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반일 종족주의>에서 군데군데 녹아있는 묘사처럼, 조선시대에 여성인권, 특히 시골처녀들의 인권이 극악이었던 것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유교 근본주의에 희생된 여성들이 시골농촌이라는 폐쇄적 우물에 갇혀 온갖 잡일을 도맡아했던 것은 아마도 안타깝고 부끄러운 사실이었을 것이다.
 
당대 여성들에게는 혼인 선택권도 없었고, 가정폭력도 심했을 것이고, 항상 가난했기에, 입이라도 덜자는 가족의 결단에 제일 먼저 집에서 방출되어 돈벌이의 역마살에 떠돌아야 했던 처지였을 것이다. 이렇듯 위안부-정신대 문제에는 민족 요소만큼 젠더 문제가 상당부분 들어가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날의 지방의 여학생들이 서울로 떠나고 싶듯이, 해외를 선망하듯이, 당시의 조선 처녀들도 시골과 집구석이라는 지옥을 떠나고 싶어했을 것이다. 시대가 하수상하여, 그것을 교묘하고 악랄하게 이용해먹고, 남의 비극을 팔아 장사하던 브로커들이 있었을 것이고 배움이 모자라거나 세상을 잘 알지못한 어린 처녀들, 혹은 아버지나 집안의 성급한 결정따위로 인해 발을 떠난 처녀들의 숱한 동기들이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납득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이다.
 
  
2. 
 
그렇게 가난과 가정폭력을 피해 열악한 환경을 탈출한 처녀들은 한마디로 취업사기를 당했다. 오늘날에도 가출한 여중생이 성매매로 이어져 인격을 파괴당하듯이, 취업사기의 끝은 인신매매였으며, 본질적으로 전쟁과 식민지라는 거대폭력에 저항할 수 없는 성적인 착취였다. 미국의 노예 12년 처럼 밧줄에 채찍을 가해야만 꼭 노예인것인가. 노예와 노동자의 차이를 모르거나, 그런 구분따위가 필요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가능한 발상인가 싶다. 
 
작은 비극을 피하려다 더 큰 재앙을 만난 이들의 서사가 어떻게 '자발적' , '설렘', '로망', '고수익 직장' 따위로 포장되고 단정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란 말인가. 비극 앞에 나타난 또 다른 비극은. 비극의 허위를 증명하는 사료가 아니라, '비극의 중첩'을 나타내는 또 다른 증거일 뿐이다. 일반적인 수난을 교묘하게 덧칠해서, 작달만한 능동성을 부각해 시대적 참상을 희석시키고자 하는 이영훈 류의 헛소리에는 평소 사람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가 녹아있어 정말 역겨울 따름이다.
 


3. 
 
이 책에선 요시다 세이지의 거짓말을 아주 중요한 사실로 다룬다[pp.347-351]. 그것은 팩트가 맞다. 그러나 이 책은 한 사람의 과장된 거짓말이 어떻게 시대의 왜곡으로 이어지게 되는지에는 납득할 설명을 고의적으로 누락하고 있다. 
 
사람들이 떠올리는 노예 이미지는 노예사냥식 강제연행의 참거짓이 아니라, 성착취라는 본질적 요소 그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이후의 서술은 독자로 하여금 아래와 같은 생각으로 이끌도록 몰아간다. 아 물론, 자칭 보수 유튜버들과 논객, 지식인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내가 추정한 내용임을 알린다.
 
'요시다 세이지의 거짓이 부각되어, 피해사실이 신격화 되었는데 그 타이밍이 묘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잠자코 있다가 90년대 갑자기 등장했다. 그래서 그 갑작스런 등장이 혹여나 정치적 선동목적의 기획이 아닐까 의심스러운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들은 역사문제에 비타협적인 자세를 견지함으로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했다'고 말이다.
 
여기에도 큰 맥락이 누락되어 있다. 한국이 식민지 배상문제를 폭력적으로 마무리지은 한일 협정이 박정희 정권 때였고, 그 연장선인 전두환 - 노태우 군부정권이 92년까지 이어졌으며, 성노예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 사회통념상 어려운 시대였으며, 그 사이 민주화가 있었고,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이 90년대 김영삼 정권에서 일어났으며, 위안부할머니들 분들이 인생을 정리할 노인이 되어 비로소 발언할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생각은 전혀하지 못한다. 
 
그 대신에 그녀들이 타협없는 강경한 근본주의로 인지되도록, 그래서 현실의 정치에 압력을 행사하여, 마치 한일관계를 좌지우지하는 막후 실력자인양 자연히 몰아가고 있다고 보인다.
 
위안부 정신대 할머니들이 근본주의였다면, 정말 폭탄이라도 들고 대사관으로 달려가 '지하드'를 벌였을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타협하지 않았다는 것도 거짓이다. 신문기사 조금만 검색해봐도 나온다. 할머니들이 권력을 쥐었다면, 역사문제가 이랬겠나? 자기 주장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평화적인 시위조차 강성으로 몰고, 항의조차 근본주의로 몰아가는 평소의 인식이 반영 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4. 
 
정리하자면, 이쪽 계열의 학자들은 항상, ① 사소한 거짓을 발견하고 ② 그 사소한 거짓을 부각해 전체적인 맥락을 도외시하며 ③ 사회과학적 개념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④ 사실은 우리가 거짓 신화 속에 살아왔다 선동한다. 한마디로 침소봉대가 아니라 침대봉소인 것이다.
  
나도 극일은 경계한다. 한일관계의 전환을 일으킨 김대중 대통령의 결단을 정말 높이 평가하고, 이전에도 현정부가 지나치게 대일외교를 직선적으로 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한다는 시각을 내비친 적이 있다. 
   
그러나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다. 아무리 학문의 자유에 성역이 없다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상처를 입혔다면, 해명보다 사과가 먼저였을 것이다. 자유에 성역이없다면 책임에도 성역이 없어야 한다. 이것은 아주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상식이다. 
  
일제시대를 미화하는 것과 건조하게 그대로 인식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건조한 인식에는 문학적 표현이나, 흥분-욕설, 비유따위가 필요하지도 않다. 학문적인 자세도 아니다. 
  
피해사실의 신격화를 경계한다면서 막상 피해자의 마음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 도덕적 단죄에 저항한다면서, 먼저 도덕적인 공격을 가했다. 정당방위란 무엇인가. 학술적인 이야기라 해놓고 곳곳에 문학적 표현들이 눈에 보인다. 사회과학에서 '문학적'이라는 말이 얼마나 큰 모욕인지 아는 사람들이 저런다. 
   
박해에서 신앙이 깊어지고, 깊은 신앙이 순교로 이어지려는 모양이다 보니 아예 평정심을 잃어버린 것 같다. 이영훈의 전작 <대한민국의 역사>는 그래도 나름대로 참고할 부분이있는 학문적 최소요건을 갖춘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흑화의 끝. 졸작이라 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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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눈당달이 2019-08-2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가지 팩트와 데이터에 기반한 결론이 서평을 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영훈 교수가 이 책을 사회과학 학술서로 썼다고 명시한 적도 없는데
사회과학서에 문학적 표현을 썼다고 극렬히 비난하는 것은 쉐도우복싱일 뿐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그동안 좌파들이 여러 문학, 영화, 드라마를 통해
만들어온 일본에 대한 악마적 이미지가 거짓이었음을 처음으로 폭로했기 때문이다.

이 서평을 졸작이라 평하겠다.

유동국 2019-08-20 15:37   좋아요 4 | URL
이 사람이 생떼를 쓰는 것을 보니 잘 쓴 서평이 맞다.

프리즘메이커 2019-08-21 17:27   좋아요 1 | URL
˝우리가 오로지 기대하는 것은 우리가 범했을 수 있는 잘못에 대한 엄정한 학술적 비판입니다˝ -<반일 종족주의> , p.5 책머리에서 이영훈

프리즘메이커 2019-08-21 17:28   좋아요 1 | URL
이영훈씨가 책에 직접 밝히셨는데, 댓글 다신분은 책은 읽으시고 비판을 하든 옹호를 하건 댓글을 다셔야죠. 얼른 독서하십시오.

연짱 2019-08-2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마침 ‘그것이 알고싶다‘에 이영훈씨 외 이승만학당 일원들이 나왔습니다. 강제징용노동자상을 만든 조각가가 강제 징용을 상징하는 여러가지 요소를 상징적으로 반영하여 정해진 모델없이 만들었다고 말하는데도 그들은 모델이 자꾸 일본노동자라고 우깁니다,,만든 조각가가 아니라는데 자기들이 생각하고싶은대로 추측하고 뱉는것이지요..또, 15세에 위안부로 끌려가셨던 할머니께서 그때를 기억하시는데..그들은 위안부가 20세 이상의 여성만 참여했다고 주장합니다. 당사자 분들이 떡하니 계시고, 그날의 회상하는데도요..그들은 위안부할머니들의 기억 왜곡 가능성, 사회가 바라는대로 기억할 가능성을 주장합니다..같은 국민으로써 부끄럽고 참담합니다..저런인간들이 교수라고..ㅋㅋ

연짱 2019-08-25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영훈은 자아가 두개인가봅니다.

연짱 2019-08-25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youtu.be/1PGzh_RuA0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