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은 세상의 문법과는 다른 것일 수 있다고, 그걸 믿는다면 똑바로 걸어갈 수 있다고. 아모스 오즈의 ‘티슨푼 연대‘처럼, 티스푼 하나하나에 담을 수 있는 물은 아주 적은 것이지만 그 물들이 모이면 그래야 마땅한 세상이 된다고, 거기를 진정한 길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노래 밖에 있는 존재들을 향한 열렬한 응원이다. 먼저 내미는 손이다. - P189
혼자 있는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습니다. 담쟁이만큼 빠르지는 않았지만 나도 조금씩 키가 자랐습니다. - P23
발코니 건조대에는 내가 죽은 날 신은 짝짝이 양말이 걸려 있었다. 엄마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샤워를 하고 양말을 빨아 건조대에 걸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신고 출근을 했다. 마치 양말이 한 켤레밖에 없는 사람처럼. - P124
며칠 뒤, 한 사람이 트럭을 몰고 왔어. 그는 피아노 조율사였는데, 전국을 돌아다니며 중고 피아노를 사들이는 일도 겸하고 있었지. 피아노의 상태를 확인한 그는 엄마에게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있는지 물었어. 엄마가 가보거나 전해 들은 식당을 몇 군데 말하자 그는 수첩을 꺼내 설명을 받아 적었어. - P67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뭐가 알고 싶으냐고 물었고, 엄마는 자기가 죽는 꿈을 꾸었다고 이야기했어. 엄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할머니는 단언했어. "그건 엄청나게 좋은 꿈이야. 마음을 품은 생각은 모두 이뤄지는 길몽이지. 죽는 것만 못 하고 원하는 건 다 할 수 있어." 엄마는 말문이 턱 막혔어.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실 수가 있어요? 덕담하시는 건가요?" - P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