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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우물에서 만나 ㅣ 높새바람 56
윤수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5년 6월
평점 :
유교가 종교이자 가치와 미덕이었던 시절, 사람 위에 사람이 있었고, 사람 아래 사람이 있던 그 시절, 천주교가 이 땅에 들어왔다. 이 책은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고 조선 백성들에게 어떤 메세지와 영향을 주었는지 알 수 있는 어린이 동화이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난해 서울 북촌마을을 걸으며 봤던 석정보름우물이 기억났다. 한적한 주택가에 소박하게 자리잡은 우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인 신부다 첫 미사를 봉헌하고 첫 세례를 준 역사적인 장소였다. 김대건 신부님도 이 지역에서 사목하실 때 이 물을 성수로 사용했으며, 천주교 박해 당시 많은 순교자들이 발생하자 물맛이 써져서 한동안 사용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천주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역할을 한 우물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갓난아기 때 우물 옆에 푸른 댕기 조각과 함께 버려진 아이, 정이다. 정이는 세상의 도움으로 품어지다, 내쳐지기를 반복하며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살게 된다. 그러나 만나게 된 홍월과 마님은 정이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해줬다. 인간은 다 똑같다, 서로 나누고 사랑하고 돕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이의 눈에는 그런 생각을 정이에게 강요하지 않고 정이를 품은 홍월과 마님이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살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보다 못한 백정에게 사람대접을 해주며 우리 모두 천주님이 만드신 똑같은 인간이라며 너도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하면 향기 나는 꽃밭처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천주교 박해 시절 얼마나 많은 순교자들이 묵묵히 죽음을 맞이했을까. 그 살벌하던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 종교의 자유와 신분의 자유를 우리들은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은 좋은 영화 한 편이 눈 앞에 그려지는 것 같다. 출생의 비밀과 정이에 대한 연민이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천주교나 기독교를 믿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더욱 추천한다. 조선시대에 들어온 종교가 조선인들에게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잘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종교를 가진 내가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말씀하시는 그분의 목소리가 들린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