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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고고리는 이삭이라는 뜻의 제주어였다‘
[복자에게]를 처음 만날 날에 제주도 부속섬이라는 고고리섬을 인터넷에서 열심히 찾았습니다. 표지에 그려진 바닷가가 있는 섬을 찾아제주도 주변을 훑었으나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오늘 책을 다 읽고 그렇게 못찾겠던 고고리섬을 만났습니다.
1999년의 시간속으로 시계를 돌려 좌절하는 부모님께 밀려난 13살 소녀를 만납니다. 내년이면 중학교에 가는 자신과 장래희망이 사자라고 말하는 3학년 남동생 중에 서울을 떠나 제주도, 그것도 배를 타고 다시 섬으로 들어가 고모와 함께 지내야 하는 존재가 자신이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던 주인공 ‘이영초롱‘이는 화가 났습니다. 남동생은 서울 큰아버지댁에서 맡아주신다는데 왜 자신은 버려지듯 제주도 구석진 섬으로 보내져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어느날 우연히 만난 ‘복자‘는 서울에 대한 호기심과 고고리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영초롱이의 친구가 됩니다. 겨우 1년의 시간이었으나 제주도 고고리섬은 깊은 슬픔과 위안의 장소로 남았습니다.
세월은 흘러 판사 이영초롱으로 사는 삶에 전환기가 왔습니다.
법정에서 진심이 가득한 욕이 새어나와 좌천 되다싶이 다시 제주도로 온 주인공과 다시 만나게 된 복자와의 인연은 친해지기도 했다가 멀어지기도 합니다. 간호사로 일하며 같은 증상으로 유산을 하는 동료들과 본인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복자와 판사라는 직업윤리와 그동안 겪어왔던 권력의 추악한 그림자에도 스스로 벗어나는 영초롱이의 길이 서로 교차하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고고리섬에서 어느날 올려다본 밤하늘마큼 세상에는 사연들이 넘처납니다. 모든 것이 용서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받아선 안됩니다. 약자에게 늘 폭력적인 세력의 의도된 거짓말에 그래도 복자가 최후에 웃는자가 될 수 있어 다행입니다.
파리에서 팬데믹으로 통제받는 삶을 살아가며, 베란다에 같은 시간이면 나와 노래하는 희망의 메세지를 존재하는 모든 신에게 바라고 또 바래 봅니다. 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일지라도 다시 얼리면 먹을 수 있듯이 넘어져 힘들 때 울 수 있게 도와주고 자신과 동료들을 위해 끝까지 포기 안하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다운 복자에게 감동과 위로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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