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착취의 지옥도 - 합법적인 착복의 세계와 떼인 돈이 흐르는 곳
남보라.박주희.전혼잎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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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쁜 일자리로 유지되는 사회는 절대 발전할 수 없어요. 정당한 임금을 주고 안정적인 직장을 만드는 데 기업과 사회가 함께 책임을 져야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의 단언은 간접고용 노동 시장의 개선이 자비나 아량을 베푸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짚는다. (212쪽)

‘합법적인 착취, 용역‘이라는 제목을 봤을 땐 의문이 들었습니다. 착취가 합법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단어였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기존의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직접적인 고용관계의 노동계약이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을 이유로 사용자와 고용주(용역업체 또는 파견업체) 간의 도급계약을 맺고 고용주가 근로자를 고용하여 용역근로자를 제공하는 형태의 ‘아웃소싱‘이 점차 늘어났으며, 현재는 364만 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부당한 차별과 급여차감 또는 무급의 휴게 시간을 반영하여 원청(사용자)에서 책정 해 받은 노무비의 많게는 50퍼센트를 차감 후 월급으로 받고 있습니다.

[중간착취의 지옥도]를 읽기 전 사회적인 간접고용으로 인한 문제와 안전사고 발생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미디어를 통해 들어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늘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어 그럴 수도 있고, 이렇게 심각하다는 것을 전혀 몰라서 일수도 있습니다.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 보다 무려 1060원(16.4%)가 오른 7530원으로 대폭 상승한 2018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의 약속과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에 희망을 걸었던 이들은 또다시 절망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최저임금이 인상 된 만큼 기존에 주어지던 추가적인 혜택이 축소 되거나 사라졌기에 실질적인 임금상승 효과는 없이 4대 보험료의 인상과 함께 오히려 실지급액에서 기존보다 감소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또한 중간착취의 형태는 날로 진화하여 이름만 있고 실재 근무하지 않는 인원으로 인건비를 착복하거나 원청에서 지급한 각종 수당 및 안전을 위한 피복비까지도 실제 근무자에게 지급이 안되는 경우도 수없이 많았으며 뉴스를 통해 보도 된 바와 같이 지난 해 발생한 코로나 여파로 마스크 수급이 어려워 지자 3M 94 수준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해야 하는 현장에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을 조달하거나 기존과 동일한 금액만을 지급하여 나머지 금액을 개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꼼수를 쓴 업체들도 발생 했습니다. 공장의 분진이 얼굴에 그대로 묻어 있는 노동자의 사진이 참 안타까웠고 지금은 개선 되었으리라 생각 했지만 바로 어제 뉴스에도 근무 첫날 안전장치도 없이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추락하여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올해 추석 연휴 전 신문에 실린 광주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54번 버스에 탑승하고 있던 이들의 사연과 아직까지 해결 안된 원청과 하청업체, 감리회사 등의 공방이 계속 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책은 한국일보의 ‘노동자 100명 인터뷰하기‘를 통해 사회가 안고 있는 합법적인 착취의 문제를 여실히 꺼낸 남보라, 박주희 전혼잎 기자에 의해 6회에 걸친 연제 기사에 다 담지 못한 100명의 귀한 목소리를 책 엮어 세상에 나왔으며 그 덕분에 무지했던 세상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편리하고 쉬운 것에 현혹 되어 불편하고 어두운 이면을 외면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누구라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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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여자 스토리콜렉터 10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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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세트가 책장에 가지런히 잠들어 있는데 함께 읽기 시작하자는 얘기가 나와서 시리즈의 제일 첫번째 이야기부터 꺼내 들었습니다.

2005년 8월 28일 일요일, 피아 키르히호프가 충실했던 16년간의 결혼 생활을 접고 옛직장인 경찰서로 돌아가 강력반 형사로 막 복귀하고, 2년전 신설 된 이 호프하임 경찰서 강력반은 역시 새로 온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 반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번화한 도심인 프랑크푸르트에서 마인-타우누스 지역으로 보덴슈타인 반장 발령 받았을 때 쉽게 옮겨 올 수 있는 이유 중에는 세계를 누비며 영화를 제작하는 아내 코지마가 몇 년 전 프랑크푸르트의 사무실 월세가 세 번이나 인상 되며 감당하기 힘들어져 이미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피아의 복직 후 첫 사건이면서 보덴슈타인 반장 또한 잘 알고 있는 하르덴바흐 부장검사의 자살 소식과 함께 같은 날 다른 곳에서도 시체가 발견돼 출동 요청이 들어와 8월의 화창한 일요일은 다른날과 다르게 시작되었습니다.

에펜하임 아첼 산 전망대 아래서 젊은 커플이 발견한 여자 시체는 이자벨 케르스트너로 밝혀지고 전망대에서 투신자살 한 것처럼 보였으나 10센티미터 힐 한쪽만 신고 있어 타살 가능성이 제기 되었습니다. 부검 결과 사인이 동물을 안락사 시킬 때 쓰이는 나트륨 펜토바르비탈에 의한 것으로 확인 되고 그녀의 남편이자 수의사인 미하엘 케르스트너가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 됩니다. 서서히 베일을 벗는 이자벨의 이야기, 그리고 미하엘이 감춘 알리바이와 사라진 딸 마리의 행방을 찾기 위한 수사는 계속 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유한 이들의 허영으로 가득하고 사치와 사기가 공존하는 승마 클럽, 비리와 오래전 감춰졌던 사건의 진실까지 서로간의 배신을 통해 서서히 밝혀집니다. 돈에 의해, 돈을 위해 인간의 기본적인 선까지도 쉽게 넘어버리는 이들의 세상 한편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이들 또한 있습니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다음 이야기가 떠오르고 그 마지막 결론까지 한발 앞서 추리가 되고 마지막 역자의 후기를 읽는 순간에는 이부분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설국]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일 생각 안 난 것은 아니기에 위로를 삼습니다. 제목의 [사랑받지 못한 여자]는 진정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인지, 아니면 소설속 드센 여자의 모습을 한 여러명의 인물들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제 시작된 피아와 보덴슈타인 반장의 수사 파트너쉽이 다음 책에서는 어떤 사건을 만나 발전할지 궁긍할 뿐입니다. 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결말이 또 떠오르는 걸 보면 어쩌면 이 시리즈를 다 읽었었던것은 아닌지...싶은데 참 다행입니다. 몹쓸 기억력 덕분에 다시 읽어도 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소설 깊어가는 가을에 한번 빠져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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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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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무라가 새삼 바라보고 있자니, 여자는 고다쓰 탁자 위에서 손가락을 꼽고 있었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생략)...
˝아무튼 백구십구 일째예요. 꼭 백구십구 일째예요.˝ (37쪽)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준 소설 [설국]은 그 첫문장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7쪽)-으로 많은 이들의 친송을 받습니다. [설국]의 구체적인 무대인 니가타 현의 에치고 유자와 온천에 작가는 직접 머물며 작품을 집필 했기에 문장들 마다 눈에 보이는 듯한 설경이, 그 마을의 축제가 고스란히 그려지듯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두번째로 읽는 이책에서 제 눈길을 끈 것은 기약을 하며 떠났다가 어느날 다시 온 시마무라에게 떠났던 날로부터 정확히 ‘백구십구 일째‘라고 말하는 고마코 입니다. 온천이 있는 여관과 마을 축제 등에 불려다니는 게이샤 고마코와 시마무라가 처음 이 고장에 한량처럼 유랑을 왔을 때 기차에서 처음 만난 요코에 대한 기억과 같은 마을에 머물며 스치듯 지나가는 요코에 대한 마음 등이 눈처럼 쌓이고 또 눈처럼 녹아내립니다.

[설국]을 읽는 내내, 시마무라의 속마음을 읽는 내내 지금의 세상에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라고 소리치지만 그시절의 일본에서는 부인과 자식이 있는 시마무라 같은 사람들이 홀로 여행을 하며 밤이면 게이샤를 부르고 춤과 음악과 노래를 듣고 즐기는 것에 이어 육체적인 관계까지 아무 거리낌없이 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여관으로 온 단체손님들과도, 마을의 축제의 장에서도 술을 마시고, 자신의 재능을 팔고는 술에 취해 시마무라의 방으로 찾아오는 고마코, 고마코의 술주정을 바라보고 때론 애처롭게 여기는 시마무라, 요코를 향한 눈빛을 이미 눈치 챈 고마코의 행동들, 비극이라 부르기엔 덤덤한 여행의 마지막 모습이 책속에 나오는 ‘모든 게 헛수고‘라는 문장과 일치합니다.

그럼에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글에서 눈이 내리는 설산을 보고, 다다미방을 찍는 고마코의 비녀가 만들어낸 자국들을 상상합니다. 아름다워서 설경 속에 박제 된 삶처럼 느껴지는 [설국]으로의 여행 한번쯤은 꼭 해보시라 추천합니다. 여행자의 잠시간의 머뭄에 인연의 끈을 묶어버린 어느 여인의 사연도 들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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