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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심장 - 교유서가 소설
이상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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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설익은 바나나로 다시 태어난 한국의 민주주의까지, 역사 자체가 전쟁이라고 평가받던 인류 문명은 팬케이크를 닮은 정체불명의 우주선으로 인해 한순간 병신으로 전락했다. (p. 10)

이 무시무시한 붉은 빔과 자신들이 우주를 떠돌며 귀하게 살아가는 ‘가브‘라고 말하는 존재,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최고의 식재료인 너희를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처럼 특별한 날에만 먹자는 의견에 동의했으니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허락의 말이었습니다.

[기린의 심장]에 등장하는 첫번째 단편 ‘어느 시인의 죽음‘은 상식의 선을 넘고, 일반적인 금기도 훅, 넘어 버립니다. 스트레스 없는 환경에 사육 한 동물들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인류와 생뚱맞은 도심 한복판 에 있는 학교에 등장한 한국 미래유지사업부 시민안전관리처 산하 청소년 관리청의 이대수와 그가 찾는 아이 이용천. 이 아이를 세상의 평화를 위해 가브들의 우주선으로 보내야 자신에게 수당이 떨어진다는 것을 계산하는 사이 늘어선 죽음의 그림자는 성큼 다가왔습니다. 현란한 레이저 불빛으로 즐거워하는 우주선의 축제가 펼쳐지고 한국산 고기를 품평하는 ‘가브‘의 주방이라니 충격과 공포가 함께 다가옵니다.

[기린의 심장] 속에 담겨진 9편의 단편들은 평범한 삶이 오히려 가장 희귀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희귀한 것이 평범한 죽음입니다. 현재가 ‘가브‘의 시대인지, 육체 동기화 기술로 타인의 신체운동이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미래 세상인지,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된 기린의 심장에 얽힌 서울 강동구의 한 파출소에서 보낸 밤의 기억인지, ‘집행검‘을 든 용사가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등장하는 게임속 같은 환상인지 구분도 없고 죽음엔 상식조차 없습니다.

허물을 벗는 존재로서의 뱀과 차가운 주검이 된 아들과 아들의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는 미영이, 그밖에 다른 아이들까지 영안실 냉동장치에서 찾아 삼켜 버리는 뱀이 마주 했을 때의 공포와 슬픔이 4월의 날들을 떠올립니다.

특별한 것 같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책을 읽는 ‘나‘를 위로 하지만 그게 또 완벽한 허구의 세상은 아니기에 소설에 등장하는 수 많은 갈등과 죽음에 허우적 거리게 됩니다.

시인의 의무라고 말하던 용천의 대사처럼 작가의 첫 작품집은 오래 남아 그 의무를 다할 것 같습니다. 평범한 소설들 너머로 이끄는 두려움과 호기심, 그리고 인간이 아닌 우주를 주인공으로 했을 때의 나약한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첫장을 읽는 순간 이미 출구는 없고 우주선은 출발했습니다. 살아남는 것이 독자로서의 자존심인지, 순응하며 굴레의 허물을 벗고 이마에 자라나는 뿔을 자랑스러워 할지는 다음 독자에게 바통을 넘기겠습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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