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영화를 새로운 환타지라고 했는가. 이토록 진지하고, 이토록 가슴 저리고, 이토록 환상적인 성장 드라마는 본 적이 몇 번 안 된다. (또한, 진정한 성장 드라마는 실존적 고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처열한 실존적 고민이라 할지라도, 사변이 되지 않는 것은 자아와 타자의 관계 속에서 그 실존이 파생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회적 시선 혹은 관계에 대한 시선이 되기도 한다.) 물론 환타지 부분이 훌륭하고 독특함은 이루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할애한 씨네, 필름2의 몇몇 기사는 솔직히 과연 그들이 영화를 봤는가 의심이 들게 한다. 결코 그것이 성장담과 암담한 현실에 대한 시선보다 압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슬프고 아름다운 소녀의 이야기는 기괴함에 기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기예르모 델 토로가 펼쳐 보이는 상상력이야 100퍼센트 인정하지만 그것만으로 해설한다면 그건 평론이 아니다. 델 토로 감독은 이 영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둘의 행복한 만남을 너무나 잘 보여 줬기 때문이다. 꼭 몇 번이고 봐야 할 영화. 하지만 그 슬픔은 어찌 감당해야 할까. 근데 델 토로 감독이 <에이리언> 시리즈를 맡을 날은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