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예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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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발굴단


         본 코너에서는 제가 읽은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을 기록합니다.

왜 선정했는지 뭐가 좋았는지에 관한 제 의견이나 코멘트를 따로 덧붙이지 않고,

단순하게 기록에만 집중합니다. 제가 추려낸 부분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누가 봐도 이상한 삶이었다. 어머니는 열심히 현실을 해결하고, 아버지는 열심히 비현실을 추구하는... p.47


더없이 희생을 하면서도 그래서 늘 어머니는 숨거나, 가려진 느낌이었다. 아니 언제나 아버지에게 

미 안 해 한 다 는 느낌을 나는 지울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의 평가 역시 남자가 아깝다, 였다. .p.48


터무니없을 만큼 서로가, 서로를 관여하던 시절이었다. 또 당연하다는 듯 어머니도 숨거나, 고개를 숙이거나... 더 열심히 아버지를 뒷바라지할 뿐이었다. p.48


아마도 아버지는 어머니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미남이었고, 어머니는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던 삼류 배우가 발견한 최고의 숙주였을 것이다. 아마도 p.49



때로 생각한다. 한 장의 얇은 슬라이스 같은 긍정과 부정, 긍정과... 부정으로 자신의 내면을 도배해 갔을 한 여자를 생각한다. 어머니는 그대로 무너졌고, 그래서 쉽게 모든 것을 포기해 버렸다. 쇠약해진 몸을 어느 정도 추스를 순 있었지만, 증발해 버린 영혼의 부피는 어떤 약으로도 복구가 되지 않았다. pp.51-52


나... 예전의 엄마가 너무 좋았어. 하지만 그때로 돌아가 달라고는 말 못하겠어. 그런 일을 당하고 어느 누가 예저너럼 살 수 있겠어. 그래도 죽지는 마. 그것만 빼곤 나 다 괜찮아. 설령 어떻게 변한다 해도 달라진 엄마를 좋아하면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그냥 이대로 있어주기만 하면 돼. p.58


내 뒷바라지를 위해 뭐든 하리라, 그런 생각은 말아줬으면 해. 이제부터라도 부디 좀 이기적으로 살아. 산다는 게 어차피 이기적인 거잖아. p.58


작은 거품이 일다 이내 녹아드는 사진들과... 양말이며 구두... 그런 사소한 것들을 바라보며 나는 기억속의 아버지를 완전히 떠나보내는 기분이었다. 이것이 화형(火刑)이 아닌 화장(火葬)이기를, 검은 한 줄의 연기를 바라보며 나는 말없이 빌고 또 빌었다. 모든 걸 pp.67-68




가난한 인간은 피곤하기 마련이고, 피곤한 인간에겐 언제나 한계가 주어지는 법이라고 길을 걸으며 나는 생각했다. p.163


저는 지금도 아이들이 두렵습니다. 순수한 만큼 쉽게, 어떤 죄책감이나 거리낌도 없이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이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p.269


함께한 시간 동안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닮아가고 흡수하고 있었음을... 좋든 싫든, 해서 서로에게 서로가 남아 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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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12-22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괜찮은 소설이죠^^전 마지막 페이지 덮자마자 통닭 시켰었던 기억이 나네요

프리즘메이커 2017-12-22 16:04   좋아요 1 | URL
켄터키 치킨과 희망을 한잔 하고 싶은 소설이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