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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의 마음에는 타지 않은 불꽃 하나가 감춰져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정의(Justice)’를 말하는 호소력 있는 제목에 충동적으로 이 책을 덥석 집었다. 그러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누구나 샀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 책은 한동안 책장에 갇혀야 했다. 


삼수생 시절이라 꽤 시간도 많았던 바, 다시 심기를 가다듬고 책을 집어 들었다. 한 페이지 두 페이지 힘겹게 읽어나갔다. 완독했음에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못난 뇌를 탓하면서도, 이런 섹시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부단히 갈고 닦으면 나 또한 멋진 책을 쓸 수 있으리라 굳게 믿고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정치는 공동체를 다루는 학문이며, 정치철학은 ‘정의’의 학문이다. 이 책은 시대를 가른 거인들의 ‘정의론’ 여행기이다. 정치철학은 한 사회가 훌륭해지기 위해서는 따라야 할 원칙과 존중해야 할 가치를 탐구한다. 이를 두고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롤스, 노직, 그리고 마이클 샌델 자신에 이르기까지, 거인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불꽃 튀는 논쟁을 벌인다.


저자 마이클 샌델은 정의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풍부한 해설을 곁들여, 고민하게 할 도발적인 사례를 던져준다. 최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정의의 평균치가 낮아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 무한경쟁 속 매몰된 개인은, 돈 앞에 소중한 가치들이 타락하는 장면을 이곳저곳에서 목격한다. 때문에 이 책이 갖는 시대성은 귀중하다. 


나는 정의를 사랑하는 정치학도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불처럼 번지는 세상을 꿈꾼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억울하면 성공하라는 한국사회의 문법이 바뀌기를 바란다. 최고의 자선은 훌륭한 정치를 보급하는 일이라 믿는다. 우리 개개인의 도전적 사유가 사회 전체의 위대함으로 이어질 것을 확신한다. 이 땅에 정의를 논하는 사람이 더 많아져, 우리네 삶과 그 터전에 품격이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 책이 선물하는 고민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불꽃이 되길 바라며, <정의란 무엇인가>를 여러분에게 선물한다.


-2017년 8월 28일 @PrismMaker


※ 본 글은 2015년 부대신문 1512호 [내 삶 속의 책] 섹션에 실린 필자의 기고문 입니다.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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