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3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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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문학의 효시, 에밀 졸라의 대표 걸작, 19세기 프랑스 최초의 베스트셀러 [목로주점]은 다양한 수식어를 달고 있습니다. 에밀 졸라는 후대 사람들이 뭐라 부르든 상관없이 그 당시엔 외설적이라 비난 받았던 [목로주점]의 성공으로 얻은 경제적 여유로움에 기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젊고 빛나는 스물두 살의 제르베즈가 정식으로 결혼은 안했지만 남편으로 여기는 스물여섯 살의 랑티에와 아들인 여덟 살의 클로드, 네 살의 에티엔과 함께 머무는 허름한 봉괴르(선한 마음) 여관에서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창문 밖으로 도살장과 함께 신축 중인 라리부아지에르 병원의 새한얀 건물도 보이고 밤새 들어오지 않은 랑티에를 기다리다 밤을 지샌 제르베즈의 시선에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의 노동자들의 고단한 모습이 마치 제르베즈의 앞날처럼 다가 옵니다. 친척의 유산으로 흥청망철 살던 시절이 빛의 속도로 사라지고 전당포에 옷까지 맡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과 여전히 사치스러운 생활을 놓지 못하는 랑티에와의 골이 깊어 갈수록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불길한 앞날이 예상되곤 합니다. 차라리 제르베즈에게 붙어 돈을 긁어가는 랑티에가 다른 여자와 사라졌을 땐 앓던 이가 빠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평화로운 시간도 잠시 제르베즈를 향한 함석공 쿠포의 절절한 세레나데에 설마설마하는 독자를 저버리고 둘은 시끌벅적한 결혼식을 올리고 이후 에밀 졸라의 또 다른 책 [나나]의 주인공인 ‘나나‘가 둘 사이에 태어납니다. 세탁장의 세탁 일꾼에서 점차 세탁소의 주인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일화들이 펼쳐지는 동안 파리의 골목을 누비는 시선으로 19세기 후반의 시대를 바라보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새벽 다섯 시에 시작 되는 노동자들의 행렬과 파리에 자리잡은 세탁장의 수증기 가득한 모습, 루브르 박물관과 전시 된 작품을 바라보는 책속의 등장인물들의 표현을 빌려 시간을 건너뛰어 넘어 그시절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어 십여년 전 여름휴가 때 잠시 다녀온 파리에서의 추억들도 끄집어 냅니다.

처음엔 왜 책의 제목이 [목로주점]인지 몰랐습니다. 차츰차츰 그 이유가 드러날 때즘 되어 불길한 그림자는 성큼성큼 제르베즈에게 또 쿠포에게 다가 옵니다. 제르베즈가 세탁소를 차리고 신혼 생활을 시작하는 공동주택의 공간들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시절이 저물어 갈 때 점점 희망도 사라져 갑니다. 결코 선한 사람들은 아니어도 서로의 형편을 알고 도우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한면 질투에 눈 멀고 시기심에 거짓말로 타인을 상처입히는 혈연관계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쩌면 부적절한 동거로, 랑티에의 재등장으로, 제르베즈를 짝사랑하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독자들에게 희망고문을 펼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빚으로 온통 칠해진 제르베즈의 생일날 풍경으로 [목로주점] 1권은 끝이 납니다.

#목로주점 #에밀졸라 #박명숙_옮김 #문학동네 #프랑스소설
#책추천 #책스타그램 #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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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4-03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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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 이어령 유고시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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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턴비치는 우연히 제게 다가왔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편지글을 엮은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읽고 싶다는 남편의 메시지에 선물을 하고 어느날 책상에 놓인 책들 사이에서 다시 그책을 발견해 뜨겁게 울면서 읽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헌팅턴비치가 의미하는 그리움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올해로부터 딱 10년 전인 2012년 이어령 선생님의 따님이자 캘리포니아 주 검사로, LA 지역 부장검사로 역임했던 이민아 변호사이자 목사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의 마음을, 지금은 세상에 없는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글로 읽었습니다.

짧은 2월이 다 가기도 전에 이어령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들었습니다. ˝네가 간 길을 지금 내가 간다.˝라는 말에 울컥해졌습니다. ‘이어령 유고시집‘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는 그런 사연을 담고 저에게 왔습니다.

시를 읽고 웃습니다. 그리움으로 가득하다고 모두 슬픈 것은 아닙니다. 어릴적 추억과 선생님의 어머니, 아버지, 자연과 가을에 남겨 놓은 까치밥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신기하고 즐거움으로 가득한 추억들이 시어로 다가오는데 감동하기도 벅차 슬프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눈물은 났습니다.

시를 읽고 울었습니다. 어제가 4월 1일 만우절이었습니다. ‘만우절 거짓말‘이라는 시에 눈이 갑니다.

네가 떠나고 보름
오늘은 4월 1일
그게 만우절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 시집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중 ‘만우절 거짓말‘ (161쪽)

시인이자 누구보다 우리글, 우리문학, 우리문화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했던 이어령 선생님의 유고시집 여기저기에서 해학적인 웃음과 감동과 그리움과 고통을 읽습니다. 때론 동화 같고, 동시 같고, 편지 같은 시에서 아버지의 마음을 부모의 마음을 자식의 마음을 읽습니다. 봄꽃이 피어나는 이봄에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를 남겨 놓고 따님이 간 길을 떠나간 이어령 선생님을 추억하며 읽고 웃고 조금만 울어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헌팅턴비치에가면네가있을까 #이어령 #시집 #열림원
#유고시집 #책추천 #책스타그램 #올봄에읽어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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