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 양장본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법정스님께, 

언젠가 저는 외람되게도 세상을 담아 보고자 하는 제 꿈을 말씀드린 적 있습니다.

“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는 그래서 오늘도 책을 읽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 속에 담긴 균형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위로 샘솟는 희망을 발견할 때마다 가슴 속에 간직하려고 합니다. ”

그 때, 스님께서는 ‘무학(無學)’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 무학無學이란 말이 있다. 전혀 배움이 없거나 배우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학문에 대한 무용론도 아니다. 많이 배웠으면서도 배운 자취가 없는 것을 가리킴이다. 학문이나 지식을 코에 걸지 않고 지식 과잉에서 오는 관념성을 경계한 뜻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지식이나 정보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롭고 발랄한 삶이 소중하다는 말이다. 여러 가지 지식에서 추출된 진리에 대한 신념이 일상화되지 않고서는 지식 본래의 기능을 다할 수 없다. 지식이 인격과 단절될 때 그 지식인은 사이비요 위선자가 되고 만다. ”


: 무소유, 90~91쪽, 법정, 범우사, 2004. 6.

다양성과 균형, 희망... 그러나 일상화...

말씀해 주셨음에도 저는 잊고 말았습니다. 이제 저는 또 다시 저의 삶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이 세상을 구성하는, 소중한 바로 그 한 개체라는 생각을 다시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숲이 보고 싶었나 봅니다. 그러나 그러한 숲에서 제가 나무임을, 나무여야 함을 잊었었나 봅니다. 세상을 담아 보고픈 저의 꿈. 마음에 새겨가는 다양성과 균형과 희망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실천으로 세상에 먼저 담겨야 하겠습니다.

법정스님, 혼란스런 맘이 들 때마다 스님의 한 마디 한 마디 말씀은, 제게 갈 길을 비춰주는 한 줄기 청아한 빛이 됩니다. 아마도 금새 또 찾아뵙겠지요. 멀리서라도 세상을 지켜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세상다담 올림.





 ( 그림출처 : 신영복서화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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