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건축이야기다 보니 다소 어렵고 딱딱한 부분도 있었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건축가 조진만의 생각에 가장 공감한 부분은 <'안전하기만 한' 놀이터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부분이었다. 위의 저자의 말처럼 창의적 놀이터란 아이들이 틈을 찾아내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어야 한다. 약간의 위험한 곳일수록 호기심과 모험심이 자극된다. 아이들은 놀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커간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놀이터는 어떠한가. 아파트가 도입되면서 맞춰진 기준법에 따라 '그네, 미끄럼틀, 철봉, 모래판 등'을 갖추고 있다 그것도 최근에는 안전과 위생의 문제로 모래 대신 고무 소재의 바닥으로 바뀌었다. 업체측은 허가를 쉽게 받기 위해 찍어내듯 비슷하게 만들어낸다. 이러한 공간에서 부모들이 그토록 원하는 아이들의 창의력이 커질리는 만무하다. 예전 우리의 어릴 적엔 동네 공터와 뒷 동산, 앞 개울가가 우리만의 공간이었다. 그곳엔 어른들이 정해준 규칙이나 틀이 없는 우리의 작은 비밀기지였다. 돌덩이와 나뭇가지 같은 자연물이 장난감이 되고 우리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며 자연과 어울리고 동무들과 어우르며 자라났다. 때론 위험하고 더럽기도 했지만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값진 무언가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안전'이라는 미명 하에 구획된 놀이터에서 과보호 아래에 자라고 있음은 분명하다. 창의성과 자립성을 그토록 바라는 부모들이면서 말이다. 이토록 아이러니한 현실에 작가는 산마루 놀이터의 예를 들며 앞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주체성과 상상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틈'에 대한 시도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나 역시 백만번 찬성하고 지지한다. 아이를 사랑하는만큼 그 아이들이 자라고 커가는 공간에 대한 고민과 배려가 우리에겐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창의적인 공간들이 곳곳에 생기길 바라며, 새로운 건축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준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