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형사들 - 사라진 기와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명섭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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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의 대가 정명섭 작가의 신작이라 기대가 됐던 <조선의 형사들-사라진 기와>는 역사와 추리소설을 모두 좋아하는 나에게는 아주 자연스럽게 끌리는 소재였다. 기대를 앉고 책장을 펼치고는 정말 단숨에 읽어버린 이 이야기는 영빈마마의 위패를 모신 의열당 기와가 사라지며 시작된다. 효심 깊은 임금이 알기 전에 반드시 기와를 찾아야만 한다. 평소 관할권과 포상 문제로 견원지간이던 좌우포도청은 연합하여 이 사건을 해결하기로 하고, 각자 군관을 파견한다. '쇠도리깨의 이종원'과 '육모 방망이의 육중창', 서로 성격도 체격도 스타일도 너무나 다른 그들의 첫만남은 좋지않았지만 사건을 해결하면서 점점 캐미를 이루며 합을 맞춰간다. 실존했던 역사인물들과 사건들을 재조명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내는 작가 정명섭의 상상력은 역사적 사실에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극적 장치들과 구성들로 소설적 흥미 또한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공 두 캐릭터의 존재감이 사건의 중심을 이끌어가면서 점점 집중을 하게 만들어준다.

첫만남의 의열당 기와 사건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는 듯 하지만, 한 젊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그들 앞에는 또 다른 문제가 주어지는데....애초부터 범인의 윤곽은 잡히지만 권력자들의 갖은 술수로 두 군관들의 사건 해결은 난항을 겪고 결국 억울한 죽음은 묻히고 말 위기에 처해진다. CCTV도 DNA감식도 없던 시절, 오로지 탐문수사와 물증만으로 범인을 잡을 수 밖에 없기에 권력의 힘이 손을 뻗기도 사건의 진실을 가리기도 더 쉬웠을것이다. 물론 최첨단 과학수사가 동원되는 현재에서도 권력의 농간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억울한 피해자들이 끊이지않는게 현실인지라 지금과 묘하게 겹쳐지는 부분들이 또다른 재미이기도 했다. 과연 이 매력쩌는 두 군관들은 이 난관을 어떻게 넘어서고 사건을 시원하게 해결해나갈까? 그 속에 숨은 조력자들의 카메오같은 활약들도 흥미로운 요소이다.

실제로 정조는 왕위에 오르고 그의 즉위를 반대하던 세력에 의해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팩트를 모티브를 삼아 최대한 객관화시키며 작품에 풀어나가는 작가의 성실함이 참 존경스럽고 그 속에 실존했던 두 군관 캐릭터에 숨을 불러일으켜 생생하고 흥미롭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구성력에 박수를!!! 역사와 추리소설 모두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할만한 소설인듯하다. 물론 현재의 기술적인 과학수사를 흥미롭게 다룬 드라마나 영화와 비교하기에는 너무도 유치하고 단순한 사건해결 일수도 있겠지만, 또 그게 사극 미스테리만의 매력이지 않을까. 함께할 때 거칠 것 없었던 조선시대 두 군관의 모험 활극 한판에 동참해보시렵니까?^^


#조선의형사들 #몽실북스 #정명섭작가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역사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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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집 의사 친구, 닥터프렌즈
닥터프렌즈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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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의사 친구 하나 있으면 좋겠다"라는 띠지 글처럼 누구나 믿음직한 내 인생의 주치의가 옆에 있다면 그보다 더 든든한 친구가 어디 있을까?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의학은 발달하고 있지만, 그 풍요로움이 수많은 질병을 낳고 많은 현대인들이 스트레스라는 만병의 근원으로 고통받고 지쳐가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아침부터 TV 속 정보프로그램에는 수많은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 등의 정보들이 넘쳐나고 그 정보 역시 너무 넘쳐나 무엇을 받아들이고 나에게 적용시켜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늘 "무리하지 마시고 푹 쉬세요. 약 드시고 더 나빠지면 오세요" 라고 하니 '뭐 내 병은 내가 잘 알지'라며 참고 약보다는 민간요법을 찾는 이들도 솔직히 많을 것이다. 의사에 대한 병원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정말 치료가 필요한 순간을 놓치고 큰일이 날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솔직히 나 역시도 몸이 어디가 고장이 나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는 이상은 몸이 보내는 자그마한 신호는 무시하고 넘어갈 때가 많다. 건강검진이 두렵고 큰 병이라도 있을까 무서워 오히려 더 병원진료를 꺼리기도 한다. 이런 찌질한 병자들에겐 정말 친구같은 주치의가 필요할텐데, 여기 내과,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인이 뭉쳐 스스로를 [닥터프렌즈]라 칭하며 나타났다.

<닥터프렌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 내과 전문의 우창윤,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이 함께 운영하는 의학 전문 유튜브 채널이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처럼 사람들에게 다가가 의학지식을 알려주고 병에 대한 그릇된 오해들을 풀어주자는 목표로 뭉친 세명의 젊은 의사들이 소통의 장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유튜브였다는게 신선했고 좋은 아이디어였다 생각된다. 너무 많은 건강 정보가 범람하고 있는 요즘 그 정보들의 정확성을 판단하기 어려운데 그들의 콘텐츠가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면 많은 이에게 유익하리라 본다.

책의 1장에서는 그들이 닥터프렌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각자의 목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의사로서의 권위나 거창한 포부가 아닌 현실적으로 정말 필요한, 환자들에 대한 애정과 염려가 담긴 그들의 마음이 담긴 목표들이라 뭔가 마음이 따뜻해졌다. 각박한 삶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분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런 분들이 있기에 세상이 아직 희망적이고 유쾌할 수 있는 것이리라. 2장에서는 각자의 전문과별로 자주 접하는 건강 고민들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 놓았는데, 흔히 가질 수 있는 질문들을 친한 친구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듯해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3장에서는 그들의 대학생 시절부터 유튜브가 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그들 역시 미성숙하고 치열했던 시절이 있었으며 각자 다른 개성으로 만나 지금까지 함께 할 수 있었던 많은 에피소드들을 엿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최근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웃고 가슴 따뜻했었다. 세상에 저런 의사들만 있으면 얼마나 세상이 아름다울까 싶을 정도로 인간미 넘치고 사명감 쩌는 그들의 모습에 온통 마음이 빼겼드랬다. 물론 '세상에 저런 의사가 어딨어!'가 나의 결론이였지만, 이 책 <닥터프렌즈>를 읽으면서 그래도 3인의 닥터프렌즈 같은 의사들만으로도 사람들의 병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봤다. 정말 이런 친구 갖고 싶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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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집 - 어둠을 찢고 들려오는 의문의 소리
박성신 외 지음 / 북오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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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빌라에 살 때의 일이다. 아랫층엔 50대 후반의 아저씨가 살고 있었는데, 이분과의 층간소음 전쟁은 지긋지긋했다. 우리집엔 어머니와 나 단둘이 살고 있어 나는 출근하고 밤 늦게야 들어왔고, 어머니는 통닭집을 하고 계셔서 오후에 나가시면 새벽까지 장사를 하시고 달목욕까지 끝내면 동이 틀무렵이나 들어오셨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나 혼자 있는 밤에 시끄럽다고 올라와 좀 조용히 하라고 하기 시작....'아니 나 들어와서 씻고 혼자 티비도 안켜고 방에서 책보고 있었는데?' 대체 왜? 눈으로 보시라며...시끄러울게 뭐가 있냐고.... 그렇게 시작된 예민한 아저씨의 방문은 황당함을 넘어 점점 짜증과 분노를 가져왔다. 평소 모녀 둘이 집에 있는 시간도 별로 없어 늘 조용한데 주말이나 명절이 되어 오빠내외와 조카들이라도 오면 정말 5분도 안되어 튀어 올라와 좀 조용히 하라고 언성을 높이고... 너무 무서운게 나랑 엄마가 밤늦게 들어온 시간이며 새벽에 화장실 사용한거까지 열거하며 자신의 예민함을 표출하시는데 이건 뭐 조용히 누워 윗층에서 무슨 소리라도 내나 귀기울이고 있는것 같은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다 진짜 이분은 병이구나 한게 거실 화장실문 경첩이 뻑뻑해졌는지 문을 여닫을 때마다 삐익~삑~ 소리가 났는데, 며칠 지나자 아랫층 아저씨가 경첩에 뿌리는 윤활스프레이를 들고 오시더니 자신이 직접 들어와 화장실문에 뿌리고 가셨다. 그때 한창 층간소음으로 칼부림 사건까지 뉴스에 나오던 때라 혹시나 이 아저씨가 눈 돌아가 칼이라도 들고올까 매번 미안하다며 조심하겠다 했는데 차츰차츰 나도 분노가 올라오는게 가끔 신경질이 나면 일부러 발로 바닥을 쿵쿵 구르기도 했다. 그렇게 전쟁아닌 전쟁 중 우리집 실외기 베란다에 비둘기가 집을 지어 새끼를 낳았는데, 비둘기의 구구구 하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이 아저씨가 기다란 쇠꼬챙이를 들고 열심히 비둘기집을 쑤시고 계셨다. 그러면서 비둘기가 집을 짓게 왜 내려버두냐는 식으로 우릴 나무라는거였다. 알고보니 아랫층 아저씨는 일도 안나가고 하루종일 집에 있는 백수였는데 정신적 스트레스와 예민함을 우리에게 돌리는 듯했다. 나 역시 귀가 예민하고 윗층의 발소리나 소음에 민감한 편이라 윗층의 층간소음으로 고생하는 것에 공감하고 그 고통을 이해하지만, 이거야 유별난 아랫층 때문에 이사를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아랫층 아저씨가 시골로 거취를 옮기면서 이 기나긴 신경전은 끝이 났지만, 일종에 트라우마로 남아 아직도 두고두고 층간소음은 나에게 불편한 녀석이다.

이렇게 현대 한국사회에서 누구나 겪고있고 겪을 법한 층간소음은 우리 생활에서 땔 수 없는 하나의 이슈로 자리 잡았다. 더구나 코로나 라는 특수한 상황과 만나 집콕 생활이 길어기면서 층간소음 갈등문제는 더 늘었다. 그래서일까? 이 층간소음이란 주제로 미스터리 연작소설집이 세상에 나왔다. 보이지않는 곳의 소리라는게 불러일으키는 호기심과 상상력, 그리고 공포감이 다양한 이야기와 만나 미스터리로 탄생했고, 그 짤막한 이야기들을 엮은 소설집이 바로 <위층집>이다. 사람 사이의 공간을 지켜주는 벽. 그 벽을 뚫고 내 공간을 침범하는 불쾌한 소리. 층간소음 스트레스는 인간의 본성을 어디까지 파멸시킬 수 있을까? 네 작가가 만든 네편의 소설이 결코 상상만으로 끝나지 않는 현실의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각기 다른 소재와 접근으로 층간소음과 인간 삶의 다양한 면들을 들쳐볼 수 있는 소설집 <위층집>은 흡사 내 이웃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같아 집중이 잘 됐고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최근 장르소설에서 활약하고 있는 네 작가의 각기 다른 개성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장르소설을 단순히 범죄가 일어나고 그것을 해결해가는 이야기, 탐정이야기 등 오락적인 소설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제법있다. 하지만 나는 단언컨데 그 어떤 소설보다 더 현실적이고 우리네 삶의 다양한 모습과 철학이 담겨있는게 장르소설이라고 말하겠다. 많은 사건 속에는 개개인의 사연과 상처가 묻어있고 그것을 풀어나가면서 세상과 맞서 싸우기도 하고, 악한이에게 벌을 내리는 통쾌함을 느끼기도 하고, 아픈 이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짧은 단편들이지만 <위층집>에 실린 네가지 이야기들도 그런 역할에 충실했던 이야기였다.

모두가 잠든 밤 소파에 기대어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장을 넘기게 될 책. 난 분명히 가볍게 한편씩 읽으려고 했는데 말이다.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위층집 #박성신 #윤자영 #양수련 #김재희 #미스터리연작소설집 #북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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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친구 1 스토리콜렉터 95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박아람 옮김 / 북로드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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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쫄보에 자그마한 소리나 자극에도 크게 놀라고, 잔인한 장면은 눈을 가리고, 무서우면 채널을 돌리거나 티비를 꺼버리는 내는 참 희한하게도 소설로는 호러나 스릴러를 아주 좋아하고 즐겨본다. 영상에서 오는 눈과 귀의 자극은 방심한 나에게 급작스럽게 다가와 날 놀래키지만, 글로 읽는 호러나 스릴러는 그 긴장감과 공포감을 내 호흡으로 조절하며 빠져들 수 있어서 좋다. 오롯이 글로 표현된 설명으로 그 세계를 상상하고 주인공과 함께 호흡하는 순간이 흥미롭고 짜릿하다. 물론 과한 상상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밤새 꿈속에서 나를 괴롭히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최근 영상으로 제작되는 호러나 스릴러물은 피가 난자하고 너무 자극적이라 보는내내 불편하게 만들어 점점 꺼려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스티븐 킹 스타일의 오컬트 호러를 표방하여 기대를 모았다는 ,보이지 않는 친구>라는 이 소설은 소개글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영화 각본을 쓰고 감독도 맡은 바 있는 작가 스티븐 크보스키의 이력 또한 매력적이었다. 10대 시절 이미 고전, 공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섭렵한 작가는 특히 J.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그리고 스콧 피츠제럴드와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나의 최애 고전 <호밀밭의 파수꾼>에 영향을 받았다니....그의 가치관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하는 이야기들은 어떨지 그게 공포 장르에는 어떻게 녹여있을지가 너무도 궁금했다. 대학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했고 연출은 물론 배우로도 활약했다고 하니, 공포장르에서 중요한 장면연출이나 표현들도 더 생생하고 시각적일듯 해 기대됐다.

<보이지 않는 친구>는 연인의 폭력에 시달리던 케이트 리스가 더 나은 삶을 위해 일곱 살 아들 크리스토퍼와 야반도주를 해 밀그로브라는 소도시에 살게 되면서 시작된다. 새로운 도피처에서 안정된 새로운 삶을 꿈꾸던 그들에게 어느날 뜻하지 않는 일이 닥쳐온다. 아들 크리스토퍼가 실종되고, 아이는 엿새 뒤 미션스트리트 숲에서 발견되지만 실종 이전과는 무언가 달라져있다. 난독증이 고쳐지고, 사람들의 비밀을 들을 수 있게되는 등 초자연적인 힘을 갖게 된다. 그리고 상상 세계 속에 점점 빠져들며 그를 도왔다는 '착한 아저씨'의 말대로 매일 밤 미션스트리트 숲을 찾아가 나무집을 만드는 데 몰두한다. 그리고 그 나무집은 현실 세계와 상상세계를 이어주는 문이 되는데.... 크리스마스에 모두가 죽게된다는 불길한 예언과 크리스토퍼를 찾아다니는 '뱀 같은 여인'.... 과연 크리스토퍼는 두 세계를 지키고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는 단지 그의 아빠처럼 미친 정신병자일 뿐일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은 두 부류야,

예언가 아니면 사이코패스.

주인공에게 점점 밀려드는 공포와 흥미진진한 스릴. 신비로운 영적 체험과 그 속에 소름 끼치는 공포를 절묘하게 섞어 묘사한 작가의 아이디어가 정말 놀라웠다. 1권을 끝내는 순간까지도 주인공이 과연 세상을 구할 예언가일지 정신질환자이자 사이코패스일지 가늠할 수 없을만큼 치밀하게 짜여진 이야기에 2권이 너무도 궁금해졌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끊임없는 공포 속에서도 주인공 크리스토퍼의 타인을 위한 이타심과 무한신뢰와 애정으로 아들을 지키려는 엄마 케이트 리스의 모성애다. 도시에 점점 퍼지는 어둠의 기운과 광기 한가운데에서도 그들의 선한 영향력은 한줄기의 빛이자 구원이다. 작가가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받았다는 영향이 이런점에서 이어지는 듯해 '아 역시 보길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세상은 영화나 소설만큼 공포스럽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은 희망과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친구'...과연 그 친구는 우리를 구원해줄까? 얼른 2권 읽으러 가야겠다 ^^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보이지않는친구 #스티븐크보스키 #북로드 #호러소설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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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 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
차승민 지음 / 아몬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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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라는 타이틀에 끌려 읽게 된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제목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안타까운 마음에 처음엔 반감이 일었다. 정신질환은 그들이 선택한게 아닌 치료받아야할 병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지은 잔혹한 범죄들이 다 용서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정신질환자가 아닌 사람이 감형을 받으려고 속이는 경우도 허다한게 현실인데 저자가 선택한 '애처로운' 이란 단어가 솔직히 거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책에 끌린 이유는 최근 각종 범죄 프로그램이나 영상들을 찾아보며 대체 범죄자들의 사고회로는 어떻길래 저런 짓을 저지를까를 엿보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됐는데, 정신질환자들은 어떤 상황들로 인해 범죄에 다다를지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의 여러 에피소드를 읽어가며 저자가 그렇게 고민하고 써 내려간 이야기들 속에서 그녀가 '애처로운'이라 붙이게 된 경위도 알게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일하다 워킹맘으로 일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으로 이직, '공무원'의사의 삶을 살아가게 됐다. 공무원이란 타이틀이 주는 안정감으로 편하게 살 줄 알고 결정한 일이지만 매일 170명에 육박하는 범법정신질환자를 돌보는 주치의로 일하게 된 것이다. 범죄자들이지만 저자에게는 환자이기에 그들을 상담하며 겪어 온 많은 고민과 사연들 속에서 그녀는 단순히 그녀의 환자들을 감싸주고 이해해달라 얘기 하지 않는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은 물론 그들이 앓고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 역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사회와 사람들에게 설득하려 함이 이 책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주로 성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쥐어주지 말라는 의미로, 최근에 N번방 사건 가해자에 관해 언론이 도 넘는 내러티브 보도를 하자 이 말이 많이 쓰였다. 누가 봐도 파렴치한 범죄자에게 부여하는 지나친 서사에 나도 반대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마이크가 허락되는 것은 아님을 말하고 싶다. 어떤 사람은 그저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벌인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사전에 계획하고 특정한 의도를 가진 채 범죄를 저지른 '악인'과 도매금으로 '나쁜 놈'으로 몰린다. 나는 우리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모두 대변할 마음도, 능력도 없다. 또 이들을 그저 불쌍하게만 보아달라는 것도 아니다. 이 병원에 오기까지 그들이 겪었던 정신질환 증상이 무엇이었는지,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의 끝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들려주고 싶었다.

정신질환자들이 자신이 저지른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단순히 처벌만 받는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임은 분명하다. 그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자신의 범죄를 정확히 인지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사죄과 반성을 하며 다시는 그런 불행이 일어나지 않게 끔 만드는 것이 최종적 목적이자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고 싶어하는 부분 역시 이런 맥락이다.

이제껏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무섭고, 언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잠재적 범죄자였다. 그래서 피해야 할, 숨겨야 할 것으로 치부되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끔직한 범죄로 발전되는 것도 지켜봐왔다. 최근에는 조현병,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도 차차 바뀌고 보다 적극적인 치료의 움직이도 보이긴 하지만 솔직히 아직 나만해도 정신질환자라고 하면 무서운 생각부터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며 마음이 아픈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듯한 요즘, 나는 우리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하고 약을 챙겨먹듯 마음이, 정신이 아픈 사람 역시 치료하고 약을 먹어야 하며 그건 전혀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나 역시 우울증에 아파했고 간혹 주체 못할 분노에 이성적 대처가 안 될 때가 있다. 누구나 이런 일을 겪을 수 있고 그 정도의 차이가 심하냐 아니냐의 차이라 생각한다.

최근 다양한 범죄관련 프로그램을 보면서 연출가나 작가들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나 관점이 훌륭해 감동받은 적이 있다. 물론 시청률도 중요하겠지만, 연출의도가 단순히 자극적인 사건에 대한 구성이 아닌 그 속에 숨겨진 우리가 생각해봐야할 것들, 잊지말아야 할 것들을 잘 담아내주어 '아, 방송이 해야할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구나'하고 느꼈다. 프로파일러나 범죄심리학 교수님들도 과거 사건을 되짚어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주고 계신데, 그들 역시 그들 자리에서 더 이상 그와 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한 방송에서 출연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 "뉴스에서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라고 말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정말 소름돋도록 감동적인 말이었다.

우리 사회에 잔혹한 범죄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사회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최소한 이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이 치료감호소에서 적절한 치료와 처벌을 받고 나와 사회에 건강하게 복귀하기를, 더이상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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