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 What's The Right Thing To Do?

400쪽이 넘어가는 방대한 인문학 책. 정확하게는 정치철학 책이 2010년 7월과 8월, 서점가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에, 정의라는 낱말의 뜻은 그토록 중요하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정의(正義)란 정말 무엇일까? 사회적 평등? 공평한 기회? 바람직한 윤리? 모르겠다. ‘존 롤스 이후 정의론 분야의 세계적 학자이자, 공동체주의 이론의 대표적인 4대 이론가로 손꼽힌다’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7000명도 채 안 되는 하버드대 학부생 가운데, 무려 천여 명의 학생들이 매년 연속 수강한다’는 ‘하버드 20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겠다(뭐, 이런 광고성 문구 때문에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진 않았을거다).

1강에서 10강까지로 구성된 그의 책 속 강의는 이렇게 시작된다.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이것들을 올바르게 분배한다. (...) (우리는) 재화 분배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을 찾아냈다. 행복, 자유, 미덕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이상은 정의를 고민하는 다른 방식을 암시한다. (...) 이 책에서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의 장단점을 살펴볼 것이다. 이중 행복 극대화부터 시작하자. 시장 중심 사회에서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출발점이다. (...) 다음으로 정의를 자유와 연관짓는 이론을 살펴본다. (...) 마지막으로 정의는 미덕 그리고 좋은 삶과 밀접히 연관된다고 보는 이론을 살펴볼 것이다.

: 정의란 무엇인가, 33~35쪽, 마이클 샌델, 김영사, 2010. 5. 

행복, 자유, 미덕... 이렇게 세 가지는 샌델 교수가 정의를 이해하기 위해 택한 방식이다. 정의가 단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올바른 분배를 의미한다고 말한 점은 못마땅하다. 그동안 서양세계가 그토록 쉼없이 연구하고, 갈구하며, 지켜왔던 소유의 문제. 어쩌겠는가? 어차피 샌델 교수도 서양인이고 그것도 풍요의 제국(?)을 이끌어 나갈 미국의 기득권 계층을 교육시키는 하버드의 교수가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다. 9강이 끝났건만 아직도 정의(正義)의 정의(定義)는 내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제러미 벤담, 이마누엘 칸트, 존 롤스, 아리스토텔레스 등 쟁쟁한 철학자들이 등장해서 저마다 주장하는 정의(正義)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했건만... 또한 어떻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수많은 사례들이 등장했건만... 정의에 대한 명확한 뜻은 그 어디에도 없다. 더군다나 샌델 교수는 올바른 분배의 방법보다 올바른 가치에 정의(正義)의 중심를 두고 있다.

마지막 ‘10강. 정의와 공동선’에서 샌델 교수는 앞서 이야기했던 세 가지 방식, 즉 정의를 이해하기 위한 행복, 자유, 미덕을 통한 정의가 이렇게 이야기되어 왔다고 마무리 짓는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리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을 탐색했다. 어떤 이는 정의란 행복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정의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선택은 자유시장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행하는 선택일 수도 있고(자유지상주의의 견해),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행할 법한’ 가언적 선택일 수도 있다(자유주의적 평등주의의 견해). 마지막으로 어떤 이는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정의란 무엇인가, 360쪽, 마이클 샌델, 김영사, 2010. 5.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도 ‘정의란 이러하며, 우리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들을 수가 없다. 어쩌면 샐던 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른다.

" 진정한 정의(正義)는, 정의(正義)의 뜻보다 정의(正義)를 고민하는 것! "

그렇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물으며 시작했던 이 책.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도 올바른 분배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느냐고 우리에게 묻는 이 책. 답을 주진 않지만,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는데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정의(正義)의 참된 의미를 우리 자신이 생각하고 실천하게 하는데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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