욕을 시키러 옷을 벗기는 데, 할머니가 너무도 완강하게 저항을 했다. 옷이 너무 불퉁거리고 무거워, 솔기와 마디들을 뜯어보니 현금이 가득했다. 반나절 옷을 다 터 찾은 돈이 무려 350만원 가량이었다. 자식들이 올 때마다 조금씩 쥐어주던 푼 돈을 소매소매 감춰놓고 바느질로 봉해뒀던 게다.



언제부터 기억을 잃고 돈을 모아두셨던 걸까? 목욕을 하는 할머니는 돈을 다 잃어버렸다며 목을 놓아 우셨다고 했다. 다 잃어버려도 괜찮다고 내가 또 줄거라고 우리 엄마가 그렇게 한참을 달랬다고 했다. 전화너머 엄마의 목소리가 깊게 잠겼다. 나는 하던 영어원서 해석을 멈추고 학교를 나갔다.


※ 본 에세이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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