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 일반판 (2disc) - 할인행사
이준익 감독, 박중훈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분명 울릴 것 같은 장면에서 울리고
분명 흥겨울 것 같은 장면에서 흥겹고
짠할 것 같은 장면에서는 짠하다.
이런 영화는 잘 만든 영화일까?
거기서 한 박자만 어긋나면 쪽팔린 영화가 될 테지만
그 선을 정확하게 지킨다면
그 영화는 사람을 아는 영화가 된다.
<라디오 스타>가 그렇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감정을 몰아가는 힘이 있다.
뻔하고, 약간은 상투적이고, 촌스러워 보일지라도
그 힘 때문에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명화는 아니지만, 걸작은 아니지만
예전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프랭크 카프라가 만들어내던
그런 영화들 같은 느낌이 있다.
무엇보다 안성기과 박중훈을 볼 수 있다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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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제단 - 개정판
심윤경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앞부분 2/3에 열광하고, 뒷부분 1/3에 실망했던 터라 무척 궁금했는데
역시, <달의 제단>은 첫 작품의 그런 한계를 말끔하게 극복하고 잘 짜여진 한편의 일대기를 만들어 냈다.
집안에 내려오는 오래된 편지에 쓰여진 이야기와 현재 이야기가 잘 중첩이 되면서
전통에 대해, 청춘에 대해, 사랑에 대해, 알 수 없는 끈에 대해, 사람과 사람에 대해
그리고 그 어떤 '공기'(사람, 시간,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그 어떤 기운이라고나 할까)에 대해
정말 끈적끈적하게,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호흡으로 잘 풀어냈다.
(전작의 후반부에 급박하게 시간을 흘러가게 하면서 사건을 몰아넣었던 것에 비하면, 집안의 역사와 편지 속 이야기와 주인공의 한때가 적절하게 안배되어 그려지고 있다.)

과연, 조상이란, 어른이란, 가문이란 어떤 것일까?
그저 낡고 권위적이고 형식적이기만 한 것일까?
가끔 형식미를 상실한 날 것의 이야기들 대할 때 느끼는 비릿함을 생각해 본다면
형식이란 꽤 의미 있고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제사라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지만 의미보다 앞서는 형식은 언제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삐걱거리는 법.

여성으로 산다는 것, 어쩌면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많이 나아진 것 같지만
남녀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전한 듯하다.
그게 더 무섭다.
겉으로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대로인 상태.
그야말로 불안정한 상태 아닌가.

딸을 낳자, 목을 졸라 그 아이를 죽이는 시아버지
문제의 당사자는 그 시아버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여자'에 대한 생각이다.
현재, 낙태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낙태 자체를 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여성과 육아, 사회적 시선에 대해
다듬고 또 다듬는 게 중요한 것 아닐까?

(아이구, 이야기가 완전 삼천포로 빠져 버렸다.)

하여간, 심윤경의 <이현의 연애> 역시 엄청 기대가 된다.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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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2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민희 옮김, 한창우 감수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놀랍다.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에너지, 질량, 빛의 속도, 제곱, 등호를 가지고 이야기할 생각을 하다니.
고맙다.
상대성 이론으로 이렇게 재밌는 책을 써 줘서.
괴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혹은 추천도서 하는 사람들이 '쉬운' 과학책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다 읽고 그런 얘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80% 정도는 재미있고 잘 읽히지만
20% 정도는 꽤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
본격적으로 상대성 이론과 그 확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하지만, 계속 과학 교과서를 갖고 공부하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하다.
대학 졸업한 지가 10년이 넘은 나는 하찮은 공식마저도 가물가물하다.

그리하여
얼른 <정석>을 떼고,
완역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를 꼭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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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야구 감독
에비사와 야스히사 지음, 김석중 옮김 / 서커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솔직하게 아직 채 감동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잘 정리가 될까 모르겠다.
벌써 읽은 지 일주일이 지나가건만, 이 짧은 한 권의 책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해 준다.

일단, 야구와 관련된 문학, 혹은 책이라고 해 봐야 겐이치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밖에 없으니
딱히 비교의 대상은 없다.
있다면 <내츄럴> 같은 몇 편의 야구 영화를 비롯한 스포츠 영화 정도?
(수많은 야구 만화, 스포츠 만화야 워낙 독특한 월드를 구성하고 있으니 비교를 할 수는 없고.)

그래도 역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듯하다.
다분히 정체성(일본과 개인, 집단)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난해하고 웃기는 소설은
솔직히 문학 좀 한다는 사람은 포스트모더니즘이니 해체니 하는 언어로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들 가운데 몇이나 이 내용을 이해했을까 궁금하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고 말이다. 일본의 기본적인 야구 열정이야 우리와는 너무 다르니까 그쪽 상황은 다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에서 출발한다.

야구가 없는 세상이라는 다소 헐거운 설정(중간중간 과연 그 설정이 맞나 싶기도 하니까)
카프카, 라이프니츠와 비교하고 기표와 기의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더라도
이 책은 야구의 진실에서부터 시작한다.

야구의 진실이, 야구만이 아니라, 야구를 보고, 야구를 하고, 야구장에 살고, 야구공에 맞은 사람까지 포함하여... 야구와 관련된 모든 총체적인 관계를 다 포함하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다.
거기서부터 정체성이니 분석이니, 인간이니, 일본이니 뭐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만으로 포장해서는 당연히 말장난밖에 안 되는 것이
우리가 지금 무언가 글을 쓰면서 개콘과 웃찾사를 소재로 한다면, 그것을 모르는 이들은 그저 유머에 대한 분석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같이 웃지도 못하면서, 혹은 쭈욱 보면서 느끼는 둘 사이의 변천과 차이를 모르면서, 고전적인 희극의 정의만 읊조리는 꼴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야구 감독>은 조금 다르다.
이 작품은 오로지 야구만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물론 감동적인 스포츠 드라마로도 읽을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그렇지만 그걸로 이 작품의 평가를 끝내고 만족한다면
차라리 엄청나게 감동적인 <불의 전차>나
감동, 사랑, 캐릭터가 충만한 <공포의 외인구단>이나
볼 만한 것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꽤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 감독>은 조금 다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감동하고 흥분하는 것은
물론 이 만년 꼴찌 팀이 승리할 때도 가능하지만
그것보다는 감독이 작전을 짜고, 선수가 그것을 따를지 말지
손에 땀을 쥐면서 다음 페이지를 넘길 때이다.
혹은 이 감독의 아주 교과서적이지만 가장 힘든 작전 플레이가
과연 끝까지 먹힐 것인가, 그것이 과연 야구의 전부인가
이런 고민을 할 때
야구가 가진 본성과 프로 스포츠로서의 딜레마, 그 속의 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중첩되게 된다.

맞다.
이 작품은 끝까지 야구로 읽어야 한다.
그래야만 야구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나온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것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혹은
내가 꿈꿔 왔던 일, 혹은
내가 지탄하고 있는 사회, 혹은
내가 등돌리고자 하는 무언가
......
끝없이 만나게 되는
다양한 단위의 그룹에 대한 고민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면 야구를 싫어하거나 좋아하지만 그리 잘 모르는 사람은
이 작품을 읽지 말아야 할까?
아니, 적어도 아는 척은 하지 말자.

같은 방식이다.
어떤 경우에도, 내가 아는 방식으로 내가 이렇게 작품을 받아들였음을
정확하게 밝히고, 그만큼의 감동에 만족하고, 혹은 아쉬워하고
이러는 것이 수용이 아닐까 한다.

그러기에 이 작품이 참 소중하다.
어느 한 분야에 대한 꼼꼼한 접근으로 시작한 작품이
무한하게 넓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물론, 일단, 야구에 대해서만,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그렇더라도 이 작품은 이야기한다.
너무 오버해서 무언가를 이야기하지 말자고.
야구 하나만 이야기해도 이렇게 벅찬데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잘 보면 말이지
어느 곳에나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은 과잉들의 흔적이 존재한다.
오래간만에 전문 영역에 몰두해 성취를 이뤄낸 한국 문학의 경우에도 말이다.
'그것은 그것일 뿐이다.'
그것만 제대로 설명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것만 제대로 알 수 있다면, 많은 걸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이상하게 결론을 내 보자.
그래서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를 보며 항상 존경을 표하는 것이다.

(최고로 긴 글인 듯하데...
언젠가는 또 정리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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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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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이바나 바쿠에로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누가 이 영화를 새로운 환타지라고 했는가.
이토록 진지하고, 이토록 가슴 저리고, 이토록 환상적인
성장 드라마는 본 적이 몇 번 안 된다.

(또한, 진정한 성장 드라마는 실존적 고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처열한 실존적 고민이라 할지라도, 사변이 되지 않는 것은
자아와 타자의 관계 속에서 그 실존이 파생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회적 시선 혹은 관계에 대한 시선이 되기도 한다.)

물론 환타지 부분이 훌륭하고 독특함은 이루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할애한 씨네, 필름2의 몇몇 기사는 솔직히
과연 그들이 영화를 봤는가 의심이 들게 한다.
결코 그것이 성장담과 암담한 현실에 대한 시선보다 압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슬프고 아름다운 소녀의 이야기는 기괴함에 기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기예르모 델 토로가 펼쳐 보이는 상상력이야 100퍼센트 인정하지만
그것만으로 해설한다면 그건 평론이 아니다.

델 토로 감독은 이 영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둘의 행복한 만남을 너무나 잘 보여 줬기 때문이다.

꼭 몇 번이고 봐야 할 영화.
하지만 그 슬픔은 어찌 감당해야 할까.
근데 델 토로 감독이 <에이리언> 시리즈를 맡을 날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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