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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교육 트렌드 리포트 2024 - 대한민국 디지털 교육혁신 원년, 10대 키워드 분석과 2024 전망
박기현 외 지음 / 테크빌교육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디지털 리터러시>가 마치 기존의 학습능력과는 전혀 별개의 신개념인양 호들갑을 떠는 것보면 배후의 이익집단이 어른거린다. 소위 디지털 리터러시가 떨어지는 아이들은 사실 기존의 학습능력에서도 부진을 보이는 학생들이었다. 이는 학교에서 시도하는 디지털 활동의 수준은 기존의 3r's를 초과하지 않는 수준임을 방증하고, 결국 핵심적인 읽고 쓰는 교육이 되지 않으면 디지털 활동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일 터. 결국 전통적인 학교가 집중하고 있는 기초학습교육에 더 치중해야, 오히려 디지털 교육에도 성과가 있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에는 학부모들이 코딩 학원을 알아보며 호들갑을 떨게 하더니, 이제는 챗gpt 핑계로 현재 아이들 수준에서 더 중요하게 가르쳐야 하는 기초학습은 무시된 채로 잡화점식 테마교육으로 학교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그래서 본서를 통해 이러한 주먹구구의 반성과 신선한 관점, 실제 교육 사례(Part 3)를 확인하고 싶었는데, 교육과정에 해당 내용을 욱여넣은 당위성을 변명하는 듯한 책이라 유감스럽다.
그나마 주제1의 경우 교육과정의 뼈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는 유의미했고, 개인적으로 'student agency'와 자기주도학습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대목에서 가장 오래 머물고 수업을 진행할 때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킬러 문항, 입시 강사 압색 운운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담론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효능감 없는 초등교사로서 스스로가 우습게 느껴지지만, 학습이라는 인위적인 틀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문제 해결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나름의 사명감으로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주제2와 주제3은 구색갖추기의 항목처럼 느껴졌고, 특히 지역교육감 인터뷰는 불필요했다. 차라리 본서가 Part 3에 집중했다면 학교 안에 있는 교사로서는 도움이 많이 됐을 것같다.
그리고 교육을 논하는 책들이 주된 독자인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지 모르겠다.15쪽 뜬금 없는 용비어천가로 시작하는 축사와 19쪽 챗gpt 출연과 예의 무지성 미래 사회의 공포, 기계적 반성의 종용을 왜 또 교사와 엮는 건지 답답하다. 챗gpt가 대학교수 역할을 대신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만..
팬데믹에 대응한 현장 교사의 노고에 대한 인정은 온 데 간 데 없고 학교에 디지털 교육이 마치, 태초의 말씀으로 저절로 안착된 것처럼 서술하며, 남의 일 말하는 듯한, 소위 '교육계 인사'들의 서술이 불쾌감을 자아냈다.
현재 학교 교육과정은 이와 같은 각종 이해집단의 이익이 얽혀 욱여 넣은 테마로 이미 포화 상태이다. 언젠가 4차 산업 관련하여 허둥지둥 학급교육과정을 계획하는 나를 보고, 일본인 지도교수가 시류에 편승하여 허덕이지만 말고 학교에서 진행해야 하는 교육의 요체는 바뀌지 않는 것을 명심하라고 했다. 솔직히 그 때는 역시 구닥다리 일본이라고 내심 귓등으로 흘러 들었다. 그런데 몇 년 전 저학년 아이들과 디지털 기기 활용하면 수업을 해 보고, 기초학력 부진 아동들이 똑같이 디지털 활동도 수행할 수 없는 것을 목도한 이래로, 지옥의 판대믹 강제 디지털 수업을 겪어 낸 고학년 아이들조차 여전히 전통적인 의미의 학업성취도에 도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일련의 디지털 교육 활동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뒤늦게 일본의 노교수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 교육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