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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웃라이어(OUTLIERS)?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쳐보자.
out-li-er/-,li(-∂)r/명사
1. 본체에서 분리되거나 따로 분류되어 있는 물건.
2. 표본 중 다른 대상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
사람을 표본으로 삼는다면, ‘사람 중 다른 사람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소수의 사람’ 그러니까, ‘아웃라이어’는 바로 ‘성공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되는 셈이다.
성공한 사람들. 우리는 지금까지 이들에 대해 무척이나 많은 이야기를 듣고 무척이나 많은 책을 읽어왔다. 뛰어난 지능과 재능,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인내, 실패에서도 배우고자 하는 긍정적인 사고... 성공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갖추고 있으며,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요소라고들 생각해 왔다.
성공에 대해 고정되도록 교육받아온 아니 벌써 고정되어 버린 우리들, 그래서 지레 포기하기도 했던 우리들 편견에 말콤 글래드웰은 물음표를 붙인다.
♠ 캐나다 아이스하키 대표들은 재능이 뛰어났다고? 천만에!
그들은 단지 연초에 태어나 연말에 태어난 또래들을 제치고 훈련의 기회를 더 얻었을 뿐이야!
♠ 빌 게이츠가 컴퓨터에 천부적인 능력이 있었다고? 천만에!
그는 단지 적당한 해(1955년)에 태어나, 개인컴퓨터가 나온 1975년에 빛나는 20대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뿐이야!
♠ 오펜하이머가 핵무기를 개발할만한 IQ를 가지고 있었다고? 천만에!
그는 단지 부유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보다 나은 교육과 기회, 그러니까 집중 양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뿐이야!
♠ 조셉 플롬은 스타변호사가 될 자질, 열정, 인내가 넘쳤었다고? 천만에!
그는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직업의 유태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운도 좋게 적대적 합병업무를 배웠을 뿐이야!
그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의 바탕에는 그들이 선택할 수 없었던 , 그러니까 그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태어난 시기, 보다 적합한 부모, 딱 떨어지는 시대적 상황. 이를 테면 이병철 없이 이건희는 삼성의 오너일수 있었을까? 임진왜란 없이 이순신 장군은 과연 위대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어쩌란 말인가?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는 것인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 물론 이 일이 너무도 쉬운 일이라는 건 아니다 - 적당한 기회가 오기 전에 자신의 재능분야에 피나는 노력 10,000시간을 채우는 일밖엔 없단 말인가? 사실 우리들 편견에 물음표를 붙였던 그가, 성공의 비밀로 ‘재능과 노력’ 대신 ‘가족과 시대’를 들먹인 것은 새롭다기보다 새롭게 보여 지겠다는 의도로 보여 진다.
‘기회(Opportunity)’였던 1부와 마찬가지로, 2부 ‘유산(LEGACY)' 역시 기존 우리들 생각과 다르게 보여 지겠다는 그의 의도는 계속된다. 이제 ‘가족과 시대’라는 ‘성공을 위한 기회’ 측면에서 확장해 ‘국가와 민족, 문화’라는 ‘성공을 위한 유산’ 측면이 등장하니 말이다. 한국 비행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인이 수학을 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는 과연 이를 받아들여야 할까?
그가 말하는 어찌 보면 숙명론적인 성공은 결코 새롭게 보여 질 수 없다.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성공할 수 있는 주변요인이 있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는 우리에게, 그 주변요인이 바로 성공의 절대적인 요소였다라고 말하는 것이 새로운 것일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까지 성공을 말해왔던 사람들이 그러했듯, 그 역시 똑같은 방법 즉, 이미 성공해 버린 사람들에게서 그 이유를 찾아갈 뿐이면서도 이제껏 밝혀진 개인적 요인은 축소해버리고, 애매하거나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것만을 진정한 이유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차라리 ‘재능과 노력’이라는 것은 개인이 갖추어야 할 성공의 작은 요소이므로 각 개인에게 맡기자. 이제는 지금보다 나은 세상에서 좀 더 발전된 의미의 성공을 그려가기 위해 ‘가족과 시대, 국가와 민족, 그리고 문화’라는 사회적 요소를 다 같이 고민하자. 이런 주장이 새롭지는 못할지언정 좀 더 발전적이고 바람직한 시각은 아닐까?
성공에 다가서기 위해 개인에게는 오로지 10,000시간이라는 땀방울만이 요구될 뿐, 그 외 모든 것은 개인과 관계없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의 글에서, ‘가족과 시대’가 부족 - 사실 내 경우엔 노력이 부족했다 - 했을지언정 ‘위로’ 대신 ‘대책 없는 절망’을 읽게 되는 건 나뿐인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