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을 잡아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9
솔 벨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탬킨 박사가 말했다. ˝내 경우에는 상담료를 꼭 받지 않아도 될 때 오히려 제일 유능한 편이지. 사랑만으로 행동할 때. 경제적 보상이 없을 때. 그럴 때는 사회적 영향에 초연해지거든. 특히 돈 문제에. 그때는 정신적 보상을 추구할 뿐이지. 사람들을 ‘지금 여기‘로 이끌어주면서. 현실 세계로. 지금 이 순간 말이야. 우리한테 과거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미래는 근심 걱정만 가득하고. 진짜는 현재뿐이야. ‘지금 여기‘뿐이라고. 오늘을 잡아야지.˝ (97쪽)

​1915년 캐나다 태생의 작가 솔 벨로는 아홉 살 때 미국으로 이주를 해 작품 활동을 하다 1976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이며 당대 문화를 섬세하게 분석했다‘는 평과 함께 노벨문학상를 수상했습니다. 처음 [오늘을 잡아라]를 읽기 시작했을 땐 주인공 토미 윌헬름-윌헬름 애들러-가 제일 이해가 안되는 인물이었습니다. 부유한 노인들이 거주하는 글로리아나 호텔에 아버지인 애들러 박사와 층만 달리해 머물고 있으면서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하다 단호한 아버지의 거절에 마지막 남은 돈까지 탈탈 털어 단지 아버지와 안면이 있고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이유로 탬킨 박사에게 모두 위탁을 해 버립니다. 그가 회사를 다니는 동안엔 나름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했으나 사장의 사위가 낙하산으로 들어와 윌헬름의 영업 구간을 반이나 가져가고 나름 기대하고 있던 부사장 자리마저 놓치자 퇴사를 한 후 탬킨 박사가 투자한 선물 시장에서 라드와 호밀 가격의 폭등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잡힐 듯 보이는 성공의 끈만 바라보며 달려가다 그 끝이 벼랑이라는 것을 허공에 발을 떼고 나서야 아는 사람처럼, 수렁에 빠진 사람처럼, 도저히 혼자 힘으로 벗어날 수 없는 대혼란과 대공황의 시대에 작가인 솔 벨로의 모습을 닮은 토미 윌헬름이 허우적 거리고 있습니다. 아들이 잘 나갈 때는 여기저기 자랑을 늘어놓던 아버지도 이제 등을 돌려버렸고 마지막 희망이던 선물 투자로 구매했던 라드와 호밀은 되팔수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졌고, 빌려 준 돈이라도 받아내려 탬킨 박사를 찾아갔을 땐 그는 이미 사라졌고, 별거 중인 아내는 돈을 보내라며 긴급 전보를 치고...그러다 장례 행렬에 휩쓸려 망자의 관 앞에 선 그는 오열을 합니다. 몹시도 서럽게. 도대체 진짜는 현재뿐이라고 하면서 ‘지금 여기‘ 오늘을 잡으라고 하는데 그가 잡을 수 있는 오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볼 수 없는 윌헬름이 슬픔보다 더 깊이 가라앉았다(172쪽)는 마지막 문장이 희망과 내일을 잃은 이들의 모습 같아 암담하기까지 합니다.

시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도시의 묘사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려낸 섬세한 표현들이 작가 솔 벨로 매력이라면 [오늘을 잡아라]에는 이에 심리적인 흔들림과 끝까지 자신의 가족을 보살피려는 윌헬름의 마음까지도 잘 나타납니다. 다만 난관에 봉착한 그가 빠져나갈 수 있는 문은 보이지 않을 뿐. 소설 [오늘을 잡아라] 짧고 강력합니다. 노벨문학상의 달 시월에 읽어보시길 추천 합니다.

#오늘을잡아라 #솔벨로 #김진준_옮김 #문학동네 #책추천 #책스타그램
#소설 #20세기후반미국문단대표작가 #노벨상수상 #세계문학전집
#독파 #완독챌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 25년간 부검을 하며 깨달은 죽음을 이해하고 삶을 사랑하는 법
프로일라인 토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울고 남들은 웃는다.
남들은 울고 나는 웃는다.

인생의 처음과 끝이 이렇다면 그 삶은 행복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태어날 때 힘들고 벅찬 마음에 우는 ‘나‘와 새생명을 기다리던 가족들의 웃음소리로 시작된 삶이 이만하면 행복한 삶이었노라 웃으며 이별을 말하는 ‘나‘와 못내 아쉬움에 울음소리를 내는 가족들로 가득한 삶이라니 축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 조금은 특별한 프로일라인 토트(‘죽음의 여사‘)의 책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를 소개합니다. 본명 유디트 브라우나이스는 25년간 부검 어시스트로 활동하며 동시에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애도 상담가 이기도 한 저자는 판타지 소설에 등장할 만한 여러 에피소드들-자신이 생생하게 경험한-을 이 책을 통해 들려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부검 어시스트‘라는 직업은 독일의 경우 의료 해부 및 부검 어시스트 직업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과하면 부검의 또는 법의학자와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어 저자인 에디트 역시 베를린 직업학교에서 자격을 획득하고 1998년 늦가을엔 뮌헨 공대 병리과의 부검 어시스트로 자리잡아 갔습니다. 그리고 6년 후 외할머니의 죽음과 대면하면서 애통해하는 가족들 이외에 그들의 슬픔을 위로해주고 옳바른 절차에 따라 고인을 보내는 장례과정에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녀는 부검실 옆에 추모의 공간을 만들고 매장을 위해 장의사에게 시신이 전달 되기 전 부검된 이들의 육신을 유족들이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애도 할 수 있게 애도 상담가로 역할을 확장하는데까지 다다릅니다.

독일은 부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서에 의해서만 부검이 이뤄지는 지금과는 달리 과거엔 대부분의 사망에는 부검이 필수 사항이었습니다. 범죄로 인한 사망이든, 사고로 인한 사망이든, 병원에서의 치료 중 사망이든 자연스런 죽음이든 모든 죽음에 대하여 부검 절차가 이뤄지고 나서야 장례가 진행 되었기에 유디트에겐 낙태 된 아이나 사산 된 아이-아주 작은 영혼들은 별 아기 혹은 나비 아기라 불렸다-에서부터 몸무게 250 킬로그램의 성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확인 할 의무가 주어졌습니다. 한적한 묘지에서 편안함을 그끼는 유디트, 그녀에게 사후의 세계에 존재들이 이들이 보내는 메시지, 그런 그녀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남편과 랄레라는 이름을 가진 호박색 눈의 노란 수고양이와 함께 놀랍게도 팬데믹의 혼란한 세상마저 잘 버티고 이겨낸 그녀는 현재도 죽음을 사랑하기에 더욱 열심히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진심이 통하여 말로 하지 않아도 위로 받는 기분을 느끼는 것 처럼 프로일라인 토트 유디트 브라우나이스의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태어나는 순간 누구나 그 끝에 죽음이 있다고, 그렇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 잘 살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천국에 고양이가 존재하리라는 상상만으로도 위로 받는 것처럼 우리의 마지막이 외롭고 쓸쓸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쾌하고 독특한 매력의 책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추천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천국에도분명고양이가있을거예요 #프로일라인토트
#이덕임_옮김 #디자인하우스 #부검어시스트 #애도상담가
#책추천 #책스타그램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우 2022-10-1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검 어시스트는 좀 낯설군요. 장례 지도사나 죽은 사람들의 집을 청소하는 분들의 책은 읽어봤는데 독일에는 저런 이름의 정식 직업이 있군요. 말 그대로 알몸으로 왔다가 알몸으로 돌아가는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죽음에 있어서도 비용과 절차가 필요하고 남은 사람들이 잘 살아가기 위한 애도의 과정도 필요하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부검해야 한다면 더 힘들 것 같아요. 근데, 저 이쁜 바구니 속 고양이들 예뻐요. 바구니도 이쁘고 고양이도 예쁘고~~^^

현준아사랑해 2022-10-16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검을 한다면 법의학자 또는 의사와 간호사만 생각했는데 저도 생소한 직업(?)이었어요. 부검 어시스트~ 리뷰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감사합니다. 의외로 죽음가까이 있는 이들의 책이 밝아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