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진다 - 도발하는 건축가 조진만의 생각노트
조진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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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도발이다'라고 말하는 젊은 건축가 조진만. 그는 제 역할을 잃어버인 도시의 죽은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관습화 된 공간을 창의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특기라고 한다. 그가 소개하는 세계 곳곳의 유명 건축물과 그곳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 책을 펼쳤다. 그러나 다양한 건축 이야기겠거니 하고 펼쳤던 나에게 뒤통수를 치고 당황시킨 건 책의 프롤로그에서부터다.

예술과 건축의 궁극적인 차이점은 전자의 핵심이 '대상의 표현'이라면 후자의 핵심은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책은 결코 하나의 답안이 아닙니다. 건축은 오래 시간에 걸쳐 존재하며 다가올 미래 사회와 환경에 대한 무궁무진한 변화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발하는 건축, 그것은 창의적으로 도전하며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공간의 가능성을 통해 우리 삶을 진일보하기 위한 모헙과도 같은 것입니다.

책 속엔 단순히 유명 건축물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나 뒷 에피소드들에 대한 나열이 아닌, 건축가 조진만의 건축에 대한 마음가짐과 공간과 건축물 그 모든것에 아우르는 깊은 성찰과 애정, 고민들이 담겨있다. 건축을 물리적 재료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보지않고, 갖가지 제약 가득한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의 건축으로 보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일상과 시대를 반영하는 건축, 자연과 공존하고 시대와 문화를 드러내는 건축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건축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활동 공간인 '틈'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틈'이란 한자로 사이사이 간間에 해당한다. 즉, 건축은 인간人間이 앞으로 보낼 시간時間을 위한 공간空間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사람들 사이의 틈','시간은 '순간 사이의 틈', 공간은 '관계 짓기를 위한 틈'을 말한다. 어떻게 보면 인생이란 이 중요한 '틈'들을 얼마나 의미 있게 채우며 살아갈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생소한 건축이야기다 보니 다소 어렵고 딱딱한 부분도 있었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건축가 조진만의 생각에 가장 공감한 부분은 <'안전하기만 한' 놀이터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부분이었다. 위의 저자의 말처럼 창의적 놀이터란 아이들이 틈을 찾아내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어야 한다. 약간의 위험한 곳일수록 호기심과 모험심이 자극된다. 아이들은 놀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커간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놀이터는 어떠한가. 아파트가 도입되면서 맞춰진 기준법에 따라 '그네, 미끄럼틀, 철봉, 모래판 등'을 갖추고 있다 그것도 최근에는 안전과 위생의 문제로 모래 대신 고무 소재의 바닥으로 바뀌었다. 업체측은 허가를 쉽게 받기 위해 찍어내듯 비슷하게 만들어낸다. 이러한 공간에서 부모들이 그토록 원하는 아이들의 창의력이 커질리는 만무하다. 예전 우리의 어릴 적엔 동네 공터와 뒷 동산, 앞 개울가가 우리만의 공간이었다. 그곳엔 어른들이 정해준 규칙이나 틀이 없는 우리의 작은 비밀기지였다. 돌덩이와 나뭇가지 같은 자연물이 장난감이 되고 우리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며 자연과 어울리고 동무들과 어우르며 자라났다. 때론 위험하고 더럽기도 했지만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값진 무언가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안전'이라는 미명 하에 구획된 놀이터에서 과보호 아래에 자라고 있음은 분명하다. 창의성과 자립성을 그토록 바라는 부모들이면서 말이다. 이토록 아이러니한 현실에 작가는 산마루 놀이터의 예를 들며 앞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주체성과 상상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틈'에 대한 시도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나 역시 백만번 찬성하고 지지한다. 아이를 사랑하는만큼 그 아이들이 자라고 커가는 공간에 대한 고민과 배려가 우리에겐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창의적인 공간들이 곳곳에 생기길 바라며, 새로운 건축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준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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