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느 날의 오기는, 좋아함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거는 미루는 게 아닐까. 뒤로 뒤로 미루며 남겨두는 게 아닐까. 말하는 오기는 아주 작아 보였다. 마치 허락 해달라 조르는 아이처럼 오기는 나를 봤다. 나에게는 해줄 말이 없었다. - P245
파란 피부는 탁자나 의자 위에 장식장처럼 놓여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거기서 다른 피부들이 섞에서 물고 빠는 모습을 보고 있는 쪽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 P73
홀로 선 핵개인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사회, 호명사회가 다가옵니다. - P15
어머니의 뒤통수를 가만히 본다. 수척해진 뒤통수. 거기 형제를 잃은 사람의 고요함이 있다. 죽음을 닮았다. 죽음을 닮았구나. 나는 어머니의 웃음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눈을 감는다. - P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