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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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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브 빈치의 소설 중 두번째로 읽는 [그 겨울의 일주일]은 참 따뜻합니다. 낯선 곳을 여행하다 우연히 만난 친구나 같은 나라 사람처럼 말입니다.

배경이 되는 아일랜드 서부의 스토니브리지와 ‘그 겨울의 일주일‘의 주된 공간인 스톤하우스, 그리고 스톤하우스의 주인이었던 시디 자매들과 라이언 씨네 아이들 중 심각한 아이 제럴딘(치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낮게 깔린 구름들이 한가로웠던 영국 여행이 떠올랐습니다.

치키가 일하는 편물공장으로 ‘아란‘ 스웨터를 사고 싶다고 온 미국 청년 월터 스타에게 한눈에 반한 치키는 고향을 떠나 월터의 생활 공간인 뉴욕으로 과감히 떠났습니다. 한여름밤의 꿈과 같은 사랑은 그저 치키를 뉴욕에 덩그러니 남겨 놓고 자신의 길을 떠나버렸고 그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치키는 생명부지의 도시 뉴욕에서 일자리를 구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캐시디 여사의 도움으로 셀렉트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도우며 제빵 기술과 요리들도 척척 배워 자리를 잡아가는데 오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큰조카 올라가 친구와 함께 이모가 있는 뉴욕으로 여행을 오고 싶다는 말을 함으로써 그동안 고향집에 월터와 결혼 해서 잘 살고 있다는 거짓말이 들통날 위험에 빠졌습니다. 고민하는 치키에게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인 캐시디는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월터는 고속도로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하고.

철새들이 바닷가를 드나들고 언덕 위에 고풍스런 성처럼 자리 잡은 스톤하우스, 시디 세자매가 독신으로 서로를 위해 살던 그곳은 이제 미스 퀴니 시디 만이 남았습니다. 어릴적 치키를 유난히 아끼던 미스 퀴니는 치키에게 스톤하우스에 머물며 함께 지내자고 제안을 하고 치키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남편 월터를 위해 기도하는 이들과 함께 비로소 고향에 돌아왔음을 느끼게 됩니다. 스톤하우스를 호텔로 재단장 하고 조카 올라와 편물공장 다니던 시절의 친구 눌라의 아들 리거의 도피처가 되어 주는 이곳에 첫번째 손님들이 오며 그들 각각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 여행지에 와서 즐기다가는 남자들을 당연하다 받아들이는 모습, 결혼 여부와 상관없는 그들의 사랑 방식은 이해가 안되었지만 고정관념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동성커플의 결혼이 합법화 된 나라들, 결혼과 이혼이 선택이라는 사고방식의 사람들, 당시엔 열일곱, 열여덟 살이면 자신들의 결정에 따라 결혼을 할 수 있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그들의 불꽃같은 사랑도 나름 납득을 해 봅니다. 유일하게 주변인들을 모두 힘들게 했던 넬 하우 교장선생님만 빼고 말입니다.

책을 끝까지 다 읽고 치키가 처음 손님과의 만남을 이루는 시간으로 돌아가 펼쳐보니 그땐 몰랐던 복선들, 숨은 이야기들이 내내 함께 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행복한 추억만큼이나 따스한 [그 겨울의 일주일] 비록 실제로 잉글랜드 서부에 갈 순 없지만 이야기 세상속으로 휴가를 떠나보는건 어떨까요. 오래 된 고성처럼 역사를 품고 있으며 바다에 몰려오는 구름까지도 창밖을 수놓는 그곳, 스톤하우스로.

#그겨울의일주일 #메이브빈치 #장편소설 #정연희_옮김
#문학동네 #영국소설 #윈터에디션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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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문 특서 청소년문학 19
지혜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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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는 지독한 열병을 앓았습니다. 용하다는 영신 할매는 어머니가 신 내림을 받아야 한다고 하고 결국 어머니는 내림굿을 받고 신당을 차려 무당이 되었습니다. 그런 집이 싫어서 도망칠 방법을 찾다보니 돈이 필요했습니다. 청나라와의 난리통에 도성도 버리고 임금조차 피난을 가는 상황에서 가난한 무당 딸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다싶이 했습니다. 주머니에 솔방울과 마른 나무가지 하나 꺾어 들고 시구문 주변을 서성이다 억울하게 죽은 이, 가난해서 죽은 이들의 마지막 길을 축원하며 진심일 때도 사기 일때도 좋은 곳으로 가라는 소원을 빌어주고 푼돈을 모아 아버지의 유품인 주머니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싫어하는 무당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시구문을 서성이는 열다섯 살 송기련이 나 입니다. 아픈 아버지와 어린 여동생을 보살피는 백주는 친구이면서 나를 위해 주는 유일한 벗입니다.

어느날 개울가 듬성듬성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다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동구와 마주쳤고 서로 밀치다 그만 물속에 빠져버렸습니다. 동구의 이마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그 모습을 본 동구의 엄마는 화를 내는데 저만치 낯익은 주머니가 떠내려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유일한 흔적, 주머니를 건져내려 개울물에 뛰어들었지만 주머니를 건져내지도 못하고 물속에 빨려 들어갑니다. 그런 나를 물에서 건져주고 주머니까지 건져 준 향이와 향이가 모시는 소애 아씨와의 만남은 빨간 댕기만큼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동화 같은 소설은 그러나 현실만큼이나 벼린 칼날처럼 마음을 난도질 합니다. 기련이 죽음의 곁에 갈 때마다 들리는 풀피리 소리처럼 육신이 사라졌다해도 남은 누군가 기억하는 한 서로 이어져 있음을 배웁니다. 운명이 불행으로 나를 이끌어도 그불행에 포기 하지 않으면 기회는 생깁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진정한 우정과 시구문 밖 세상으로 내몰렸지만 비로소 삶을 찾는 여정의 끝이 기약없이 끝나 참으로 다행인 소설입니다. 짧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옛이야기 한번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시구문 #지혜진 #장편소설 #특별한서재 #특서청소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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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길에 묻다 - 개정판 문학동네포에지 4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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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성석제‘로만 알고 있던 무지한 독자에게 어느날 복간 되어 찾아 온 문학동네포에지 시리즈 004 [낯선 길에 묻다]는 그야말로 낯설었습니다.

시인의 첫 시집이 1991년 나왔고 근 20년만에 복간 된 시집은 처음의 순수함을 간직한 그대로 연두색 옷을 입고 뽑내며 다가 왔습니다.

20대 후반의 시인은 ‘유리 닦는 사람‘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 안전하지 못한 동아줄을 잡고 살아가는 한 집안의 기둥이었고 서른 살 먹은 고층건물 유리 닦는 사람의 죽음을 내려 놓습니다.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회피의 시선 속에 세상은 여전히 돌아간다는 것이 더 슬픈 날 입니다.

80년대를 처절하게 살았고 90년대를 건너 2000년대가 왔고 지금은 그때로 부터도 20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유리 닦는 사람‘은 안전장치에 목숨을 걸고 일합니다. 초보인 지하철 스크린도어 점검자는 뉴스에 실린 비극으로 아픔을 나를 뿐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편할 수는 없더라도 힘든 일을 하는 분들이 그만큼의 댓가를 받는 날들을 꿈꾸게 됩니다.

‘작은 권력에 맛이 들이다‘를 읽으며 어느새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만 바라보며 한없이 침묵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시인의 마지막 물음에 입은 있으나 할 말은 찾지 못합니다.
˝너는 언제부터 그 작은 권력에 맛이 들인 거냐˝ (p.106)
주변사람 다 그렇다고 핑계를 대려하니 알싸한 심장의 양심이 고통을 토로합니다. 낮은 곳은 보지 못하고, 아니 볼 생각도 못하고 높은 곳만 향해 오르다보면...내려 올일 밖에 없는데 왜 그리 짓밟으며 위로 올라가려 했던가...낯선 길에 묻습니다.

꽃피는 시절을 노래해도 흔들리는 바람이 아쉽고 노래와 숨을 불러도 허파에 낀 아픔이 낯설기만 합니다.

시대를, 시간을 건너 만나는 성석제 시인의 첫시집은 낯설어서 더 서럽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시선의 창날이 초승달 벼린 봄바람 같습니다.

#낯선길에묻다 #성석제 #시집 #문학동네 #문학동네포에지
#복간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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