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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 - A Life - 고요한 밤의 빛이 된 여인 ㅣ 미다스 휴먼북스 3
도로시 허먼 지음, 이수영 옮김 / 미다스북스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처음으로 읽게 된 위인전이 바로 '헬렌켈러'이다. 이 위인전으로 인해 나는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엄마를 따라 이모 할머니 댁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읽게 되었다. 그저 제목이 예뻐서 읽게 되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이런 삶이 있을 줄이야. 그 때부터 내 가슴 속에는 항상 '헬렌켈러'가 있었다.
그렇게 20여 년이 지난 오늘 나는 다시 헬렌켈러를 만났다. 이 책을 보자마자 나는 생각했다. 그래, 내가 첨으로 만난 위인전인데, 이책은 당연히 소장해야지.
이 책은 단순한 전기문은 아니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헬렌켈러의 모습 말고도 많은 모습들과 가려진 사실들을 만나게 해 준다. 따라서 헬렌켈러에 대한 많은 상상과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가장 궁굼한 것은 헬렌 켈러와 그의 선생님인 애니 셜리반의 관계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애니 셜리반이 헬렌켈러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헬렌 켈러를 돌보와 왔는지, 애니 셜리반이 자신의 출세를 위해 헬렌켈러를 이용하였는지, 아니면 그들이 서로 사랑하는 관계였는지 …….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아마도 애니 셜리반이 헬렌에 대해 애증을 가지고 있었던 듯 하다. 헬렌을 안타깝게 여기고 사랑하지만, 그것은 연민이고 동정이였던 것 같다. 그리고 뒤에 밝혀졌듯이 헬렌은 똑똑한 아이였지 천재는 아니였다. 이 아이를 천재로 부각시키면서 애니 셜리반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했다. 헬렌을 초대한 모임이나 강연에서 자신에 대한 배려를 따로 하지 않으면 애니 셜리반은 그 모임에 대해 강한 반발은 했다. 결국 헬렌은 그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 애니 셜리반은 욕망이 강한 여성으로 헬렌을 통해 자신의 구렁텅이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애니 셜리반이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려 하고 입 밖으로 내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무슨 추리 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였다. 헬렌은 똑똑했지만, 너무도 큰 장애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장애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은 누가 뭐라해도 애니 셜리반이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애니는 점점 그것을 악용한 듯 하다. 여기서 악용은 의도적이였을 수도 있고 의도적이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애니의 가르침대로 바람대로 헬렌은 조종당했다.
아름답고 천재적인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딛고 일어서 사회를 위해 헌신하다. 이것이 겉으로 보았을 때의 헬렌의 모습이였다. 그러나 그 속에는 너무도 많은 아픔과 타인들의 욕망이 서려 있었다. 인간의 욕망이란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갑자기 마음이 아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