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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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경험한 사람들보다 결혼 없이 사랑을 느낀 사람들이 더 많잖아요. 우린 결혼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거예요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며 한나는 말했다. 사랑해서 결혼한다는 식상한 결론으로 결혼을 하고 현실에 이리저리 치이며 과연 결혼이란 뭘까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무슨 사치스런 이야기야? 사랑이 밥 먹여주냐?" "에휴, 그냥 다들 남들처럼 때되면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게 행복이지..."라며 이 말을 이상적이라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의 말미에 등장하는 이 대화는 소설 속 여러 인물들의 삶을 지켜본 후라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과연 사랑의 결론이 결혼이 맞는걸까?' '사랑 없는 결혼은 잘못일까?' '결혼이란 제도에 꼭 얽매여야만 할까?' 자신의 삶과 주의 사람들의 삶을 대입하며 복잡미묘한 생각들을 하지만 여전히 결혼이란 굴레 속에 갇혀사는 현실에서 한번쯤은 깊게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다. 작가 역시 "사람들은 누구나 연애와 결혼에 관심이 많아요. 하지만 저는 '그 너머의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가 제시한 <결혼>이란 화두에 대해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가 흥미있는 소설 <결혼하지 않는 도시>를 소개해볼까 한다.

처음 표지 제목을 읽었을때는 단순히 최근 비혼, 졸혼 등 결혼에 대한 인식이나 현실에 대한 부정적 작용들을 소설로 녹인 작품이라 생각했다. 젊은 남녀들의 사랑이야기겠거니 했는데, 처음부터 등장하는 7,80년대의 커플은 내 뒷통수를 '탁'하고 내리쳤다. 가난하고 희망을 꿈꿀 수 없는 삶 속에서 한 여인은 악착같이 돈을 벌고 성공하지만 역시 자신의 신분과 처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벌었던 돈을 털어 여대 졸업장을 얻고 자신의 지위를 상승시켜줄 남자를 찾는다. 자신의 야망에 걸맞는 남편감을 찾은 듯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하지만 그녀는 대외적으로 보이는 명예와 권력을 지키며 행복을 가장하고 쇼윈도부부의 길을 선택한다. 그들에게서 파생된 젊은이들은 애절한 사랑을 꿈꾼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많은 걸 내걸고 내던진다. 사랑은 왜 하나여야만 하나를 반문하는 위험한 관계...그 실상은 진정 사랑일까? 그들이 지키고자 한 것은 사랑일까, 현실일까?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그 다음 세대의 사랑이 시작된다. 자기 중심적인 세대에 걸맞게 상대방에게 흔들리지않고 자신의 길을 선택하며 현실과 맞서는 또 다른 삶의 방법. 그 역시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지만 현실과의 장벽은 높다. 할머니-어머니-딸 3세대를 이어온 각 남녀들의 사랑법과 결혼에 대한 자세는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준다. 첫 커플의 결혼에서 우리를 그렇게 압박하던 결혼의 전제란 사랑이다라는 게 과연 언제부터였나를 반문하게 했다. '맞어맞어...예전엔 얼굴도 안보고 결혼을 하고 부모님이 정해준 짝을 정해진 운명처럼 받아들였었지" 불과 그게 얼마전, 바로 우리 어머니 세대에도 그랬다는걸 문득 깨달았다. 그리고 요즘 조건을 내걸고 결혼상대를 까다롭게 가리고, 연애따로 결혼따로의 사람들을 세속적이다 손가락질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것에 자유로울 수 있는지, 혹은 그들을 부러워하고 있는건 아닌지...이런저런 생각들도 해보았다.

결혼은 사랑과는 또 다른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흔히들 두 대상을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죠. 사랑의 종착점이 결혼이라고 여기는 생각 말이에요. 하지만 결혼은 연애와 달리 관습과 제도의 문제를 동반합니다. 반면, 사랑이 결혼의 필수 조건이 된 것은 불과 얼마 안 된 일이에요. 과거에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남녀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어쩌면 현재의 결혼은 근대 낭만주의의 욕망이 만들어낸 사생아일지도 모르겠네요.

작가 역시 등장인물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진화한다. 그 결말이 꼭 결혼인것은 아니다. 현실의 결혼하지 않는 도시는 사랑이 소멸되었다기 보다 변화하는 시대상과 가치관의 결과일 것이다. 그렇기에 결혼이란 제도는 새롭게 고찰되고 진화해야할 것이다. <결혼하지 않는 도시>가 <사랑하지 않는 도시>가 아니듯 <결혼 못 하는 도시>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공감하는 글귀를 남기고 글을 마친다.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구요. 결혼이라는 제도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래서 이걸 좀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는 거죠. 자유와 사랑이 우선이고, 형식과 의례는 미뤄도 된다는 쪽입니다. 굳이 선언하자면 '사랑 없는 결혼'보다는 '결혼 없는 사랑'을 지지한다 정도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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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진다 - 도발하는 건축가 조진만의 생각노트
조진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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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도발이다'라고 말하는 젊은 건축가 조진만. 그는 제 역할을 잃어버인 도시의 죽은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관습화 된 공간을 창의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특기라고 한다. 그가 소개하는 세계 곳곳의 유명 건축물과 그곳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 책을 펼쳤다. 그러나 다양한 건축 이야기겠거니 하고 펼쳤던 나에게 뒤통수를 치고 당황시킨 건 책의 프롤로그에서부터다.

예술과 건축의 궁극적인 차이점은 전자의 핵심이 '대상의 표현'이라면 후자의 핵심은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책은 결코 하나의 답안이 아닙니다. 건축은 오래 시간에 걸쳐 존재하며 다가올 미래 사회와 환경에 대한 무궁무진한 변화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발하는 건축, 그것은 창의적으로 도전하며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공간의 가능성을 통해 우리 삶을 진일보하기 위한 모헙과도 같은 것입니다.

책 속엔 단순히 유명 건축물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나 뒷 에피소드들에 대한 나열이 아닌, 건축가 조진만의 건축에 대한 마음가짐과 공간과 건축물 그 모든것에 아우르는 깊은 성찰과 애정, 고민들이 담겨있다. 건축을 물리적 재료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보지않고, 갖가지 제약 가득한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의 건축으로 보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일상과 시대를 반영하는 건축, 자연과 공존하고 시대와 문화를 드러내는 건축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건축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활동 공간인 '틈'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틈'이란 한자로 사이사이 간間에 해당한다. 즉, 건축은 인간人間이 앞으로 보낼 시간時間을 위한 공간空間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사람들 사이의 틈','시간은 '순간 사이의 틈', 공간은 '관계 짓기를 위한 틈'을 말한다. 어떻게 보면 인생이란 이 중요한 '틈'들을 얼마나 의미 있게 채우며 살아갈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생소한 건축이야기다 보니 다소 어렵고 딱딱한 부분도 있었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건축가 조진만의 생각에 가장 공감한 부분은 <'안전하기만 한' 놀이터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부분이었다. 위의 저자의 말처럼 창의적 놀이터란 아이들이 틈을 찾아내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어야 한다. 약간의 위험한 곳일수록 호기심과 모험심이 자극된다. 아이들은 놀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커간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놀이터는 어떠한가. 아파트가 도입되면서 맞춰진 기준법에 따라 '그네, 미끄럼틀, 철봉, 모래판 등'을 갖추고 있다 그것도 최근에는 안전과 위생의 문제로 모래 대신 고무 소재의 바닥으로 바뀌었다. 업체측은 허가를 쉽게 받기 위해 찍어내듯 비슷하게 만들어낸다. 이러한 공간에서 부모들이 그토록 원하는 아이들의 창의력이 커질리는 만무하다. 예전 우리의 어릴 적엔 동네 공터와 뒷 동산, 앞 개울가가 우리만의 공간이었다. 그곳엔 어른들이 정해준 규칙이나 틀이 없는 우리의 작은 비밀기지였다. 돌덩이와 나뭇가지 같은 자연물이 장난감이 되고 우리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며 자연과 어울리고 동무들과 어우르며 자라났다. 때론 위험하고 더럽기도 했지만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값진 무언가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안전'이라는 미명 하에 구획된 놀이터에서 과보호 아래에 자라고 있음은 분명하다. 창의성과 자립성을 그토록 바라는 부모들이면서 말이다. 이토록 아이러니한 현실에 작가는 산마루 놀이터의 예를 들며 앞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주체성과 상상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틈'에 대한 시도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나 역시 백만번 찬성하고 지지한다. 아이를 사랑하는만큼 그 아이들이 자라고 커가는 공간에 대한 고민과 배려가 우리에겐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창의적인 공간들이 곳곳에 생기길 바라며, 새로운 건축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준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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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안아준다는 것 - 말 못 하고 혼자 감당해야 할 때 힘이 되는 그림책 심리상담
김영아 지음, 달콩(서은숙) 그림 / 마음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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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안아준다는 것]은 독서치유상담사이자 치유심리학자인 저자가 상담의 참여한 사람들이 닫혀있던 마음을 조심스럽게 열고 서서히 자신을 보여주는 과정, 그리고 그 심리적 문제가 깨닫고 고쳐가는 모습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정말 가슴 벅찬 감동이며 마치 조금씩 알을 깨고 나오는 새 새명을 보는 듯 하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내 속의 상처많은 어린 소녀를 바라보게 됐다. 누구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한없이 약하고 못난 어린아이가 하나 있을 것이다. 그 아이를 대면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그 일을 끝내야 우리는 성장하고 보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저자는 상담을 하며 각자가 그 상처입은 아이를 찾아내고 본인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그림책을 추천해주거나 그들의 내면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공감해준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가 상담을 해오면 그들의 마음에 공감해주기보다 그들의 상황을 도덕적 잣대나 옮고 그름으로 판단하고 조언해버리기 일수다. 그들이 바라는건 그런 평가가 아닐텐데 말이다. 이 책의 여러 상담사례를 읽다보면 그들이 치유해가는 과정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저자의 마음이 존경스럽고 숭고해보인다. 이 속에 담겨진 상담자들은 또 다른 나의 모습이고 언젠가 내가 겪게될 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게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 중 <나를 만나는 여행의 시작> 챕터의 군대 관심사병들의 집단상담 과정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뚝뚝 흘렸다. 서로의 아픔이 더 이상 타인의 아픔이 아닌 우리의 아픔이며 서로의 상처를 끌어안는 그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다.

서로의 상처가 하나로 섞여 위로하며 꾸짖고, 비판하며 연민한다. 누가 더 슬프겠냐며 겨루는 게 아니라, 너의 아픔 나의 아픔을 다 똑같은 상처로 바라보면서 서로 연민한다. 동정이 그거 안 됐어 하며 바라보는 측은의 눈길이라면, 연민은 깊은 이해로 함께하는 긍정의 시선이다. 그리하여 연민 자체가 정화 작용이 된다.

나는 현재 뜨개와 마크라메를 가르치고 작품을 만들어내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실을 잡고 작품을 만들다보면 인생사와 참 닮았다고 느끼는 일이 많다. 차분하게 집중해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들면 그 결과물 또한 완성도 높고 예쁘지만, 급하게 시간에 쫒기거나 허둥지둥 집중하지 못하고 만들었을때는 꼭 실수가 있고 결과물 또한 아쉬움이 크다. 우리네 삶 역시 하루하루 나의 마음을 잘 살피고 내가 나아가는 길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지낸다면, 먼 후일 후회하거나 실패하는 일이 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작품을 만들 때 실수를 놓치고 작업을 쭉 이어갈때가 있다. 뒤늦게 그걸 발견하게되면 짜증스럽고 힘이 빠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때론 너무 귀찮아 대충 눈속임을 하고 완성을 해보지만, 내가 알고 있는 그 실수의 부분이 자꾸만 눈에 걸려 내 맘을 불편하게 만든다. 삶에서도 똑같지않을까? 자신의 실수나 허물을 스리슬쩍 감추고 잘 지내는 듯 연기하지만 그 실수와 허물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어느때곤 불지불식간에 감췄던 그 실체가 자격지심이나 상처로 표면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작업을 하다 실수를 발견했을 때 그만큼 들였던 나의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만 다시 되돌려 그 부분을 고쳐 새롭게 시작한다. 하지만 새롭게 뜨는 그 부분은 이제 처음이 아닌 해봤던 작업이기에 그 전보다 더 예쁘고 더 빠르게 진행된다. 결과적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더 집중하고 그 이전보다 완성도 높게 결과물을 얻어내게 된다. 실수와 실패를 통해 나는 더 값진 결과를 얻어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보다 더 성장한다. 우리네 삶도 역시 마찮가지일 것이다. 누구나 실수나 실패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직시한다면 이전보다 더 성장하게 될 것이다. 내 속에 못난 부분을 감추고 덮어만 둔다고 해결될까? 강해지고 완벽해지라는게 아니다. 그냥 약하고 못난 나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게 진정한 삶의 의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실수나 좌절을 경험하고 나아가 실패라는 결과를 얻게 되었을 때 아파해도 된다. 좀 비참해해도 되고 억울하다고 울어도 된다. 그런데 남들이 볼까 봐, 남들의 기준에 어긋날까 봐 그 상황에서조차 아닌 척, 괜찮은 척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자기 인생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걸어가는 길은 세상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하고 그들이 멋대로 심어 놓은 이정표를 따른다. 그런다가 어느 심술쟁이가 이정표를 뽑아간 곳에 이르게 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허둥거린다. 항변해도 소용없다. 심술쟁이는 이정표의 주인이 자기였다며 향변하는 나에게 오히려 수치심을 안겨준다. 그렇다면 나를 허둥거리게 만들 수 있는 세상에 나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자격을 주지 말자. 나의 인생에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다. 왜냐하면, 나의 인생은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요즘들어 마음이 아픈 사람이 너무 많이 보이고, 그게 나아가 사회문제로까지 번져가는 걸 보며 더욱 관심이 많아졌다. 내 마음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시간속에서 그렇게 건조하게 살아왔던 내가 이제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어른이란 존재로 사회에 서는 나이가 되니 마음 아픈이들의 내면이 더 궁금하고 보듬어 주고 싶달까? 그래서 이런저런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이런 심리책들도 자주 들여다보는데, [마음을 안아준다는 것]을 읽고나니 더욱 그런 마음이 강해졌다. 꼭 전문적인 공부가 아니더라도 관련서적을 찾아보며 나름의 공부를 해봐야겠다 다짐해본다. 언제나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이해해달라고 왜 모르냐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내쪽에서 먼저 그들을 이해보려할 때 우리의 관계가 형성되고 지속되지 않을까?

살면서 너에게 어떤 존재가 간절히 필요했던 때가 있다면,

다른 이에게 네가 그런 존재가 되어주어라

이 말처럼 이제부턴 나의 가족에게 내 사람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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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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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테지만 정확한 이야기의 흐름을 설명해보라면 잘 못할 고전 중의 고전이다. 나 역시 고등학교때 연극부 출신에 전공이 국문과라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많이 살펴봤고 익숙했지만, 4대 비극보다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5대 희극은 그게 대충 이런 이야기였는데..쯤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새롭게 번역개편되면서 가독성도 높아지고 세부적 지문들은 없어 이야기의 흐름이 글처럼 자연스럽게 읽혀져서 예전에 극본으로 읽었을 때보다 훨씬 단숨에 읽어져 좋았다. 극본 보기를 어려워하는 분들도 편안하게 소설처럼 읽을 수 있어 한 번 도전해보시기를 추천한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이탈리아 파도바의 한 집안에서 두 딸을 시집보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파도바의 갑부 밥티스타에게는 딸이 둘 있는데, 첫째는 이름난 말괄량이 카타리나이고, 둘째는 얌전하고 아름다운 비앙카이다. 비앙카에게는 구혼자들이 줄줄이 있지만 첫째 카타리나는 성질이 불같고 괴팍해 사람들이 청혼을 꺼려한다. 그래서 밥티스타는 첫째 카타리나를 시집보내기 전에는 둘째 비앙카를 결혼시키지 않겠다고 못 박는다. 한편 파도바에 유학을 온 피사 출신 루첸티오는 우연히 비앙카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녀에게 구혼하기 위해 그의 하인인 트래니오를 자신으로 변장시켜 비앙카에게 구혼하러 온 사람처럼 행동하게 하고, 자신은 비앙카에게 라틴어를 가르치기 위해 온 교사 캄비오로 행세하며 비앙카에게 접근한다. 모두들 비앙카의 사랑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을 때, 베로나 출신의 신사 페트루치오는 아내가 좀 사나우면 길들이면 되니 재산만 물려받으면 된다며 우선 밥티스타에게 접근해 지참금으로 은화 2만 크라운을 주고 죽은 뒤 재산의 절반을 물려주겠다는 각서를 받는다. 페트루치오는 카타리아의 괴팍한 행동도 모른척하며 온갖 사탕발림을 잔뜩 늘어놓고 억지를 부리며 결혼식 날짜를 잡아버린다. 과연 그는 말괄량이 카타리아는 길들이고 온순한 아내로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비앙카의 사랑을 얻고 그녀를 차지할 사람을 누구일까?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위의 모든 이야기가 서막에 나오는 주정뱅이 크리스토퍼 슬라이가 보는 연극이다. 즉 극중극으로 술에 절어 쓰러진 슬라이를 그 지방 영주가 끌고 와서, 정신이 오랫동안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영주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놀리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연극이 바로 저 말괄량이 길들이기인 것이다. 예전 고전극의 경우 극중극의 형식이 많은데, 작가가 관객에게 전달하고자하는 바를 이중적으로 표현하기 위함이 아닐까한다. 주정뱅이 슬라이가 자신의 처지를 모르고 착각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듯 하지만 자신의 권위로 아랫사람들을 우롱하는 영주에 대한 비판 역시 담고 있는 듯 하다.

다소 여성비하적이고 아내를 순종적으로 '길들인다'는 여성차별적 주제로 이야기가 불편한 사람도 있을거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페트루치오가 아내를 길들인답시고 벌이는 일이 너무나도 상식 밖의 일들이라 "여성을 길들이겠다"는 의도 자체를 비꼬는 블랙코미디로 보는게 더 맞는것 같다. 극의 말미에 순종적으로 변한 카타리나가 비앙카와 다른 아녀자에게 올바른 아내상에 대한 이야기를 일장연설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아이러니하고 과연 그녀의 본성이 바뀐게 아니라 오히려 비꼬는 듯하게 느껴진다. 어느 시대든 여성차별적 사고와 그에 대한 비판은 공존하는 듯하다. 셰익스피어 시대 여성의 권위와 현재 여성의 사회적 인식은 분명 많이 달라졌지만, 그 시대 역시도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작품들이 존재했고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건 아직도 변화되어야 할 것이 많다는 반증이지 않을까?

말광량이 아내는 길들이는 게 아니고 길들여지는 것도 아닌 존중과 사랑으로 서로를 배려함으로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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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당신을 닮았다 - 나를 몰라서 사랑을 헤매는 어른을 위한 정신과의사의 따뜻한 관계 심리학
전미경 지음 / 더퀘스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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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를 거쳐오면서 '왜 나는 사랑이 어려울까?''사랑하고 싶지만 상처받기 싫어'라고 외쳐온 사람들 여기 모여라~!!! 15년간 수만 명을 치유해온 정신과 전문의의 심리학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가며, 내 사랑이 행복해지는 책 <당신의 사랑은 당신을 닮았다>를 소개해드릴게요 ^^

띠지의 나를 몰라서 사랑을 헤매는 어른을 위한 정신과의사의 따뜻한 관계 심리학이란 타이틀처럼 이 책은 사랑을 하며 늘 어려워하는 상황과 포인트들을 심리학적 관점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았다. 관계심리학이자 연애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나는 과거 내 연애의 각 상황들과 상처들을 떠올리며 심리학적 관점에서 그것들을 재조명볼 수 있었다. 늘 내 탓 같았다가 그 나쁜 놈의 탓이었다가 그런 놈과 계속 안엮기게 된게 다행이었다가 세상 별 남자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어찌저찌 결혼까지 하고 아이까지 나아 기르게 된 아줌마가 되었지만, 우리 삶에서 사랑과 사람과의 관계란 빠질 수 없는 주제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사례나 누구나 겪어봤을 상황들을 통해 심리학적 관점에서 그 현상과 원인을 대입해 설명해준 이 친절한 심리학 책은 많은 이에게 위안을 주고 안심하게 해준다. 나만 사랑이 힘든게 아니며, 이별이 나의 탓이 아니며, 나에게도 또 좋은 사랑이 찾아올 것이며, 또 최선을 다해 사랑하면 될 것이라는 응원이 가득하다.

심리학 책이지만 표지부터 사랑에 관한 문학책 같았던 느낌을 주어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책을 펼치면 각 파트 사이사이 일러스트와 사랑에 관련된 아름다운 글귀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심리학적 용어들 속에서도 문학적 감성을 유지시켜주는 장치로 너무나 적절하고 좋았다. 내가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 이렇게 심리학까지 들야다봐야 하는 자괴감 따위 없이 문학에세이를 읽듯이 감성을 이어갈 수 있어 인문서를 싫어하는 나에게도 부담감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내 연애를 삼각형으로 그려보라'는 단락이 기억에 남는데, 각 삼각형의 꼭지점을 우정, 열정, 헌신으로 두고 친밀감만 있는 사랑은 우정, 열정만 넘치는 사랑은 짝사랑, 헌신만 있는 사랑은 공허한 사랑으로 분류해 균형잡힌 삼각형으로 성숙한 사랑을 표현해낸게 흥미로웠다. 친밀감과 열정만 넘치면 낭만적 사랑, 친밀감과 헌신만 넘치면 우애적 사랑, 열정과 헌신만 있다면 허구적 사랑이라는 분류 또한 역시 공감이 가는 포인트였다. 과거에 또 지금도 사랑하며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우리들은 이 삼각형의 어느 한 부분에 속해있을 것이다. 각자 원하는 포인트들은 다르겠지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랑은 이 균형잡힌 삼각형 속에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할 것 같다.

직업이나 우정과 같은 영역과 달리 사랑에 차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함과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두 가지의 선택지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사랑은 당신을 닮았다 P151

가장 와닿기도 했고 읽으면서 공감과 반성이 어우러졌던 글귀다. 지나 온 내 사랑과 현재 진행중인 나의 가족과의 사랑에 나는 최선을 다 했으며 현재도 최선을 다 하고 있나 생각해보았다. 이별한 사랑은 두말할 것 없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에, 아니 최선을 다했어도 반드시 해피엔딩이 아니였을 수 있지만 늘 아쉬움이 남는건 내 노력이 부족했다는걸 인정하기 때문일것이다. 현재 나의 남편과 아들에게도 난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대답은 '아니요' 인듯하다.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많은 것들과 눈앞에 놓인 장벽들에 허덕이며 사랑은 사치라는 느낌으로 퍽퍽하게 지내는 게 현실...좀 더 친밀감 있게, 좀 더 열정적으로, 좀 더 헌신적으로 대한다면 그들 역시 내가 바라듯이 나에게 사랑을 내줄텐데....사랑 받고 싶다면 역시 내가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만고불변의 법칙...그래 이번 주말은 좀 더 따뜻하게 우리집 두 남자들을 대하리라 다짐해본다. ㅋㅋ

내가 나의 연인의 감정 기복, 관계의 변화, 더 나아가 연인의 유무에 좌우되는 존재는 아니며 나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당신의 사랑은 당신을 닮았다 P289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말인듯하다. 연애도 사랑도 중요하지만 타인과의 관계가 아닌 나 스스로의 자존감과 행복...이것이야 말로 전제되어야 할 것이며 가장 중요한 포인트! "당신이 좋은 사랑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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