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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 ㅣ 이청준 문학전집 연작소설 2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1998년 4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교과서에 이청준의 작품 「선학동 나그네」가 있다. 연작된 소설들을 함께 읽고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 이청준에 대한 기억은 영화 「서편제」로 시작된다. 재수할 때 학원이 끝나고 종로 단성사까지 가서 마지막회를 보았었다. 다른 때와 달리 아저씨 아줌마들이 대부분이였던 관람객 속에 끼여서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로는 가장 흥행했던 한국영화였다. 늦은 시간이라 피곤했지만 나는 남다른 느낌으로 그 영화를 보았었던 듯 하다. 뭐랄까, 아주 막연했던 그런 느낌…….
남도사람 연작 소설로는 「서편제」,「소리의 빛」,「선학동 나그네」,「새와 나무」,「다시 태어나는 말」이 있다. 이 소설들이 모두 이 한 권에 차례대로 들어 있다. 각각의 소설이지만, 이 소설에서 생기는 의문이 저 소설 속에서 풀어지고 그런 관계였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막연히 배웠던 '限'이란 단어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 내가 가르치고 있는 녀석들도 限이란, '고통'이야, '슬픔'이야 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청준의 소설 속에 들어가면 고통과 슬픔을 넘어선 그 무엇이란 생각이 든다. 그 무엇은 내게 '안개'같은 것으로 느껴진다. 꼭 김승옥의 「무진기행」에서 느꼈던 그 안개, 아니 그와는 좀 다른…….
'사는 것이 바로 한을 쌓는 것이고 한을 쌓는 것이 바로 사는 것이다.'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의문들이 생겼다. 왜 아비는 딸의 눈을 멀게 했을까? 소리에 대한 욕심이였을까? 왜 동생은 누이를 찾아 다닐까? 누이와 동생은 힘들게 만나고도 왜 서로 아는 척 하지 않고 헤어질까?
답답했다. 그러나 그 해답은 송화의 '한을 다치고 싶지 않다'라는 대사 속에 있다. 그립지만 과거의 限을 다시금 건드려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그들은 限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