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오랜만에도 신경숙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대학 수업에서 그녀의 <풍금이 있던 자리>를 만났었다. 제목에서 오는 막연함과 독특한 내면 묘사에 매료된 나는 그날부터 신경숙의 팬이 되어 그녀의 소설이라면 모두 찾아 읽었었다. 그러다가 나의 독서 취향이 소설보다는 수필 쪽으로 가게 되면서 그녀의 소설과 조금은 멀어져 있었다. 오랜만에 장편소설이 나왔다는 소리에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이렇게 시간을 끌었다. 이 책이 나오고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첫 장을 펼치게 된 것이다. 역시 난 신경숙이 팬이였던 지라 첫 장을 펼치고 몇 시간을 보지도 않았는데 다 읽어 버렸다.

이 작품에서 신경숙이 소개하는 이는 ‘오산이’라는 23살의 처녀애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버림받았던 아이, 이 아이에게는 오직 부재만이 있다. 어느날 오토바이를 타고 나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았고, 생일처럼 미역국과 조기 한 마리를 구워 놓고 떠난 어머니, 그리고 단짝이었던 남애마저도 그녀를 떠났다. 번번히 재혼에서 실패하고 돌아오는 어머니에게 계속 버림을 받았던 그녀는 이제는 자신이 어머니를 버린다. 더 이상 어머니를 기다리지 않고 짐을 싸 도시로 와 버린다. 이 도시에서 만난 사람은 이수애라는 동갑나이의 처녀애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그녀들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화원을 돌본다. 그러다 우연히 오산이는 바이올렛을 찍고자 찾아온 사진기자에게서 사랑고백을 듣게 된다. 고백을 듣게 된 날부터 오산이는 이상하게도 그 남자가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을 느낀다. 막연한 기다림 속에서 방황하던 오산이는 급기야 그 남자의 사무실 근처에 가서 전화를 한다. 그러나 그 남자는 오산이를 기억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충격으로 오산이는 한참을 울다가 평소 자신에게 추근덕 거리던 최씨에게 전화를 한다. 전화를 하는 순간부터 그것이 실수였다고 느끼지만 이미 늦었다. 최씨는 이제야 자신의 낚시줄을 그녀가 물었다고 생각하고 거칠게 그녀를 대하고 만다. 오산이는 이 일로 인하여 도시에서 사라져 버린다. 이제 아무도 오산이를 알지 못한다. 한편 수애도 폭풍우에 가족을 다 잃고 혼자만이 살아나 힘들게 방황하면서 살아가다가 자신을 닮은 산이를 만나면서 정착하는 듯 했다. 그러나 산이가 사라지고 수애 또한 다시 방황하기 시작한다.

정확하게 무엇을 이야기하려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난 신경숙의 소설에서 느껴지는 이런 막연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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