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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 호주 참사람 부족과 함께 한 백인 의사의 감동 여행
말로 모간 지음, 류시화 옮김 / 정신세계사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호주에서 의료활동을 하던 여의사 말로 모간은 어느날 사막에서 열린 참사람 부족의 집회에 초대를 받는다. 그녀는 나름대로 멋진 복장을 하고 부푼 기대를 하고 그 집회에 참석을 한다. 그러나, 참사람 부족들은 그의 멋진 복장과 소지품들을 모두 모닥불에 집에 던진다. 그리고 그들의 옷(가릴 때만 가린 자연의 옷)을 입게 한다. 이상하게도 소중한 소지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모간은 그 길로 뜻하지 않는 긴 여행을 하게 된다. 이 여행에 함께 할 수 없는 그녀는 거부의 뜻을 표시한다. 그러자 참사람 부족들은 말한다.
'모든 준비는 갖추어져 있어요.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모든 일은 필요한 때에 일어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넉 달이나 도보로 하는 이 여행에 참여하게 된 그녀는 고행 속에서 참사람부족의 자연의 삶을 느끼고 체험하게 된다. 부상을 당한 자 앞에서도 의사인 그녀는 구경만 해야 했다. 이미 참사람 부족은 나름대로의 치료법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부러진 뼈를 붙이기 위해 깁스를 하지도 않고 그들은 그들의 치료법에 의해 극복을 해 냈다. 오히려 현대의학보다도 더 빨리 회복이 되었다. 그리고 참사람 부족들은 우리처럼 생일을 기념하지 않는다. 나이 먹는 일은 아무 노력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축하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이 먹는 걸 축하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무엇을 축하하죠?'
'나아지는 걸 축하합니다. 작년보다 올해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그걸 축하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티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지요.'
그래서 그들은 이름도 여러 개를 갖는다고 한다. 아니 여러 번 바꾼다고 한다. 그때그때만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과 하고싶은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그들의 이름은 '바느질 여인', '위대한 작곡가' 와 같이 자신의 역할이나 이상이 담겨 있다. 이름도 자신이 원할 때 스스로 결정하여 바꿀 수 있다. 이들은 자연을 그르치지 않는 사람을 살고 있다. 아무리 목이 말라도 우물의 물을 떠 오지는 않는다. 동물들의 몫을 항상 남겨 놓는다. 인간 위주의 삶이 아니라, 공존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옷과 소지품은 모두 자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도 자연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말이다. 우리가 귀찮고 더럽게 여기는 파리까지도 그들에게는 소중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감동과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막연한 부러움까지 느꼈다. 물론 도시에 익숙한 내가 이런 느낌을 갖는 것은 동경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속일 수 없는 호기심과 동경심이 발동한다. 말로 모간은 이 여행 이후에는 많은 세미나나 강연회를 다니면서 참사람 부족의 삶의 철학을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끝부분에는 참사람 부족의 어른인 '부르남 부르남'이 쓴 글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쓴 글이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16세기의 네덜란드 탐험가 윌리엄 댐피어는 우리를 두고 '지구상에서 가장 원시적이고 불쌍한 족속'이라고 썼다. 이 책에서는 우리 참사람 보족을 보다 높은 차원의 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끌어올리고, 우리를 있는 모습 그대로 위엄있고 당당한 인간으로 보여 주고 있다.'
나 또한 이 책을 읽고 소위 '원시인'이라 불리는 오지의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그들이 우리보다 뒤떨어지는 인간이라고,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불쌍하게도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아니였다. 그들은 자연의 원칙을 가장 잘 지키는 진정한 인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