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스 파시즘
노혜경.진중권 외 지음 / 개마고원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한국사회에서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한국의 경우 다른 어떠한 나라들보다 유교적 전통이 강하기 때문에, 사회-정치-경제적 제도를 통해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의 권위주의 체계라고 할 수 있는 '가부장제' 가 더욱 심한 편이다. 그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 땅에서 여성의 성(性)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순탄 하지만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페니스 파시즘>(개마고원,2001). 이 책은 한국사회내에 존재하는 남근주의의 폭력을 주요 사례를 들어 설명한 책이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 김부남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는 변월수 사건, 김보은-김진관 사건으로 유명한 송백권 사건. 일명 우 조교 사건이라고 불리우는 김영호 사건, 반경환 시인의 여성시인 모독사건,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벌어진 월장 사건 등등...

이 글을 쓰는 나는 전공이 언론학이다. 그래서 지난 학기에 <대중매체와 여성> 이라는 3학점짜리 전공과목을 수강한적이 있었는데, 당시 여러 자료들을 수집하면서 알게 된 사실로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성폭력 발생빈도가 1,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모두에 잠깐 언급했지만 한국 사회의 경우, 가부장적 특성을 띤 유교적 전통이 강하며 그러한 사회적 영향으로 인해 비뚤어진 남성 우월의식이 만연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하에서 나는 <페니스 파시즘> 이라는 책의 장점으로, 비뚤어진 남근 우월의식이라는 환상을 고발함과 아울러 이를 통한 '여성 권익의 신장' 혹은 '여성 권익의 제자리 찾기' 와 같은 사회적 의제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에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무릇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이 있듯이, 이 책의 단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전체적으로 많은 인용이 나열되어 있다. 비판적 텍스트의 대상으로서의 인용을 하기 위해 기존 인터넷 게시판에 있는 여러 글들을 많이 예를 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여성에 대한 성적 모독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며 마치 자신의 '남근적 남성성' 의 욕맹을 자랑하기라도 하는 듯한 온라인 상에서의 여러 마초들의 글들을 가감없이 인용을 했는데, 인용된 글의 수준이 일반독자들이 보기에도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식이하의 말과 욕설이 난무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글을 쓴 필자들의 논거를 뒷받침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서 첨가하는 이러한 인용의 문제와 관련, 이렇게 형편없는 수준의 글을 가지고 그것을 자신의 논리적 타당성을 위해 내세우는<페니스 파시즘>의 여러 필자들의 글쓰기 방식이 조금은 아쉽다는 마음이 들었다.

<페니스 파시즘>이라는 책만을 놓고 보았을 때는 '진리'는 분명 이러한 글을 쓴 각 개개인의 필자들에게 있다. 왜냐하면 전반적으로 인용된 글의 내용의 수준을 보면 논리적 타당성도 없는 주장을 가지고 논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별의별 언술을 다 동원하는 마초들을 상대로 하는 싸움에서 이미 논쟁의 승자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논쟁을 하기 위해서는 비록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상대편의 주장이라고 할지라도 논리와 이론적 근거가 타당한 주장들을 비판하는 게 올바른 논쟁의 방법일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게 자신의 글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는데도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전혀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을 상대로 싸움을 하면 손쉬운 싸움이 될수는 있지만 생산적인 논쟁이 안 된다는 점에 주목하자. 그런 점에서 <페니스 파시즘>의 전체적인 책의 구성 및 내용과 관련해 '글의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군가 만약 나에게 <페니스 파시즘>이라는 책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문제 의식' 에는 깊은 공감을 하지만 '글의 형식' 과 관련해서는 약간의 반감을 가졌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내가 이 책에 별 4개를 부여한 것은 그러한 아쉬움에 대한 표현으로서 별이 하나 모자란 것이라고 보아주시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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