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그.. 택시..” 매표소 직원이 너무 예뻐서 말을 더듬었다. 오랜만에 어머니께 효도 좀 할 겸 영화를 보여드리러 갔다. 어찌저찌해서 할인과 포인트를 사용하니 기분 좋게 반값에 영화표를 샀다.


※ PC버전으로 감상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 가족과 영화 보러가는 일은 항상 즐겁다.)



광주역에 운집한 시민들이 나왔다. 알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복받쳤다. 한상 푸짐히 차려놓고 차린 게 없다고 너스레 떠는 사람. 남일을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사람. 정 많고 잘 부러워하고 눈에 자주 밟히는 사람. 내가 느껴온 전라도 사람. 차별과 핍박의 역사적 소용돌이에 부당하게 쓸려갔던 순박하고 평범한 사람들. 나는 1년 전 오월에 5·18 국립 민주묘지와 망월동 묘역에 방문했다. . 이 사람들이 여기서 졌겠구나.

 



삼수해서 그것도 정외과를 간다니까 어머니께서 신신당부했다. 데모하지 말라고. 잡혀간다고. 나는 어머니께 요즘 시대에 그런 게 어딨느냐 호들갑 좀 떨지 말라며 성내고, 종종 집회에 나갔다. 원래 사람 심리가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법이다. 처음엔 심심해서, 때로는 궁금해서, 어쩔 땐 누가 가자 길래, 탄핵 땐 열불 나서 데모 하러 갔다. 세월호 집회 때는 불법 채증 당할 뻔했다. 탄핵 땐 한겨울에 비를 맞았고, 아스팔트에 시린 엉덩이와 저린 발로 앉아있었다. 몇 번 안 나갔는데도 많은 일이 있었다.

 



( 차린게 별로 없어서... @택시운전사 공식 포토갤러리)




영화가 끝났다. 한껏 상기된 어머니는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머니는 전남 완도 출신이다. 어머니네 마을 회관 맞은편 집 아들내미가 그날의 5월에 광주 갔다 죽었다고 했다. 그 사람의 딸이 바로 175월 문 대통령이 껴안아준 광주 유족이라고 했다. 어머니 말로는 805월의 신군부는 고금도 충무리, 그 깡촌의 선착장마저 틀어막았다고 했다. 닫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닫으려 들었다고 했다. 빛고을 광주. 그 틈새에서 새어나온 한줄기 빛의 굴절. 사실이 영화를 좇는게 아니라, 영화가 사실을 흉내내는 굴절된 빛의 탈출사.

 



문 대통령이 유가족 손을 잡고 추도식에 입장한 날 광주가 뒤집어 졌다고 했다. 우리 어머니 단톡방이 요란했다. 우리에게 이런 날도 있다고. 한을 풀겠다고 했다. 멀쩡히 내 옆에도 나도 몰랐던 한 명의 광주가 살아있었다. 그 빛고을을 지켜본 어머니의 눈빛, 그 빛은 산란하며 세월호 때도 탄핵 때도 글을 쓰는 지금도 꼭 한마디씩 당부한다 잡혀가지 마라장난인 줄 알았더니 진심이었다. 광주의 겁을 갖고 있는 엄마가 반골 아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 가지 잡혀가지 마라였던 게다. 나는 돌아가는 버스에서 애처럼 배가 고프다 칭얼거렸다. 엄마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했다. 잡혀가지 말라면서. 그리고 여느 날처럼 차린 것 없다며 한 상 크게 내주셨다. 물론 설거지는 내가했다. 효도할랬다가 되려 사랑을 말로 받았다.



-2017.9.8 @PrismMaker


※ 본 에세이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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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dla2189 2017-09-08 2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한편 더 본 느낌. 잘 읽었습니다.

프리즘메이커 2017-09-08 23:0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syo 2017-09-08 21: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 틈새에서 새어나온 한 줄기 빛의 굴절. 사실이 영화를 좇는 게 아니라, 영화가 사실을 흉내내는 굴절된 빛의 탈출사˝

크- 너무 멋지고 적확한 문장이라 몇 번을 봤는지 외울 지경입니다. 글 정말 잘 쓰십니다.

프리즘메이커 2017-09-08 23:07   좋아요 1 | URL
칭찬 감사합니다!! 올해 안에 에세이 집을 출간하고 싶은데 좋은 반응 보여주셔서 용기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