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제를 위하여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1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는 한자도 많고, 고루한 느낌이 있어 잘 읽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중반부로 들어가면서 도대체 이 황제가 누굴까 하는 생각에 무슨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궁금증이 더해져 도저히 안 읽고는 베길 수가 없어진다. 계룡산의 정씨 일가의 황제, 문득 나는 세간에 떠도는 무슨 사이비 종교의 ‘정도령’이 생각나기도 했고, 김동리의 작품인 <화랑의 후예>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황제는 태어나기 전부터 천명(天命)을 받은 인물로 언젠가는 자신이천하(天下)를 평정할 것이라는 희망으로 일생을 살아간다. 그의 옆에는 그의 신념을 더욱 굳게 만들어 주는 아버지 정 처사가 있었고, 그가 계시를 받은 동네인 흰돌머리 사람들이 있었다. 언젠가는 흰돌머리에서 황제로 군림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온갖 고통을 감수하고 살아가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형편 없는 초가집과 아내, 몇몇 신념 있는 부하들 뿐이다. 그는 끝내 황제가 되지 못하고 죽지만, 어쩌면 그는 태어날 때부터 죽는 그 날까지 계속 황제였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어느 잡지사 기자가 계룡산을 취재 갔다가 한 노인에게서 우연히 황제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노인이 죽고, 기자는 황제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어떻게든 자신이 알고 있는 이 이야기를 전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게 된 기자는 이 글을 써 나간다. 1982년 작품으로, 시대에 걸맞지 않는 미신적인 요소가 많은 제재를 현대적으로 잘 전달하고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